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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북리뷰 게재 일자 : 2021년 01월 22일(金)
우리 눈 가리는 ‘욕망의 거품’ 과학으로 터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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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티이미지뱅크

■ 리얼리티 버블│지야 통 지음│장호연 옮김│코쿤북스

우주 모든 것은 하나로 이어져
배출한 오염물질 결국 자신에게

가축, 좁은 공간에서 사육되고
가스실 등 고통속에 도축되며
첨가물 범벅으로 식탁에 올라

시스템 거품 때문에 현실 못 봐
자본주의 소유욕 위기 가속화


인간의 시력은 맨눈으로 어디까지 볼 수 있을까.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할 수 있다면, 광자 하나가 깜빡이는 것도 감지할 수 있다. 거리가 멀어지면 우리 눈은 미시적 변화는 보지 못한다. 하지만 맑은 밤 시력이 좋은 사람은 2.76㎞ 떨어진 곳에 있는 촛불 하나가 깜빡이는 것도 감지한다. 관찰 대상이 충분히 크고 밝다면, 아주 멀리 떨어진 것도 볼 수 있다. 달은 38만5000㎞, 태양은 1억5000만㎞ 바깥에 있는 데도 아주 잘 보인다.

그러나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다. 맨눈으로 보이지 않지만 천왕성이나 해왕성은 하늘에 떠 있고, 텅 빈 우주 공간에는 엄청난 숫자의 별들이 빛을 내뿜고 있다. 우리는 늘 보지만 보이지 않는다. 우리 눈은 본래 맹점을 타고나며, 세상은 사각지대로 가득하다. 기술의 힘을 동원한다고 해도 똑같다. 현미경으로 보면 전체를 볼 수 없고, 망원경으로 보면 작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보는 것은 언제나 현실의 아주 일부에 불과하다.

‘리얼리티 버블’(코쿤북스)에 따르면, 우리가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것은 우리를 둘러싼 온갖 ‘거품’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없는 것처럼 여기거나,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보이지 않게 만드는 거품은 우리 눈을 멀게 만든다. ‘빠’가 돼 정치적 거품에 둘러싸이면 전체 여론이 보이지 않는다. 소유라는 거품에 쌓이면 끝없이 사들이고 싫증 나면 버리는 것이 삶이 된다. 모든 거품은 결국 붕괴하는데, 터지고 나면 현실 전체가 부서지면서 그 안에 있던 이들은 바보가 된다.

저자 지야 통은 캐나다의 인기 과학 커뮤니케이터. 우리를 둘러싼 거품 방울을 첨단과학이라는 바늘로 찔러 사정없이 터트린다. 인간의 눈을 증강해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게 해 주는 초시각(超視覺) 도구들, 가령 망원경이나 현미경, 몸속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뢴트겐 촬영기, 가시영역 바깥의 빛을 감지하게 해주는 적외선 또는 자외선 촬영기 등을 이용하면 우리는 전혀 다른 세계와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이를 이용해 우리 눈을 가리는 거품들을 차례로 제거해 나간다.

무엇보다 인간은 ‘규모맹’이다. 우리가 우주의 중심에 있다고 착각한다. 이 탓에 인간 규모와 비슷한 것들은 잘 인식하지만, 너무 큰 것이나 너무 작은 것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가령, 살충제를 써서 곤충, 미생물, 박테리아 등을 박멸하는 농업 방식은 인간 중심 관점의 결과이다. 그런데 이들은 지구 산소의 대부분을 생산하고, 식물의 수분을 도우며, 생명체의 면역 체계를 작동시킨다. 인간 눈에는 아무것도 아닌 듯하나, 이들의 소멸은 곧 인간멸종이다. 이들을 없애는 농업은 결국 인간 자신을 공격하는 짓이나 다름없다.

인간은 ‘관계맹’이기도 하다. 인간은 주변 세상과 동떨어진 별개의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입자 수준에서 보면 세상 모든 것은 하나로 이어진다. 우리 몸 역시 세계 전체와 상호작용한다. 가령, 마시는 물은 평균 3000년을 바다에 있었고, 하늘에서 일주일 정도 머물렀으며, 땅 밑이나 빙하에 갇혀 수천 년 이상 지냈다. 한때 우리는 파도였고 구름이었고 빙산이었다. 인간은 혼자가 아니다. 우리가 배출한 방사능과 배기가스와 오염물질 역시 언젠가 몸으로 되돌아온다. 세상을 더럽히면 우리를 더럽히는 것이다.

인간은 우주에서 우월한 존재가 아니다. 동물들 역시 세계를 지각하고 느끼고 소통하면서 서로 사랑하거나 아름다움을 이해할 줄 안다. 인간은 전자기 스펙트럼의 0.0035%에만 반응하지만, 자외선과 적외선도 감지할 줄 아는 동물도 무수하다. 인간은 과학기술의 힘으로 우주 끝을 보고 원자를 관찰하기에 이르렀지만, 이 사실이 인간을 다른 동물보다 우월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사회적, 역사적 맹점에는 더욱 취약하다.

인간은 생명 유지 시스템을 무시한다. 식량이 어떻게 마련되고, 에너지가 어디에서 오며,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를 보지 않으려 한다. 우리가 먹는 고기는 대부분 좁디좁은 공간에서 사육되고, 가스실 등 고통 속에서 도축되며, 맛을 더하려고 식품 첨가물 범벅으로 식탁에 오른다. 고기를 먹으려고 경작지가 줄어들고, 사료를 위해 바다가 텅 비어 간다. 또한 화석 연료의 이용 과정에서 나오는 배출 가스가 기후 변화를 일으킬 정도인 데도 해결에 나서지 않는다. 쌓이는 온실가스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쓰레기 역시 처리되기보다 감춰진다. 땅속으로 들어가고 공기로 배출되고 바다에 버려진다. 매년 500만∼1300만t에 이르는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간다. 2050년이 되면 바다에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것이다. 이러한 세계가 유지될 리 없지만, 아무도 보려 하지 않는다.

인류가 물려받은 시스템이라는 거품은 우리가 이 현실을 보지 못하게 가로막는다. 자연의 리듬을 파괴하면서 지구 전체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변화를 가속화하는 시간 시스템, 좁은 곳에 몰려 살면서 밝은 햇빛과 맑은 공기 같은 자연의 기본 혜택조차 누리지 못하게 하는 공간 시스템, 끝없는 소유를 부추겨 불안을 잊게 만들지만 그로 인해 더 큰 공포를 불러들이는 자본주의 시스템은 우리로 하여금 현재의 세계 바깥을 상상할 수 없도록 한다.

인류는 현재 자살하는 중이다. 온갖 자연적, 인위적 거품을 깨뜨려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이를 멈출 수 없다. 희랍어로 종말을 ‘아포칼립시스’라고 한다. 이 말은 본래 세계의 베일이 걷히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파국이 진실을 드러내기 전에 현명한 자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재앙을 막는다. 모든 과학적 지식은 인류에게 경고한다. 현실 거품에서 깨어나지 않으면 인류는 조만간 파멸에 이를 것이라고. 456쪽, 1만7600원.

장은수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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