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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Deep Read 게재 일자 : 2021년 01월 28일(木)
‘다주택자 = 투기꾼’ 신념이 부른 부동산 재앙… 올해도 정상화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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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부동산정책 대책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오른쪽은 지난해 시민들이 ‘임대차 3법 반대’ 등을 구호로 내걸며 시위하는 모습.

■ 결산과 전망 ⑤ 부동산정책

文, 사과했지만 이미 총제적 난국에…‘핀셋 규제’가 강남 → 강북 → 지방 → 서울로 돌아오는 ‘역풍선 효과’
정책 실패, ‘전술적 선택’ 아닌 ‘기본적 신념’의 문제…‘다주택자 = 불로소득자’ 아집 버려야


2020년 부동산시장은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 해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실패를 인정하고 사과할 정도로 부동산시장은 ‘총체적 난국’이라 할 만큼 엄중한 상황에 빠졌다. 앞으로 공급을 늘리겠다는 문 대통령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정부 규제의 고질적 경직성이 계속되고 ‘다주택자는 죄인’이라는 신념에 빠져 있는 한, 2021년의 부동산시장 역시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가장 극단적인 규제의 한 해

문 대통령이 “예상 못 했던 가구 수의 증가”라는 변명을 달았지만, 올해 들어 두 번씩이나 사과할 만큼 지난해는 전국이 부동산 급등세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주택시장에서 ‘핀셋 규제’라는 명목 아래 이뤄진 조정 대상 지역의 계속된 확대로, 서울 강남에서 강북으로, 다시 경기도로 퍼져나가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가 지방으로까지 파급되고, 서울로 되돌아오는 ‘역풍선 효과’를 일으키는 총체적 난국이 됐다. 지난해 성적표를 아파트 실거래가지수 가격 상승률로 살펴보면 전국 18%, 지방 광역시 17%, 서울 20%, 경기도 25% 등이다.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세종시로 무려 69%이고 그다음이 도봉·노원구 등 서울 동북권으로 28%다.

지난해 문 대통령의 발언 중 ‘설화’에 가까운 건 서울 아파트 누적 가격상승률에 대한 것이었다. 국민이 체감하는 가격 급등이 사회적 이슈가 된 지 오래고, 정부도 20여 차례 대책을 쥐어짠 상황에서, 집권 3년간 가격상승률이 10%대에 불과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실제로는 문 정부 집권 3년 반이 흐른 지난해 말까지 서울의 경우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지수로 66%의 누적 상승률을 기록했다.

◇대통령의 이상한 진단

지난해는 주택시장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가장 극단으로 치달았던 한 해이기도 했다. 다주택자 담보대출 금지란 초유의 대출 규제와 종합부동산세율 인상 등을 포함한 대책이 나오기가 무섭게 4개 법정동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을 포함하는 6·17 대책이 나왔다. 이어 종합부동산세 상한 6%·취득세율 최고 12%·양도소득세율 최고 75%란 다주택·법인을 겨냥한 강력한 과세를 골자로 하는 7·10 대책이 있었고, 임대차 3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한결같이 다주택자를 죄인으로 몰아가는 법안들이었다. 이로 인해 전세물건의 급감과 전셋값 급등 현상이 발생하자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위주로 한 11·19 대책이 발표됐지만, 오히려 전세시장의 불안이 매매시장으로 옮겨붙는 양상으로 번져나갔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부동산 정책 실패의 원인을 “예상하지 못했던 61만 가구의 급격한 증가”라고 진단했다. 물론 이런 증가 수치는 인구수 감소가 시작된 첫해 가구 분화 가속화라는 연속적인 추세의 선상에서 판단해서도 정상적이라고 보기 힘든 숫자다. 하지만 이런 가구 급증이 가격 상승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적절한 진단이 아니다. 증가 가구의 대부분이 1인 가구인데 아파트 수요층은 가족형 가구이기 때문이다. 특히 1인 가구 수의 급증은 정부의 다주택자에 대한 지나친 규제와 과세에 따른 것이다. 규제와 과세가 가구 분화와 증여를 부추겼는데도, 가구 분화가 부동산 급등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처럼 진단한 것은 인과관계가 뒤집힌 억지 논리다.

◇올해도 정상적 조정 어려워

그럼 올해의 부동산시장은 어떨까.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제시한 공급 확대 방안은 아직 세부적인 대책들이 제시되지 않은 단계인데, 뒤늦게 시작하는 공급 대책은 원래 다음 정부의 것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만들어진 도심 공급 확대책은 단기적인 가격 안정 효과를 내기보다는 오히려 개발 기대감에 따른 단기적인 가격 상승을 촉발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러면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를 언론 및 국민과 또 한 차례 씨름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시장의 신호를 무시하고 왜곡하다 뒤늦게 밀려서 반응한 대가다.

단기적으로 시장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둘 경우 다주택자들의 매물을 시장에 나오게 하는 것이 최적의 방안은 아니더라도, 일단은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완화가 카드가 될 수 있다. 다만 일시적인 유예가 아닌 시장 정상화를 위한 장기적인 방향성을 위한 선택이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신년회견에서 “공급에 있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려 한다”면서도 기존의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실제로 지난해 정부는 다주택자의 불로소득을 철저히 환수해야 한다는 아집에 사로잡혀 집권 초기부터 발생 가능성이 있었던 시장 조정 과정에 능동적으로 임하는 데 실패했다. 문 대통령 신년회견에 미뤄보건대 이번에도 그런 아집을 버릴 거라고 예상하기는 쉽지 않고, 따라서 올해 시장의 정상적인 조정 과정이 실현될 가능성도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잉신념이 낳은 정책 재앙

올해엔 지난해 이미 도입된 최고세율 종부세 6%·취득세 12%·양도소득세 75%라는 극단의 과세 대책들이 시행된다. 전·월세 신고제 6월 시행으로 임대차 3법도 완결된다. 이렇게 되면 올해 극도로 강화된 종합부동산세와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라 전가될 재산세 부담이 전세 및 월세의 급등, 월세로의 전환 가속화를 초래하게 되고, 고통을 겪는 가구들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실패는 단순히 ‘전술적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신념’의 문제에 따른 것이며, 이데올로기화한 과잉신념이 초래할 정책적 재앙에 대한 나 몰라 식의 태도가 불러온 것이다. 이런 신념과 태도가 ‘부분적인 실패’를 인정하는 데만 4년이나 걸리는 규제의 고질적 경직성, 그리고 귀가 아프게 제기된 문제점에도 규제 기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정책적 오기를 불렀다.

따라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부동산 가격 상승을 투기 때문이라며 ‘정부의 실패’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지 말고, 시장에서 수급 불일치로 인해 발생하는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받아들여, 시장 신호를 생산 활동의 강화로 연결하겠다는 각오다. 문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정권교체라는 지우개로 지워지는 굴욕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뼈아픈 현실적 타협이 필요하다. 이때 가장 상징적이고 효과적인 변화는 다주택자들의 긍정적인 기능을 수용하는 것이다. 그 안에 매매시장 관리를 위한 과세제도, 그리고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한 세부 선택들이 담겨 있다.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전 아시아부동산학회장


■ 세줄 요약

극단적인 규제의 한 해 : 지난해 부동산시장 폭등은 서울 강남→ 강북→ 지방→ 서울로 되돌아오는 ‘역풍선 효과’를 발생시키며 총체적 난국이 됨. 정부 규제는 극단으로 치달았음. 대통령은 실패 원인을 ‘가구 수의 급격한 증가’에서 찾는 이상한 진단을 내림.

올해도 정상적 조정 어려워 : 하지만 실제로는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와 과세가 가구 분화와 증여를 부추긴 것. 대통령은 특단의 공급 대책을 마련하겠다면서도 기존의 투기 억제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 올해도 정상적인 조정 과정이 실현될 가능성은 낮아.

과잉신념이 낳은 정책 재앙 :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는 전술적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이데올로기화한 과잉신념이 초래한 정책적 재앙임. ‘정부의 실패’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지 말고, 다주택자들의 긍정적인 기능을 적극 수용하는 등 정책 변화를 이뤄야 함.

■ 용어 설명

‘핀셋 규제’란 투기가 과열되는 동네나 아파트 단지를 콕 집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겠다는 투기 억제 방식.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핀셋 규제로 잡히지 않고 다른 지역의 투기와 집값 상승을 부름.

‘1인 가구’의 증가 추세 배경에는 결혼 연령 상승과 미혼율 증가, 고령화 등이 있음. 하지만 이는 최근의 일관된 흐름임. 특히 지난해 다주택자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이를 부추겼다는 게 일반적 분석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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