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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지식카페 게재 일자 : 2021년 01월 27일(水)
스마트폰이 심화시킨 ‘멀티태스킹’… 인지체계·정신건강에 도움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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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티이미지뱅크

■ 김민식의 과학으로 본 마음 - (17) 한 번에 하나만

휴대전화 수시로 들여다보는 습관·메시지 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과제 수행 방해
“만성적 스트레스 증가·뇌영역 손상” 연구결과 속속…다중작업의 효율성 높지않아


다음에 나오는 10개의 숫자를 보고, 처음 5개 숫자에 대해서는 각 숫자가 짝수인지 혹은 홀수인지를 대답해보고, 그다음 5개 숫자에 대해서는 각 숫자가 5보다 큰지 혹은 작은지를 빠르게 대답해보기 바란다. ‘3, 7, 4, 6, 9 / 2, 8, 1, 3, 7.’ 이번에는 앞서 본 같은 10개 숫자 중에 밑줄이 표시된 숫자에 대해서 홀수인지 짝수인지를 말하고, 밑줄이 없는 숫자에 대해서는 5보다 큰지 작은지를 빠르게 말해보기 바란다. 어느 경우가 더 시간이 걸리는가? 전체적으로 보면 두 경우 모두 다섯 번의 홀짝 판단과 다섯 번의 크기를 판단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같은 과제를 연속해서 수행하는 것이 서로 다른 과제를 번갈아서 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이처럼 과제 전환(task switch)에는 반드시 비용(cost)이 든다. 우리의 인지적 자원은 제한돼 있기 때문에 비용을 줄이고 인지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녀가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는데, 음악을 듣는 것이 공부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겠냐는 질문을 종종 받곤 한다. 공부하는 데 사용할 인지 자원을 음악 듣는 것에 사용한다면 당연히 공부에 방해 요소가 된다. 이 질문은 자녀의 각성 상태, 공부의 종류, 음악의 종류 등 여러 변인과 그 변인 간 상호작용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아 한마디로 대답하기가 어렵지만, 우선 각성 수준과 관련된 연구로 이야기를 풀어가겠다.

미국 심리학자인 로버트 여키스와 존 도슨의 이름을 딴 여키스-도슨 법칙(Yerkes-Dodson law)에 따르면, 우리의 각성 수준이 너무 낮거나 너무 높으면 과제 수행에 방해가 되고, 중간 정도의 적정한 각성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과제 수행에 도움이 된다. 각성 수준이 낮다는 것은 우리의 생리적, 정신적 상태가 졸리거나 긴장이 풀려 이완된 상태를 말하는데, 이런 상태에서 과제 수행 성과는 낮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각성 수준이 올라가면 과제 수행은 점점 좋아지고 적정 수준을 넘어 지나치게 긴장하고 흥분하는 등 각성 수준이 너무 높아지면 수행 능력은 다시 하락하게 된다.

그런데 최고의 과제 수행 능력을 보이는 최적의 각성 수준은 과제 난이도에 따라 달라진다. 과제가 쉬우면 수행 능력은 각성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아야 좋고, 과제가 어려우면 각성 수준이 조금 낮을 때 수행 능력이 좋아진다. 각성 수준은 주의 집중 상태나 정신적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단순한 반복 작업을 할 때는 신나는 노래를 들으며 각성 수준을 높이거나 적당한 스트레스를 가지고 작업하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정교하고 어려운 작업을 할 때는 높은 각성 수준이나 정신적 스트레스가 작업을 수행하는 데 방해가 된다.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공부가 지루하고 졸려서 자녀의 각성 수준이 낮은 상태라면 혹은 너무 쉬운 숙제를 하고 있다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각성 수준을 높이는 것이 공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적어도 공부할 때마다 졸면서 하는 것보다는 음악을 들으며 각성 수준을 높여 공부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또는 자녀가 수학에 대한 공포 때문에 그 과목을 공부할 때 과도한 불안과 스트레스가 있다면, 그 어려운 과목은 각성과 긴장이 높은 상태에서는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우므로 각성을 낮추고 스트레스를 완화해줄 수 있는 음악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정보를 선택하는 주의 차원에서 이야기하자면, 대부분 공부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고 따라서 음악이 자녀의 주의를 끄는 것이라면 공부에 방해가 될 수밖에 없다. 공부를 하는 뇌 영역이 사용하는 인지 자원과 음악을 듣는 뇌 영역이 사용하는 인지 자원이 중첩된다면 더욱 그렇다. 가령 듣고 있는 음악이 가사가 있는 노래라면 의미적 지식을 습득해야 하는 공부는 방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공부의 종류도 단순한 암기인지 아니면 대수나 도형 문제를 푸는 것인지, 풍부한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 것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노래를 들으면서 운전하는 것은 운전에 방해가 될까, 도움이 될까? 이 경우 역시 각성, 주의 차원, 운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졸린 운전자가 좋아하는 노래를 듣는 것은 적정한 각성 상태를 유지시켜 운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운전하는 데 사용되는 인지 자원과 노래를 듣는 데 사용되는 인지 자원이 거의 겹치지 않아 큰 문제가 없다. 운전하는 데는 주로 시각적·공간적·운동적 주의 자원과 어떤 일을 계획하고 조절, 통제하는 집행 기능 등이 사용되는데 노래를 감상하는 데는 주로 청각적·언어적 주의 자원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대화하면서 운전하는 것은 어떨까. 운전에 방해가 될까? 적정한 각성 상태라면 대화는 분명 운전에 방해가 된다. 대화하는 것과 운전하는 것 모두 주요한 인지 자원인 집행 기능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2004년 한상훈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와 필자가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지에 발표했던 연구에서는 컴퓨터 모니터에 제시된 자극들 가운데 특정한 표적 자극을 찾는 시각 탐색 과제(예를 들면, 여러 ‘L’ 자극 중 ‘T’ 자극이 있는지 찾는 과제)를 수행할 때 마음속에서 단순한 숫자 암산(예를 들면, 200에서 3씩 빼 나가는 암산)을 하면 탐색 수행 능력이 크게 떨어짐을 발견했다. 이 연구는 우리의 시각 탐색 과정에 집행 기능이 개입하는지를 밝히려는 목적으로 수행된 기초연구지만, 일상생활에서 무엇인가를 찾거나 운전하며 시각적 탐색을 하는 상황에도 이 연구 결과가 충분히 적용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즉,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인지 자원을 소모해 동시에 수행하는 다른 과제에 방해를 주는 것이다.

인지심리학자들은 우리가 과제를 수행할 때 주의 집중이나 정교한 계산 등 많은 인지 자원이 필요한 정보처리를 ‘통제처리’라고 부르고, 이와 대조적으로 인지적 자원이 거의 소모되지 않는 정보처리를 ‘자동처리’로 구분하고 있다. 복잡한 장면에서 표적을 찾는 일(예를 들면,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에서 종양을 찾는 일)이나 복잡한 도로 상황에서 운전할 때는 통제처리가 필요하다.

통제처리가 요구되는 과제를, 연습을 통해 자동처리로 수행하는 것이 가능할까? 1977년 미국의 심리학자 슈나이더(Schneider)와 시프린(Shiffrin) 교수가 수행한 일련의 실험에서 그것이 가능함을 증명한 바 있다. 여러 문자들(방해자극) 가운데 특정한 문자(표적)를 찾는 과제를 수행할 때 처음에는 통제처리가 필요했지만 2000회 이상 연습한 후에는 일반인들도 표적을 자동적으로 찾을 수 있음을 보였다.

처음에는 통제처리로 하던 일들이, 반복된 수행이나 연습을 통해 자동처리로 전환되는 예는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컴퓨터 자판으로 처음 문서를 작성할 때는 통제처리를 해야 하지만, 오랜 기간 문서 작업에 익숙해지면, 자판 배열에 주의하지 않더라도 자동적으로 타자를 칠 수 있게 된다. 초보운전의 경우에는 운전에 온통 신경을 써야 하지만 운전에 익숙해지면 라디오도 듣고 시야도 넓어지면서 이전보다는 주의를 분산시킬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하지만 운전에 충분히 익숙해져 많은 운전 조작을 자동처리하게 됐다고 해도 도로 상황은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운전은 늘 주의 자원을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많은 이가 운전하면서 핸즈프리로 통화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얘기한다. 운전하면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것 역시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미국 대학생 중 90% 이상이 운전 중에 문자를 보내거나 본 적이 있다고 보고하고 있으며, 이런 수치는 우리나라의 경우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대부분 사람이 그 위험을 알고 있으나 과소평가하며, 자신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2001년 심리과학지에 실린 스트레이어(Strayer)와 존스턴(Johnston)의 실험연구 결과에 따르면 운전 중 휴대전화로 대화하는 것은 운전에 명백한 장애 요소로 작용한다. 운전만 하는 조건과 비교했을 때 통화하는 동안 정지 신호를 놓치는 경우가 2배 이상으로 증가했고, 정지 신호에 브레이크를 밟는 속도도 평균 0.1초 이상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휴대전화를 손으로 잡고 대화하든 핸즈프리로 하든 관계없이 운전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운전 중 동승자와 대화하는 일은 대부분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주의가 필요한 교통 상황일 때는 운전에 분명 방해 요인이다. 일반적으로 동승자는 운전자와 함께 교통 상황을 주시하면서 대화하므로 인지 자원의 적절한 분배가 가능하다. 주의가 필요한 위험한 운전 상황에서 동승자가 산만한 얘기를 이어가거나 운전자의 즉각적 대답을 요구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반면 휴대전화의 대화 상대는 현재 교통 상황을 알지 못하고 운전자 역시 운전 흐름과 무관하게 대화를 이어나가려 해서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실제로 조수석의 동승자가 현재 교통 상황에 관심을 두지 않고(가령 자신의 스마트폰을 보면서) 운전자와 대화하는 경우는 운전자가 휴대전화로 통화하면서 운전하는 것과 같은 부정적 효과가 있음을 스트레이어 등의 후속 연구에서 밝힌 바 있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동시에 여러 일을 하는, 소위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은 일상이 돼버렸고, 특히 스마트폰 사용은 이런 현상을 심화시켰다. 많은 사람이 일하거나 TV를 보면서, 식사하면서, 걸으면서, 심지어는 누군가와 대화하면서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문자를 하거나, 소셜미디어를 서핑하거나, 주식 창을 보거나, 게임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까지 수행된 많은 과학적 연구에서는 멀티태스킹이 우리의 인지 체계나 정신건강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만성적인 스트레스·우울·불안 등을 증가시키고 인지 통제력이나 작업 기억 능력의 저하와 이를 담당하는 뇌 영역의 손상으로 이어진다고 보고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 한 연구는 자신의 스마트폰이 옆에만 있어도 복잡한 인지 과제 수행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하고 있는데, 이는 스마트폰을 수시로 들여다보는 습관이나 메시지가 올 수 있다는 기대 등이 과제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명백하고 치명적인 멀티태스킹의 악영향이 밝혀졌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사람이 멀티태스킹을 하고 있다. 심지어 멀티태스킹은 유능한 것이고, 성과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라 믿기도 한다. 하지만 과학적 연구 결과들은 이런 믿음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 용어설명

여키스-도슨 법칙(Yerkes-Dodson law)

미국 심리학자 로버트 여키스와 존 도슨의 이름을 딴 법칙. 이들에 따르면 인간의 각성 수준이 너무 낮거나 너무 높으면 과제 수행에 방해가 되고, 중간 정도의 적정한 각성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과제 수행에 도움이 된다. 각성 수준과 수행 수준이 ‘거꾸로 된 U자형 함수관계’를 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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