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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우석의 푸드로지 게재 일자 : 2021년 01월 21일(木)
꼬치구이, 불과 꼬챙이에서 시작된 ‘태고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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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치요리’가 인류가 처음 고안해낸 조리법이라면 ‘꼬치’는 최초의 주방기구인 셈이다. 사진은 서울 중림동 ‘호수집’의 닭꼬치.

신석기 인류, 나뭇가지에 고기 꿰어 익히는 방법 고안
‘직화’에서 요리 역사 시작됐다 해도 과언 아냐
터키 시시케밥·러 샤슬릭… 나라마다 다양한 ‘꼬치 문화’
韓엔 산적… 지역따라 문어·상어·낙지·단무지 등 사용


올겨울 유난히 눈이 많다. 다들 그런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눈이 오면 고기 생각이 난다. 눈밭을 주위에 깔고 펑펑 내리는 눈을 맞으며 굽는 고기라니. 이른바 ‘설하멱(雪下覓)’이다. 설하멱이란 요즘처럼 ‘눈 오는 날 찾는 음식’이란 뜻을 가졌다. 오래전부터 내려온 말이다. 쇠고기를 넓게 저며 꼬치에 꿴 후 기름장을 발라 굽는다고 설명돼 있다. 육식을 금지한 고려. 세계 최대 ‘육식 국가’ 원나라 침략을 받은 중기 이후에 처음 이름이 등장한다.

그전엔 맥적(貊炙)이 있었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선조의 맥적을 관념적이고 낭만적으로 부활시킨 음식이다. 해동죽지(海東竹枝)에 그 조리법이 잘 나와 있다. ‘설하멱은 쇠갈비나 염통을 대나무에 꿰어 기름장으로 조미해 굽다가 반쯤 익으면 냉수에 잠깐 담가 식힌 후 센 숯불에 다시 구우면 눈 오는 겨울밤의 술안주에 좋고 고기가 몹시 연하여 맛이 좋다’고 했다.

각설하고 꼬치구이는 과연 맛을 위한 것일까. 아니면 궁여지책으로 꼬치에 꿰었다가 불맛을 알아차린 것인가. 여기 해답이 있다. 안타깝게도 인류는 식기보다 불을 먼저 발견했다. 고기를 익힐 수는 있었으나, 마땅한 그릇이 없었다. 솥(pan)도 석쇠(grill)도 생겨나기 전이다. 그저 돌 주먹도끼로 고기를 잘라 불에 던져넣을 수밖에. 불 속에 던져진 고깃덩이는 쉽사리 타버리기 때문에 제대로 익지도 않았고 버려지는 부분도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호모에렉투스 중 누군가 인류 최초의 주방용품을 발명했다. 고기나 어패류, 채소를 불(熱源)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구울 수 있었다. 모두가 편안하게 골고루 익은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바로 꼬챙이(skewer)였다. 식재료를 나뭇가지에 줄줄이 꿰어 굽는다는 것은 모닥불, 즉 직화(直火)의 가장 선명한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리기술이다. 이를 통해 인류의 ‘요리 역사’가 시작됐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인류가 발견한 최초의 요리법은 불을 사용해 식재료에 열을 가한다는 점에서 현대 요리법의 기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열을 가할 것이냐는 골치 아픈 숙제였다. 자연석으로 화덕을 구성하거나 흙을 빚어 토기 정도라도 만들기 전에 신석기 인류는 고기를 나뭇가지에 꿰어 불에 익히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그 방법은 과학적이면서 매력적인지라 지금도 원형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꼬치’다. 꼬치구이는 모든 요리법의 기본이면서 이글거리는 불과 연기가 첨가돼 맛도 좋아진다. 마이크로파, 광파 등 첨단 기술을 응용한 주방기구가 발명된 지금도 많은 나라에서 원시 그대로의 꼬치구이 방식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맛 때문일 것이다.

세계 각국에는 다양한 꼬치 문화가 있다. 우선 ‘곶(串)’ 자가 있을 정도로 한자 문화권에서 중요한 식문화였다. 꼬챙이를 뜻하는 ‘곶’은 ‘천’ ‘찬’이라고도 읽는데 중국 신장(新疆)위구르 지역에서 태동, 중국 전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양꼬치 ‘양러우촨(羊肉串)’이 대표적인 중국 꼬치 음식이다. 일본은 야키도리(燒き鳥) 또는 구시카츠(串カツ), 터키는 시시 케밥, 이란은 샤와르마, 러시아는 샤슬릭, 브라질은 슈하스코, 말레이-인도네시아에선 사테 등 각각의 이름으로 불리며 독자적 영역을 지키고 있다. 참고로 그리스는 수학책 같은 철자의 이로스(Γρο) 또는 수블라키(Σουβκι)로 부르는데 터키 케밥의 원조라 주장하고 있다. 중국발 김치공정 같은 일들이 우리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  사진 위부터 굽기 편하고 먹기에도 좋은 낙지호롱. 지금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꼬치구이 요리인 중국식 양꼬치. 서울 다동의 꼬치구이집 ‘도리방’의 은행알 꼬치. 일본식 야키도리의 기본아이템인 네기마.

다문화 사회인 미국에선 서부시대부터 먼 길을 떠나는 총잡이나 카우보이들이 상식해왔지만, 결국 바비큐 스큐어(skewer)로 통한다. 우리나라에는 산적(散炙)이 대표적인 꼬치구이다. 이름 뜻 그대로다. 고기와 채소 등을 저며 꼬챙이에 꿰어 구운 것이다. 동북아 최고 육식 국가답게 문헌으로 전해지는 다양한 꼬치구이 식문화가 있었지만 결국 산적만이 대중적으로 남았다. 다만 직화가 아닌 번철에 기름을 둘러 굽는 형태로 바뀌었고, 편의상 고기가 사라지고 웬 게맛살과 햄이 그 자릴 차지해 아쉬움이 남는다. 외국인들이 “전통 음식 맞냐”고 어리둥절해 하기도 한다.

원래 산적은 고기와 대파, 무 등을 함께 꿰어 숯불 화로에 굽는 형식이다. 지역에 따라 단무지를 꿰는 경우도 있고 고기와 문어(오징어), 상어 등을 함께 저며 끼워 넣기도 한다. 아예 해물로 꼬치를 꿰기도 하는데 호남 지방의 낙지호롱이 대표적이다. 이는 처음부터 조리를 직화 꼬치구이로 하기 위함도 있지만, 제사상에 올리기 위해 일부러 연체동물인 낙지에 ‘뼈’를 만들어 주는 의미도 있다. 호남 지역 제사상에는 뼈 없는 생선을 올릴 수 없었던 탓이다. 현대에 들어 생겨난 산적으로는 ‘소떡소떡’이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간식거리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은 닭구이를 뜻하는 야키도리라고 부르지만 꼭 닭만 재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야키도리 가게에서는 닭뿐 아니라 채소, 돼지고기, 가공육 등 다양한 재료를 취급한다. 닭도 순살만 쓰는 게 아니라 날개(데바사키)와 연골(난고쓰), 껍질(가와), 간(레바), 염통(하쓰), 근위(즈리), 다진고기(쓰쿠네), 목살(세세리), 벼슬(도사카) 등 수없이 많은 부위가 있다. 소금간이나 간장양념(다레)을 기본으로 전용화로(야키바)에서 일일이 부채질로 구워낸다.

야키도리의 가장 기본은 네기마(ねぎま)다. 대파와 다리 살을 번갈아 꿰어낸 것으로 불에 구운 대파의 향긋함이 고기와 퍽 어울린다. 단순해 보이지만 익는 시간이 서로 달라 잘 굽기가 만만찮다. 우스개로 지우개도 튀기면 먹을 만하다는데, 과연 굽기만 했을까. 손에 들고 먹기 좋으니 튀기기도 했다. 그래서 구시카츠가 나왔다. 꼬치에 꿴 여러 식재료를 튀겨낸 요리로 일본 간사이(關西) 오사카(신세카이) 명물이다. 예상(?)대로 전국적 인기를 끌었다. 도쿄(東京)를 비롯한 간토(關東)와 나고야(名古屋), 간사이 스타일이 생겨났다. 재료에 따라 굵거나 고운 빵가루를 입히고 튀겨낸 다음, 소스 통에 하나씩 찍어 먹는 방식이다. 선술집에서 생겨난 메뉴라 소스를 공유하는 까닭에 위생적(?)으로 ‘두 번 찍기 금지’ 같은 규칙이 생겨났다.

중국은 주로 양을 꼬치에 꿴다. ‘양꼬치엔 칭다오’를 내세운 마케팅이 생겨날 정도로 중국 양꼬치 양러우촨이 대중적이다. 2000년대 들어 대한민국 양고기 대중화에 혁혁한 공을 세운 메뉴다. 소고기나 돼지고기보다 저렴한 데다 향신료(쯔란)에 길들면 중독성이 있어 특히나 새로운 맛에 쉽사리 도전하는 젊은층에게 인기가 많다. 주요 향신료인 쯔란(커민)은 양꼬치에 미리 뿌려 나오는 등 찰떡궁합을 자랑하지만 호불호가 갈린다. 비계를 싫어하는 이들도 있고 입에 넣었다가 양고기 특유의 달큼한 향에 질겁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쯔란의 ‘오이비누향’에서 이미 적응에 실패하는 이도 많다.

▲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다행히 국내에서 파는 양꼬치는 현지에서보다 쉽게 다가온다. 대부분 6개월 미만 램(lamb)을 사용하는 까닭이다. 소고기처럼 잡내 없는 램 양꼬치는 호주머니 부담 없이 살코기를 즐길 수 있어 많은 이가 찾는 메뉴가 됐다. 게다가 일본 야키도리처럼 이름은 ‘양꼬치’지만 소고기나 소 내장, 혈관 등도 함께 구워준다. 결국 양꼬치나 야키도리나 식재료 이름이 아니라 이젠 굽는 방식을 일컫는 메뉴가 됐다는 소리다. 큼지막한 고기를 칼처럼 긴 쇠꼬챙이에 끼워 구워다 주는 신장위구르식과 가느다란 철사와 한입 크기로 구성한 북방식 양꼬치가 유명하다. 한국에는 대부분 작은 꼬치를 직접 화로에 구워서 먹는 옌볜(延邊), 하얼빈(哈爾濱)식 북방 양꼬치가 들어와 있다. 국내에는 재중동포가 많이 사는 동대문 쪽과 건대입구, 구로구, 금천구, 관악구 등에서 인기를 끌며 전역으로 진출했다.

서양식 꼬치는 중동식과 러시아가 대표적이다. 우즈베키스탄 등 CIS 국가를 비롯, 러시아에는 타르타르식 양꼬치 샤슬릭이 유명하다. 샤슬릭은 1m 가까이 되는 거대한 쇠꼬챙이에 어린아이 주먹만 한 양고기 덩어리를 뭉텅뭉텅 썰어 끼워서 석탄에 굽는 방식이다. 한국, 중국이나 일본 등 동양식과 다른 점은 조리만 꼬챙이로 하고 먹을 때는 꼬치를 해체해 빵이나 밀전병 등에 싸먹는다는 것이다. 조리에 필요한 기술이지 먹는 편의성 때문에 꼬치를 빙빙 돌리지 않는다. 국내에서도 동대문 시장 부근 러시아(중앙아시아 CIS 국가) 식당에서 정통식 샤슬릭을 맛볼 수 있다.

터키 케밥은 샤슬릭보다 더 크다. 커다란 고깃덩이를 꼬챙이에 꿰어 빙빙 돌려 구워낸 다음 고기만 따로 저며 접시에 담는다. 그리스 수블라키처럼 화덕에 구울 수도 있고 케밥 노점처럼 간접 가열 방식으로 오랜 시간 구워 고기만 따로 제공하기도 한다. 얼핏 보면 꼬치구이가 아닌 듯한데 사실 고기만 컸지 그 원리나 형태가 꼬치구이와 동일하다. 다만 케밥은 꼬챙이를 세운 채로 조금씩 익히는 데다, 익힌 고기를 얇게 저며내는 방식이라 정작 먹을 땐 그게 꼬치구이인 줄 잘 모른다. 일반 케밥보다 작은 꼬치에는 토마토나 가지, 파프리카 등을 함께 꿰어 굽는다. 이것 또한 바로 같이 먹지는 않고 따로 잘라 플레이트에 가니시(장식을 뜻하는 말이지만 고기에 곁들이는 부메뉴를 의미)로 담아낸다.

중유럽에 속하는 발칸반도 국가에서도 꼬치구이가 있다. 오스만튀르크(터키)의 영향을 받은 셈이다. 이름도 체바피라 해서 케밥과 비슷하다. 케밥과 체바피는 밑간을 충분히 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꼬치구이의 원형에서보다는 좀 더 진화된 형태다. 원조임을 주장하고 있는 그리스 수블라키는 향신료로 밑간한 돼지고기를 꼬치로 만들고 이를 빼서 레몬즙과 후추, 요거트 소스 등을 곁들여 먹는다. 아무튼 꼬치가 식탁에서 주식을 담당한 것은 ‘테스형’이 먹었던 300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이 외에도 중국 베이징(北京)의 불가사리와 전갈 꼬치, 가당 과일 디저트 빙탕후루(氷糖葫蘆), 대만 취두부 튀김 꼬치, 동남아 야시장의 사테 꼬치와 더불어, 한국 선술집의 은행알 꼬치, 참새구이 꼬치 등 세계 전역 메뉴에 여전히 꼬챙이가 쓰이고 있다.

놀고먹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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