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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우석의 푸드로지 게재 일자 : 2021년 01월 28일(木)
소가죽 빼고… 못 먹을 게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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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 초원의 우설.

■ 소고기 특수부위의 세계

소머리·우족, 탕·수육으로 즐겨
부드러운 우설…요즘 구이 인기
양무침, 담백하고도 감칠 맛
마나, 피맛 살짝…호불호 갈려
어복쟁반 쓰이는 유통선 치즈맛
‘대동맥’ 오드레기,씹으면 오도독


정말 ‘머리부터 발끝까지 핫이슈’다. 노래 가사이기도 하지만 소고기에 적용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소고기는 버릴 게 없을뿐더러 살코기와는 또 다른 맛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십이간지야 원래 음력이 기준이니 이제 설을 쇠고 나면 진정한 소띠 해, 신축(辛丑)년이 시작된다. 한민족 단백질의 근원 소고기를 아니 말할 수 없다.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소고기를 세분화해서 먹는 ‘고기 좀 먹어본 민족’이다. 다산은 목민심서에 ‘나라에서 매일 잡는 소가 500마리에 개인이 잡는 소가 500마리’라 기록했다. 미국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는 한국인은 소고기를 먹을 때 120종의 부위를 가려서 식용한다고 했다. 35종을 먹는 영국인과 프랑스인의 4배에 이른다. 소를 한 마리 잡으면 가죽 빼고는 다 먹었대도 과언이 아니다. 백정은 살코기와 가죽을 우주(牛主·소 주인)에게 내주고 나머지 내장과 대가리, 다리, 꼬리, 피 등을 삯으로 받았다. 뼈와 수구레(가죽과 진피 사이 콜라겐 덩어리), 등골까지 챙겼다. 이를 유통하니 그나마 일반 대중이 저렴하게 소고기를 맛볼 수 있었다. 갈비나 등심 등 익숙한 ‘그냥 소고기’ 이외에 각각의 특수부위를 취급하는 맛집을 두루 찾아봤다.

▲  위 사진부터 용산의 와와소머리탕, 청춘구락부의 양깃머리, 남포면옥의 유통, 부민옥의 양무침.

◇소머리=와와소머리탕. 특수부위 중 대표적인 것이 소 대가리다. 일명 ‘소머리’라 불리는 이 부위는 원래 맛이 좋고 다양한 먹거리가 쏟아진다(누가 어두육미라 했나). 1924년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소머리에는 12가지 맛이 있으며 혀는 연하고 구수해 맛이 가장 좋으며 혀밑 살 또한 좋다’고 했다. 우족(牛足) 역시 식감이 좋아 탕이나 수육으로 즐긴다. 용산 삼각지에 있는 와와는 소머리와 우족을 취급한다. 쫀쫀하고 속은 부드러운 수육은 씹을수록 고소한 맛을 낸다. 찜과 전골로도 내니 식사로도 안주로도 딱이다.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62가길 18. 소머리탕 1만 원, 소머리 수육(소) 3만5000원, 우족전골 5만 원.

◇혀(우설)=초원. 앞서 맛이 가장 좋다던 소 혀는 탕에도 들어가지만 요즘은 구이용으로도 많이 팔린다. 우설(牛舌)과 혀밑 살은 연하고 구수한 데다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까지 있어 마니아층을 사로잡고 있다. ‘혀’라 하면 미간부터 찡그리는 이들도 있지만 외국에서도 고급 식재료로 즐기는 부위다. 특히 선도 좋은 우설은 구이용으로 맛이 좋다고 입소문이 나서 저변이 넓어지는 추세다. 일명 ‘동그랑땡’이라 불리는 냉동 등심 주물럭과 특상 우설, 양대창 등을 판다.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80길 7. 2만7000원.

◇양깃머리(특양)=청춘구락부. 초식동물은 소화 과정이 길어 내장이 크다. 소는 밥통만 해도 4개고 소창, 대창도 잔뜩 들었다. 간, 염통, 허파, 지라 등도 제법 큼직하고 선지도 많이 받을 수 있다. 이 중 으뜸으로 치는 것은 양(첫 번째 위)이다. 다들 헷갈리는 것이 양과 양깃머리(위장을 움직이는 근육)다. 양깃머리는 졸깃한 맛이 일품이고 구수한 육즙을 품어 고급 구이용으로 쓰인다. 지방이 거의 없어 담백하지만 단백질 특유의 감칠맛을 품고 있다. 연분홍색의 신선한 양깃머리는 주로 기름기 많은 대창과 함께 구이로 즐긴다. 서울 마포구 토정로 308. 3만2000원.

◇양무침=부민옥. 당연히 가축 양(羊)은 아니다. 첫 번째 위장을 뜻하는 양은 삶아 먹거나 탕을 해 먹는다. 구수한 맛은 물론, 연한 식감까지 갖춘 양은 부들부들해 소화도 잘돼 몸보신 및 환자 회복용 식재료로 쓰였다. 특히 쪽파와 양파 등 채소를 곁들여 슬쩍 양념한 양무침은 최상의 안줏감이다. 씹으면 뽀얀 육즙이 배어 나온다. 담백하고도 감칠맛이 빼어나다. 해장과 보신에 좋은 별미 양곰탕도 판다. 서울 중구 다동길 24-12. 3만 원(소).

▲  대구 왕거미식당의 오드레기.

◇마나(지라)=이문설농탕. 비장(脾臟)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만하라고도 한다. 피 맛이 살짝 감돌아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지만, 그 때문에 찾는 이도 많다. 설렁탕에 넣으면 그냥 사골과 내장으로만 끓여낸 것보다 부드럽고 진한 맛이 일품이다. 이 집은 명실공히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노포 식당. 116년이 됐다. 옛 방식대로 소머리와 마나 등 특수부위를 넣고 끓여내 풍미가 강한 편. 설렁탕과 머리탕을 팔고 마나 수육도 따로 판다.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38-13. 설렁탕, 머리탕 각 1만 원, 마나 1만5000원.

◇도가니=황소집. 도가니는 소 뒷다리 무릎 연골을 지칭하는 말이다. 슬개골과 주변을 감싸는 힘줄(스지)을 함께 묶어 도가니라 부른다. 살점이 살짝 붙어 있어 다양한 맛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부위다. 콜라겐 덩어리 연골과 힘줄을 함께 발라내 찜이나 탕을 끓인다. 황소집은 도가니 요리로 이름난 곳이다. 1965년 개업해 환갑을 바라볼 만큼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집으로 변치 않는 전통의 맛을 고집하는 노포다. 서울 중구 충무로2길 2. 1만8000원.

◇꼬리=진주집. 소꼬리는 마리당 달랑 하나라 귀한 부위다. 소가 항상 꼬리를 흔들기 때문에 지방이 거의 없고 고소하고 진한 맛을 내, 옛날부터 고급 식재료로 꼽혔다. 국물을 내도 좋고 찜을 하면 더욱 맛있다. 가운데 별 모양의 뼈가 박혔는데 이를 들고 발라먹어도 든든하다. 남대문시장 안에서 꼬리곰탕으로 유명한 집으로 전국에 소문났다. 탕에도 고기가 들었지만 꼬리토막을 주문하면 좀 더 큰 덩어리를 내준다. 아예 푸짐히 즐기려면 방치찜이나 꼬리찜을 시키면 된다.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4길 6-1. 꼬리토막 2만5000원.

▲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유통=남포면옥. 유통은 암소의 젖 부위 살이다. 조직 속에 유선이 촘촘히 박혀 있어 연하고 뽀얀 데다 살짝 치즈 맛까지 난다. 주로 어복쟁반에 넣어 먹는 특수부위로, 다른 메뉴에선 쉽게 접하기 어렵다. 반세기 이상 이북식 음식을 팔고 있는 다동의 터주 격인 남포면옥은 저며낸 유통과 수육, 채소를 국물에 익혀 먹는 정통 평양식 어복쟁반이 시그니처 메뉴다. 추운 날 따끈한 국물과 함께 즐긴다. 고기와 채소를 건져 먹은 후 만두와 떡, 냉면사리를 넣어 먹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서울 중구 을지로3길 24. 6만5000원부터.

◇염통=마포곱창타운. 원래 염통은 운동량이 많아 지방이 거의 없다. 기름기의 고소한 맛 대신 피 맛이 배어 진한 풍미를 낸다. 씹는 맛이 좋아 염통만 찾아다니는 사람도 많다. 소와 돼지 내장을 구워 파는 곱창집인데 염통만 따로 주문할 수도 있다. 워낙 잘되는 식당이라 간과 처녑도 늘 신선하다. 서비스로 넉넉히 내준다. 서울 마포구 동교로27길 20. 1만4000원.

◇심혈관=왕거미식당. 씹을 때 오도독 소리가 나서 일명 ‘오드레기’라 불린다. 소의 대동맥 부위로 작은 파이프처럼 생겼는데 나오는 양이 적다. 이를 펼쳐 숯불에 구워낸다. 대구식 뭉티기(생고기) 집인데 오드레기 때문에 찾는 사람이 많다. 부드럽게 저민 양지 불고기와 함께 올려준다. 뽀얀 등골도 판다. 생으로 먹는데 치즈처럼 부드럽다.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 696-8. 4만3000원.

◇허파=닭내장집. 상호엔 ‘닭’자가 들었지만 소 허파 찌개 또한 이 집의 별미다. 구멍이 숭숭 나 부드럽고 씹을수록 구수한 허파를 칼칼한 국물에 팔팔 끓여낸다. 값도 저렴하고 푸짐한 데다 살코기보다 훨씬 연해 소주 한잔과 함께 안주로 즐기기에 딱이다. 서울 서대문구 수색로 28-5. 1만5000원.

놀고먹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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