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퍼주기식’ 재난지원금… 재정 파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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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역할론’ 언급 이후
재정자립도 열악한 지자체까지
현금·지역화폐 경쟁적 지급
내년 지방선거용 선심성 짙고
지급방식 제각각 형평성 논란도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재난지원금 추가 지원 계획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가운데 그 대상과 금액이 제각각이어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지자체도 ‘퍼주기식’ 선심성 지원 방안을 내놓고 있어 지방재정이 파탄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2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정부의 3차 재난지원금 지급 시기에 맞춰 ‘보편’ 또는 ‘선별’ 방식의 추가 지원을 검토하거나 추진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재난지원금과 관련한 지자체의 ‘역할론’을 언급한 게 ‘불을 지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보다 상대적으로 재정여건이 나은 수도권에서 경기도(재정자립도 59%)가 가장 먼저 도민 모두에게 1인당 10만 원의 2차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한다고 나서 보편적 지급 방식에 불을 댕겼다. 지난해 집값 상승으로 703억 원의 지방세수가 늘어난 경기도는 도민 1399만 명에게 지급되는 현금성 지역화폐에 1조4035억 원의 재정을 투입한다. 지방에서는 그나마 재정자립도가 높은 울산시(52%)가 설 명절 전에 전체 46만7000여 세대에 10만 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 기초단체 중에는 강원 강릉시와 인제군, 경북 영천시·울진군, 경남 고성·산청군, 전남 순천·여수시와 해남·영암군 등이 1인당 10만 원에서 많게는 25만 원(여수)의 재난지원금을 현금 또는 지역화폐로 지급한다. 이들 지자체 대부분은 지난해 10%대의 낮은 재정자립도를 보였다.

반면 코로나19 3차 확산 때 경기도와 같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강화한 인천시(〃54%)는 집합금지·제한 업종에만 50만~150만 원의 재난지원금을 추가 지원한다. 또 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문화예술인과 관광업계 종사자에게도 50만∼100만 원의 재난지원금을 선별 지원할 방침이다.

재정자립도가 76%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서울시는 시장이 공석인 이유로 아직 추가 지원 계획을 내놓지 못했다. 다만, 모든 시민에게 무차별적으로 지급하는 보편적 지원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천차만별인 재난지원금이 차등 지급되다 보니 생활권이 같은 인근 지자체의 주민들 간에 볼멘소리도 나온다. 인천시 홈페이지에는 “경기도민은 10만 원씩 더 받는다는데, 똑같이 거리두기를 한 인천은 왜 주지 않느냐” “가난한 동네 살면 재난지원금도 못 받냐”는 등의 불만이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자치분권’을 내세우면서 정책 경쟁이 아닌 선심성 현금지원을 남발하는 상황을 우려했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국적인 위기 상황에서 지자체 여건에 따라 현금을 차등 지급하는 것은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며 “중앙과 지방정부가 면밀히 조율해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지건태 기자·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