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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21년 01월 22일(金)
화두 떠오른 ‘상속세 물납제’… 이번엔 도입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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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수집한 마크 로스코의 1962년작 ‘무제’.

▲  경매에 나옴으로써 상속세 미술품 물납제 논의에 불을 지핀 간송문화재단의 금동여래입상(보물 284호·왼쪽)과 금동보살입상(보물 285호). 케이옥션 제공

간송 후손, 불상 경매 내놓고
故이건희 회장 소장품 감정중
상속세 관련 부담 탓 알려져

전문가 “문화자산 유출 막고
미술시장 활성화 위해 도입
‘기부땐 소득세 공제’도 필요”
일각선 “조세회피 악용 우려”


상속·증여세 미술품 물납제가 문화계 화두로 뜨겁게 떠오르고 있다. 이 제도는 문화재와 미술품을 상속세 대납 물품으로 인정해주는 것으로, 문화유산의 국외 유출 방지와 예술 진흥을 위해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물관·미술관에 기부금을 내거나 작품을 기증할 때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 훨씬 실효적인 방안이라는 의견도 설득력 있게 제시되고 있다.

△상속세 미술품 물납제 = “이제 또다시 시작해보는 단계입니다.” 상속·증여세 미술품 물납제에 관해 최진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기반과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 제도에 대한 논의는 10년 전 정부와 미술계를 중심으로 진행되다가 잠잠해졌다. 사안이 워낙 복잡한 탓이었다. 다시 불이 지펴진 것은, 지난해 일제강점기 문화재 수집가였던 간송 전형필의 후손이 국가지정보물 불상 2점을 경매에 내놓으면서다. 상속세 부담이 그 주요 원인이라고 알려지면서 물납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다시 생겼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포함한 문화예술·미술시장 활성화 4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 의원은 “파블로 피카소가 세상을 떠난 후 프랑스 정부가 조세의 현금 납부가 어려운 경우 미술품으로 물납하게 해 다량의 작품을 확보, 피카소 미술관은 가장 풍성한 피카소 컬렉션을 자랑하는 명소가 됐다”면서 “우리도 ‘제2의 피카소 미술관’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고 이건희 회장 콜렉션으로 알려진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청동조각 ‘거대한 여인III’.

물납제 논의가 더 뜨거워진 것은, 미술품 수집광이었던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재산 상속과 관련한 세금 문제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이 회장 수집품 중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청동조각과 마크 로스코의 색면 추상화 등 서양 현대미술 명작이 상당량 포함돼 있다. 이 작품들이 상속세 때문에 해외 경매에서 외국 수집가에게 낙찰되면, 그동안 우리가 보유했던 문화 자산이 유출되는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됐다. 상속세는 사망일로부터 6개월 이후 가산세가 부과되는 탓에 이 회장 유족은 오는 4월까지 관련 논의를 매듭지을 것으로 보인다. 물납제가 그 안에 도입되기는 어려우므로 삼성가 상속세와는 무관한 사안이지만, 관련 논의의 기폭제가 된 셈이다.

이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 소위 심사를 거쳐 상임위원회에서 논의하고 본회의에서 의결해야 한다. 이 과정엔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세부적 쟁점도 만만치 않아 단기간 통과는 어렵다.

문화예술 분야 세제 연구 전문가인 김소영 한미회계법인 회계사는 지난해 10월 문체부 주최 토론회에서 “물납을 허용하는 문화재와 미술품 범위와 가치 산정 등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국세청은 국회 논의에 따른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론 미술품 물납제가 산정가를 부풀리는 등 조세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도 당장 세수가 감소하는 것이 반가울 수 없다.


이와 관련, 물납제 논의 초기부터 10여 년을 연구해 온 정준모 미술평론가는 “문화예술 시장이 활성화하면 장기적으로 세수도 늘어날 것”이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관련 부처·기관 협의를 통해 쟁점들을 해소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재·미술품 기부 세제 혜택 = 정 평론가는 “미국과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등은 문화재와 미술품을 기부할 경우 그 시점의 시장가격을 소득세에서 공제해 준다”며 “이런 기증제도가 물납제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 의원실도 “박물관과 미술관에 대한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한 세제 혜택 제공을 골자로 하는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과 소득세법,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도 함께 발의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박물관·미술관에 문화재와 미술품을 기증하면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시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적용받는 사례는 거의 없다. 그동안 등록박물관·미술관의 경우 지정기부금단체로 인정받아 기부금에 대한 손비처리가 일정 한도 내에서 가능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별도로 국세청의 추천을 받아 기재부 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관련 규정이 바뀌었다. 이에 따라 현금 기부나 현물 기증이 더욱 어려워질 거라고 문화계는 우려하고 있다. 이 의원실은 “기업과 개인이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기부할 경우 손비처리액을 지정기부금보다 법정기부금으로 하는 것을 법인세법과 소득세법 개정안에 포함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정 평론가는 “부자 감세가 아니냐는 시각이 있으나 ‘착한 부자들’의 기부를 많이 이끌어냄으로써 다수의 국민이 혜택을 누리게 하는 것이 문화 선진국”이라고 주장했다. 국립박물관과 미술관의 연 예산이 30억∼50억 원에 묶여 있어 국내외 걸작을 구매할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하고, 민간이 문화예술 진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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