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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신보영 국제부장 게재 일자 : 2021년 01월 22일(金)
文 ‘어게인 2018’ 꿈 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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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영 국제부장

바이든 시대 美 외교도 정상화
검증된 오바마 군단 요직 복귀
中·日 벌써 미국통 최전선 배치

文정부 인사는 엇박자·역부족
싱가포르 이벤트 환상 버리고
정책과 인사 전면 재점검해야


조 바이든 제46대 미국 대통령이 20일 공식 취임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으로 8년간 재직하다가 2017년 1월 떠난 뒤 4년 만의 백악관 귀환이다. 우리에게는 바이든의 복귀가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는 구호에 걸맞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4년간 후퇴했던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회복으로 이어질지가 최대 관심사다. 북한이 이달 초 제8차 노동당대회에서 남측을 겨냥하는 전술핵 개발을 공식화하면서 핵 능력 증강 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가 남·북·미 3자 방정식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한 축인 미국 내부의 행정부 교체는 중요한 변수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가 최근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대북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우리가 외교 역량을 쏟아부을 시간도 있다. 이를 위해선 바이든 행정부의 특징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바이든 대통령이 전임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매우 예측적이라는 사실이다. 가장 잘 드러난 게 인사다. 내각 및 참모진 인사 발표는 하루 전날 언론을 통해 리크된 뒤 다음 날 직접 소개하는 형태에서 벗어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두 번째 ‘깜짝 인사’가 없었다. 기용된 인사들은 대부분 특정 분야 전문가들이다. 전문성과 이에 기반한 독립성을 보장해주겠다는 약속에 따른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지명하면서 “정보기관을 이끌기 위해 정치인 대신 전문가를 발탁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원칙은 외교·안보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되는데, 세 번째 특징이 국무부의 귀환이다. 군 장성을 중용하면서 ‘힘자랑’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시대’ 미국 외교정책은 국무부가 주도하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조율하는 형태를 띨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주목되는 부분이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와 ‘아시아 차르’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등 ‘오바마 군단’의 복귀다.

이 때문에 일본·중국은 오바마 행정부와 연이 있는 인사들을 최전선에 배치하고 있다. 일본은 부임한 지 1년이 안 된 도미타 고지(富田浩司) 주한 일본 대사를 전격 주미대사로 발탁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주미 공사와 외무성 북미국장을 지낸 도미타 대사는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외무성 차관과 함께 바이든 행정부 인사들과 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7년간 주미 대사직을 수행했던 추이톈카이(崔天凱) 중국 대사도 ‘바이든 시대’를 맞아 이임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도 19일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에 김형진 전 외교부 북미국장을 임명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북미국장을 지낸 문승현 주미 공사와 함께 ‘북미통’의 전진 배치지만, 이걸로는 역부족이다.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나 ‘아시아 차르’ 캠벨 전 차관보와 ‘급’도 맞지 않는다. 외교부 장차관 3명은 ‘오바마 군단’과 인연이 없고, 이수혁 주미 대사는 “미·중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다”고 밝힌 인물이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지도력 회복과 대중 압박 강화를 추진하는 바이든 행정부와는 극단에 있는 셈이다. 압권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 지명자로, 2018년 3월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마사지’해서 전달한 인사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으로 이어진 ‘어게인(Again) 2018’ 전략을 재현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상상력 빈곤이다. ‘피벗 투 아시아’를 입안했던 캠벨 전 차관보,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을 지낸 한반도 전문가인 셔먼 부장관은 문 정부의 순진한 바람을 쉽게 수용할 만큼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다. 셔먼 부장관 지명자가 2015년 동북아 과거사 갈등을 언급하면서 밝힌 “정치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이야기를 다시 들을 수도 있다. ‘북미통’ 몇 명을 임명하는 땜질 처방 대신, 근본적 대북정책 재검토와 주미 대사 교체 등 인적 쇄신을 단행해야 한다. 그래야만 역대 최악으로 평가되는 김대중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과 같은 ‘어게인 2001’을 피할 수 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시간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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