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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M 인터뷰 게재 일자 : 2021년 01월 22일(金)
“당장 안쓰는 물건 ‘정리’하면 삶이 ‘정돈’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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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리의 달인’ 정희숙 ㈜공간미학 대표는 “공간을 정리하다 보면 마음도 정리돼 여유가 생긴다”며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 들고 의욕이 샘솟는다”고 정리의 장점을 소개했다. 신창섭 기자

■ ‘정리의 달인’ 정희숙 공간미학 대표

마흔에 정리 적성찾아 일 시작
10년간 3000가구 넘게 손 봐

코로나 집콕에 심신 지친 이들
치우는 것부터 하면 의욕 생겨

물건 다 꺼내 산처럼 쌓아놓고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 만들어야

상비약·식료품 쟁여두는 대신
물품 잘 쓰기위한 공간 재구성


“정리는 과거를 숨기는 게 아니라 현재의 행복을 찾아내는 작업이에요.”

‘정리의 달인’ 정희숙(50) ㈜공간미학 대표의 말이다. 정리의 사전적 의미는 ‘흐트러지거나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는 것을 한데 모으거나 치워서 질서 있는 상태가 되게 함’으로, 대개 안 쓰는 물건을 버리거나 숨기는 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정 대표는 “필요한 물건을 제대로 쓰기 위해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고 정리의 의미를 정의했다.

그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리 예약이 몇 달 치 밀려있으며 방송출연에, 유튜브 ‘정희숙의 똑똑한 정리’ 촬영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또 한국정리컨설팅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개인사업자로 차린 ‘똑똑한정리’에 이어 지난해 12월 ‘공간미학’이라는 주식회사도 꾸렸다.

그는 새해를 맞아 “당장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정확하게 나누라”고 정리 팁을 소개했다. 그렇게 하면 자신의 현재 모습이 명확하게 드러나고, 올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보인다는 것이다.

마흔에 정리 일을 시작한 그는 10년 만에 한국 최고의 정리 전문가로 우뚝 섰다. 그는 “정리를 만나고 내 삶이 정리됐다”고 말했다.

“열아홉 살 때부터 서른다섯까지 계속 직장생활을 했어요. 의류 매장 매니저부터 한복가게 경리까지 다양한 일을 했죠. 그러다가 조금 늦게 결혼했어요. ‘남편 덕 보면서 안주해야지’ 생각했는데, 결혼생활이 재미없더라고요(웃음). 하루 종일 남편 올 때만 기다리며 무기력해졌고, 아이들도 제 맘대로 안 됐고요. 열심히 할수록 비뚤어지는 느낌이었어요. 다시 직장에 다니려고 생각해보니 이력서를 낼 곳이 없더라고요. 첫 좌절을 맛봤어요. 제가 잘할 수 있는 걸 생각해보니 청소와 정리더라고요. 뭐 나와 있는 꼴을 못 보고, 깔끔 떨며 매일 먼지를 털었거든요. 아이들 장난감도 색깔별, 종류별로 구분해놨고요. 남편은 그런 제게 ‘강박증 있냐’ ‘너무 피곤하게 산다’고 핀잔을 줬지만 그 시점에서 저 자신을 발견했어요. 남편 삶에 얻어타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서 흘러가던 여행을 마치고, 제가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연 거죠.”

하지만 정리를 일로 하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포털사이트에서 ‘정리’로 검색해보니 어디서 누구한테 배워야 하는지 나오더라고요. 월 수강료가 120만 원이라고 해서 남편 카드로 긁으려다 보니 자격증은 주지만 취업까지 연결하진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이상하다 싶어서 1회에 5000원 내고 들을 수 있는 문화센터에 나갔어요. 거기서 만난 강사와 일을 다니며 현장실습을 했죠. 그땐 하루 종일 쓰레기 분리만 해도 즐거웠어요. 주변에서 하지 말라고 말렸지만 제 귀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나갈 때마다 아이들을 맡겨야 하고, 교통비에 밥값에 돈을 쓰며 다녔죠.”

그가 유명해지기 시작한 건 5년 전쯤 한 지상파방송 프로그램에 고정으로 출연하면서부터다.

“제가 ‘청소’라는 단어에 트라우마가 있어요. 아파트 경비실에 ‘정리작업 하러 왔다’고 하면 경비아저씨들이 ‘청소 도우미세요?’라고 되물어요. ‘아니요. 정리업체에서 왔어요’라고 답해도 결국 출입일지에는 ‘청소’로 적히죠. 요즘은 스타들이 출연하는 정리 프로그램이 나와서 정리의 개념이 잡혔지만 그때만 해도 정리가 곧 청소였어요. MBC ‘기분 좋은 날’에서 섭외가 와 담당자를 만났더니 다짜고짜 ‘개 70마리 키우는 집인데 할 수 있냐’고 묻더군요. 무조건 한다고 했죠. 가보니 청소업체가 메인이고 저는 뒤에서 냉장고 정리하고 곰팡이 제거하며 거드는 것이더라고요. 2시간 동안 냉장고를 정리한 걸 보더니 담당자가 작가에게 전화를 하더라고요. 그러더니 개 용품도 정리해보라고 해서 목줄, 딸랑이, 개 이불 등을 깔끔하게 정리했어요. 그 방송 나간 후 ‘우리 집을 부탁해’라는 고정 코너가 생겨서 연예인들 집을 정리하며 제 이름을 알렸어요.”

그의 정리작업은 생각·공간·물건 순으로 진행된다. 모든 물건을 꺼내 산처럼 쌓아놓고 그걸 바라보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것부터 시작된다.

“우선 쟁여둔 물건이 너무 많다는 걸 의뢰인이 직접 느껴야 해요. 모두 꺼내서 종류별, 용도별로 분류한 후 공간을 재구성해 모든 물건이 제자리에 놓이게 하고, 필요하면 가구도 재배치해요. 정리비용은 평당 5만 원이 기본이에요. 30평이면 150만 원이죠. 대부분 시작 전엔 너무 비싸다고 하다가 끝나고 나면 싸다고 해요. 5∼6명이 가서 꼬박 8시간을 하거든요. 큰돈 들여서 아파트 발코니 확장하고, 인테리어까지 해놓으면 수납할 공간이 없어져 짐이 들어가면 전보다 더 복잡해져요. 그러면 더 큰 집으로 이사해야 하고요. 온 국민이 정리를 잘하게 되면 부동산 문제도 해결될 거예요(웃음).”

지난 10년 동안 3000곳 이상의 집을 다니며 정리했다는 그에게 “기억에 남는 의뢰인”을 물었다.

“얼마 전에 일흔 넘으신 분이 전화를 하셨어요. 유튜브에서 저를 봤다며 자신을 이해해줄 것 같아 전화를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위암에 걸린 후 몸이 아파 정리를 못 하고 살았는데 죽기 전에 집을 정리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정리하다 보면 사람이 보여요. 다양한 직업을 가진 여러 연령대 의뢰인들의 삶을 이해하게 되고요. 대개 배우자가 돌아가시면 정리를 해요. 또 이혼하거나 재혼했을 때도 연락이 오고요. 또한 정리를 안 하기 시작한 계기가 다 있어요. 어느 집에 가보니 유효기간이 10년 전에 지난 물건들이 쏟아져 나왔어요. 알고 보니 그때 큰아들이 세상을 떠나서 부모의 삶이 멈춰버렸어요. 그런 사연을 알고 나면 일하면서 눈물을 흘려요.”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심신이 지친 사람들에게 정리를 권했다.

“우울해서 아무것도 못 하겠다고들 하는데, 마음이 무거울수록 몸을 가볍게 움직여야 기운이 나요. 청소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죠. 물건에 집중해 정리하다 보면 우울감이 사라지고 어느새 깨끗해진 집을 보면 마음도 가벼워져요. 정리하고 나면 여유 공간이 보이고, 그 공간에서 새로운 활력이 솟아나요. 공간을 정리하며 생각도 정리되고, 의욕이 생기는 거죠.”

올해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는 그는 자신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현장을 떠날 수 없다고 했다.

“제가 없어도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주식회사를 꾸렸어요. 또 효율적으로 수납할 수 있는 도구도 제작해 유통하려고 해요. 올해는 회사를 키우고, 직원들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힘쓸 거예요. 파트너들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 많은 연구도 할 거고요. 그동안 일은 많이 했지만 돈은 많이 못 벌었어요. ‘서민갑부’라는 프로그램에서 출연 섭외가 들어왔는데 거절했어요. 여전히 서민인 건 맞지만 갑부는 안 됐거든요(웃음). 그래도 많은 사람이 정리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자격증 과정을 유튜브에 공개했어요. 정리학원 운영하시는 분들은 제가 미울 거예요.”


■ 정 대표의 정리 꿀팁

정희숙 ㈜공간미학 대표는 “현실에 집중해 정리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리를 못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과거 집착형”이라며 “추억을 모두 버리라는 게 아니라 지금은 안 쓰고, 앞으로도 안 쓸 것 같은 물건을 정리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래 불안형도 정리에 방해가 된다”며 “쌀을 20포대를 사놓고, 상비약을 쌓아놓는 사람들이 그런 부류”라고 덧붙였다. 정 대표가 문화일보 독자들에게 알려주는 ‘신박한’ 정리법을 소개한다.

△신발상자에 신발정리 : 신발상자를 자르지 않고 그냥 안쪽으로 풀어서 접어만 주면 끝. 우산꽂이 놓는 부분에 쌓아두면 공간활용도가 높다.

△페트병 잘라 신발 보관 : 페트병 한쪽을 잘라서 신발 한 짝을 넣고 나머지 한 짝을 위에 올린다.

△쇼핑백에 속옷 정리 : 쇼핑백의 손잡이 부분을 자르고, 안쪽으로 접으면 속옷과 양말 수납하기에 좋다.

△패딩 접어 쇼핑백에 보관 : 양팔 부분을 앞으로 모으고 3등분한다. 아래 먼저 접고 양팔과 모자 부분을 접은 부분에 모아서 넣어준다. 접은 패딩은 쇼핑백에 넣어 옷장 아래쪽에 보관.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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