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간부 “김학의 공익신고자 고발 검토” 논란… 과거 文 “제보자 수사 부적절”

‘정윤회 문건’ 당시 문재인·박범계 “제보자 향한 유출 수사는 부적절” 취지 비판 ／ 법조계 “그때는 맞고, 지금은 다르다는 건가” 비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25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은폐 의혹을 신고한 ‘공익신고자’에 대한 기밀유출 혐의 고발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부적절한 발언이란 논란이 거세다. 과거 박근혜 정부가 공익신고자 등에 대한 수사를 언급할 당시 야당이던 현 집권세력 등은 신고자의 입을 막으려고 한다고 강력히 반발한 탓이다. 법조계에서 “앞뒤가 다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법무부 간부 “공익신고자, 검찰 관계자 추정…공무상 기밀유출 혐의 고발 검토”=25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차 본부장이 이날 오전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공익신고자에 대한 고발을 검토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 부적절한 발언이란 비판이 거세다. 차 본부장은 이날 “공익제보자 A 씨는 검찰 관계자로 의심된다”며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라든지 어떤 진술 조서 내용이라든지 출입국 기록 조회 내용 등은 2019년 3월 안양지청 수사와 관련되는 수사 자료들로 당시 수사에 관련된 분이 아니면 접근하기 어려운 자료들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출국금지의 적법성 여부와 관련한 문제 제기도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수사 관련자가 민감한 수사 기록들을 통째로 특정 정당에 넘기고 이렇게 하는 것들은 공무상 기밀유출죄에 해당된다. 고발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절차적 정당성과 관련해서 긴급 출국금지의 적법성 여부의 논란을 촉발시킨 공익제보자라는 분이, 제가 판단하기에는 공무상 기밀유출 혐의가 분명히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윤회 문건’ 당시 문재인·박범계 “제보자 향한 유출 수사는 부적절”=법조계에선 상당히 부적절한 발언이란 지적이다. 박근혜 정부는 물론 다른 과거 정부에서 공익신고자·제보자에 대한 고소·고발은 ‘단골소재’였고, 이를 두고 당시 야당이자 현 집권세력인 더불어민주당 등은 ‘입막음 수사’라고 비판했기 때문이다. 실제 2014년 말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과 민변 등에선 문건 유출 경위만 문제 삼는 청와대를 비판했다. 당시 청와대는 문건 내용을 부정한 뒤 보도 매체 등에 문건 유출 책임 등을 물어 수사를 의뢰했다.

특히 당시 ‘비선 실세 국정농단 진상조사단’ 단장을 맡은 박범계 현 법무부 장관 후보자(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는 박 전 대통령의 청와대가 문건 유출에만 초점을 맞추자 “이 문건에 담겨있는 내용의 진위, 진상규명이 제일 먼저”라며 “여기에 담고 있는 내용들은 매우 경천동지할 만한 내용들이다.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보도를 한 매체를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으로 수사 의뢰를 한 것을 보면 이것을 단순한 ‘찌라시’ 모음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해당 제보를 문건 유출로만 몰고 가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자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문재인 현 대통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도 “정윤회 국정개입 보고서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인식과 태도가 정말 걱정스럽다”며 “대통령은 국민에게 죄송스러워야 하고 사과해야 마땅하다. (유출된) 문건에 근거한 언론의 의혹 제기를 비난하고 화내는 것도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문건 내용은 루머’라는 박 대통령의 단정이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가로막는 가이드 라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제 검찰 수사는 믿을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법조계 “그때는 맞고, 지금은 다르다는 건가” 비판=2015년 3월엔 김태년 현 민주당 대표(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는 “권력 비리 제보자는 대통령도 알아선 안 된다”며 ‘취재원보호법’ 제정을 추진했다. 이와 관련, 법조계 관계자는 “공익신고인에 대한 고발을 강조하기 전에 2014년 정윤회 사건 때 현 정부·여당이 어떤 말을 했는지를 돌이켜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공익신고자에 대한 고발 운운은 앞으로 권력비리를 제보하는 사람의 입을 막겠다는 것”이라며 “인권을 중시한다는 민변 출신 법무부 현직 간부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상당히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염유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