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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팬데믹 시대의 인문학 게재 일자 : 2021년 01월 25일(月)
“원격현전은 접촉신뢰 대체 못해… 무력감 짙어질수록 ‘연대’ 열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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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 ‘그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얻어낸 것’ (백두리) ② ‘종교, 근본적인 질문 앞에 서다’(이정호) ③ ‘사랑과 연애’(백두리) ④ ‘국가와 사회’(변영근) ⑤ ‘세계와 개인 그리고 소명’ (백두리) ⑥ ‘공부,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배울 것인가’ (변영근) ⑦ ‘관계, 타인은 정말 지옥일까’ (이정호)
■ 팬데믹 시대의 인문학 - 새로운 일상의 탄생

- 15인의 통찰속에서 길어올린 말 (上)

전염병과 공존해야한다면
‘강한 사회’ 만드는 수밖에

사랑은 재난속에서도
타자의 존재 잊지 않겠다는 것

‘나는 무엇을 하고 싶었나’
지금이야말로 천직찾기 좋은때


문화일보는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여 동안 ‘팬데믹 시대의 인문학-새로운 일상의 탄생’ 시리즈를 진행했다. ‘한국도서관협회-길 위의 인문학’과 공동진행한 이번 시리즈는 국내외 학자와 작가 15인이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성찰한 삶과 일상, 또 함께 그려나갈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기호 작가의 ‘그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얻어 낸 것’을 시작으로 사랑, 영성, 공부, 사생활, 공간, 돌봄, 노동, 놀이, 기술 등 다양한 개별 주제를 인문 에세이 형식으로 15회 연재했다. 연재가 시작된 지난해 가을과 지금의 상황은 여전하면서도 다르다. 코로나는 종식되지 않았고, 비대면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일상’은 익숙함을 넘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시리즈를 마치며 그 여정을 2회에 걸쳐 돌아본다. 15인의 통찰 속에서 길어 올린 이른바 ‘팬데믹 시대의 말’이다. ‘읽는’ 기쁨에 ‘보는’ 재미까지 더해준, 삽화도 한자리에 모아봤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람이 다른 형태의 삶에 대해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적어도 긍정적이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나는 실은 무엇을 하고 싶었던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라도, 자신을 향한 근원적인 질문은 좋은 것이다.”(우치다 다쓰루(內田樹) 일본 고베여대 명예교수)

“코로나가 강제하는 종교적 상황은 종교제도의 충실한 일원이 돼 있는 우리를 근본적인 질문 앞에 세운다. 제도화된 종교적 관행에 대해 예수는 신랄했다. 그의 한결같은 말은 ‘종교인이 되지 말라’는 것이었다. 진리를 제도에 가두지 말라는 것이었다.”(이승우 소설가)

“최적의 거리에서 눈을 맞추고 가벼운 악수와 포옹을 해야만 생겨나는 확신, 이것을 ‘접촉신뢰’라고 부르면 어떨까. 원격현전은 접촉신뢰를 대체하지 못한다. 강의도 그렇고 연애도 그렇다.”(신형철 문학평론가)

“팬데믹은 토머스 홉스의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즉 불신과 적대가 보다 심각한 희생을 부른다는 걸 확실히 보여줬다. 전염병과의 공존이 불가피하다면 ‘강한 국가’에 굴하지 않는 ‘강한 사회’를 만드는 수밖에 없다.”(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

이기호 작가의 프롤로그로 시작한 ‘팬데믹 시대의 인문학’ 시리즈는 우치다 다쓰루 일본 고베여대 명예교수, 이승우 소설가, 신형철 문학평론가, 박찬국 서울대 철학과 교수, 김헌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 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의 ‘말’로 전반부를 채워 나갔다.

‘세계와 개인 그리고 소명: 팬데믹 시대의 성찰’(2020년 10월 12일자 13면)에서 우치다 교수는 국제정치나 국제경제 등 코로나 이후, 세계의 커다란 변화를 예측하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라면서 “아주 작은 외부의 자극에도 크게 요동치곤 하는” 개인의 일상에 대해 논한다. 그는 ‘다른 삶’에 대한 갈망이 커졌으나 멈춰 설 수밖에 없는 ‘지금’이야말로 소명, 즉 천직을 찾을 좋은 때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것은 어디까지나 ‘기다리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나는 정말 무엇을 하고 싶었던가’라고 자문하면서 ‘소명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나라 안에 수만 명, 수십만 명씩 있다면 세상은 아주 온화하고 기분 좋은 곳이 되지 않을까. 자신의 삶에 대해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며 ‘소명’의 목소리를 찾아 귀 기울이는 사람들이 나온다면, 이 역병에서도 조금은 ‘이로운 것’을 끌어낼 수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종교, 근본적인 질문 앞에 서다’(2020년 10월 19일자 12면)에서 이 소설가는 “사회적 거리 두기와 집합금지, 비대면 예배는 어떤 점에서 강요된 종교개혁”이라면서 “모든 개혁은 근본적으로 강요된다. 코로나 상황은 사람의 모든 삶에 개혁을 요구하며, 이제까지와 다른 삶을 주문한다”고 말했다. 이 소설가에 따르면, 이 개혁은 전혀 다른 새로운 것의 발명이 아니라 잃어버린 것의 회복을 통해 완수된다. 신앙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비대면 예배를 거부하며 코로나를 확산시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일부 교회와 종교 단체를 비판한 것이다. “인간의 탐욕과 욕망의 대체재가 돼 있는 신을 구해야 하고, 전체의 부분으로 예속·흡수시키는 맹신으로부터 인간을 구해야 한다.”

신 평론가는 코로나 이전부터 이미 ‘사랑’은 힘겨워지고 있었다면서도, 이를 “누구도 절망할 수는 없게 만드는 이상한 노래”라고 새롭게 정의한다. 신 평론가는 ‘사랑과 연애-코로나 시대의 더 여전한 사랑’(2020년 10월 26일자 16면)에서 자신과만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나르시시즘적 시대에 ‘사랑하는 일’이란 무엇인지 이렇게 설명한다. “재난 속에서도 타자의 존재를 잊지 않겠다는 것, 일상을 지키면서 그로부터 힘을 얻겠다는 것이다. 죽을 때까진, 살아간다는 것이다.”

사랑에 제약이 많은 시대지만, 그래서 더욱 사랑을 갈망해야만 하는 시대. 이런 새로운 사유는 박 교수의 ‘관계, 타인은 정말 지옥일까’(2020년 11월 2일자 18면)에서 계속됐다. 박 교수는 코로나 사태 이후 사람들의 관계를,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의 말을 빌려 가까이하면 할수록, 더욱 가시에 찔려버리는 고슴도치와 같다고 했다. 그러나 동물들과 달리, 고독과 무력감이 짙어질수록 인간에겐 더욱 강렬하게 ‘연대’의 열망이 생겨나는 습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작금의 상황을 인간의 ‘선한 가능성’을 실현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공부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배울 것인가’(2020년 11월 9일자 17면)에서 팬데믹으로 등교를 할 수 없는 날이 이어지는 가운데, ‘모든 학교의 담장이 무너지면 어떻게 될까’라는 급진적인 상상을 했다. 교육의 본질인 ‘인간다움’에 대한 고민이 학교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이라면, 모든 이에게 열려 있고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도 상상해 볼 수 있지 않냐는 차원이다.

강 교수는 종교, 철학, 문학 등을 ‘인문지(人文知)’로 정의했는데, 코로나로 일상에 숨어 있던 불안·애증·차별·배타성이 표출되고 있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인문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파했다. 그는 ‘국가와 사회-고독의 시대, 인문지의 역할’(2020년 11월 16일자 18면)에서 ‘인문적 지식’이 휴머니티에 기초한 ‘마음의 습관’을 기르고, 확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마음의 습관’이 개인과 사회의 ‘유대의 끈’이 끊어진 코로나 시대를 절망에서 건질 것이라면서. “단선적인 민주화나 원자화(原子化), 개인화와는 다른, 결사형성적인 ‘마음의 습관’을 넓혀갈 수밖에 없다. 그런 마음의 습관만이 불안이나 고독에 대한 ‘내성’과 ‘면역력’ 있는 사회로 이어질 것이기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문화일보·도서관 길위의 인문학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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