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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Science 게재 일자 : 2021년 02월 03일(水)
“뇌는 정보 해석 넘어 창조하는 역동적 미래 예측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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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지 신경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대가(大家) 유리 부자키 교수가 지난해 덴마크 연구기관이 초청한 한 토론회에서 ‘인사이드 아웃’ 뇌 개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뇌과학의 혁명아’ 美 뉴욕대 의대 부자키 교수

전통적 연구는 ‘정보 흡수하는 뇌’ 인지 기능에 더 관심
뇌 속엔 학습패턴 원래 내장, 자극 맞춰 적절한 해석 추출
경험으로 얻은 자기조직적 연결망으로 ‘머릿속 시스템’ 구축


“뇌는 정보를 처리(해석)하는 게 아니라 ‘창조’하는 역동적인 미래 예측기계입니다.” ‘뇌과학의 혁명아’ 미국 뉴욕대 의대 유리 부자키 교수는 지난달 현지와 연결된 원격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단언했다.

그의 견해는 수백 년간 내려온 ‘빈 서판(Tabula Rasa)’ 이론을 180도 뒤집는 혁신에 가깝다. 부자키 교수가 ‘밖에서 안으로(Outside In) 프레임’이라 부르며 비판하는 이 주류 이론은 인간의 뇌가 태어날 때 텅 빈 백지상태였다가 하나둘씩 경험을 쌓음에 따라 학습 기억이 축적되고 상호 연결망도 강화되면서 성숙해간다는 시각이다. 반면 그의 ‘안에서 밖으로(Inside Out) 프레임’은 뇌 속에 원래 무작위 패턴이 수없이 많이 내장돼 있으며, 행동(action)을 통해 탐색한 외부 세계의 감각 정보를 여기에 비교해보며 가장 생존에 최적화된 시나리오를 골라 미래를 그려나간다는 주장이다.

부자키 교수는 신학·철학·심리학 등 쟁쟁한 선배 학자들이 정립해둔 세계관에 정면 도전하는 신선한 인지 신경과학 실험 결과를 잇달아 내놓은 공로로 2011년과 2020년에 각각 유럽과 미국의 유수 뇌과학단체에서 주는 큰 뇌과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2011년 저서 ‘뇌의 리듬(Rhythms of the Brain)’에 이어, 2019년 ‘안에서 밖을 보는 뇌(The Brain from Inside Out)’를 펴내며 자신의 연구 성과를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리고 있다. 국내 출간도 머지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의 인식과 기억 등 ‘마음(mind)’을 다루는 전통적 접근법인 ‘아웃사이드 인’ 관점을 벗어나 ‘인사이드 아웃’의 새로운 프레임으로 뇌를 보자고 제안하셨다. 착안하게 된 계기는.

“전통적인 뇌과학은 뇌 자체보다 마음(인지)에 더 관심이 있었다. 어떻게 정신이 우리 주위의 세계를 받아들이는지를 궁금해한 것이다. 멀리 거슬러 올라가면 2000년 전 그리스 시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이래 중세의 신학자와 16세기 흄·로크 등 영국의 경험주의자, 19세기 실험심리학의 창시자 윌리엄 제임스 같은 거의 모든 과학자는 뇌를 스펀지처럼 일방적으로 외부 정보를 흡수하는 도구라 생각했다. 뇌과학자들도 이런 프레임을 전수했다. 내겐 큰 모순으로 느껴졌다. 도대체 이런 아웃사이드 인 모델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그리스 철학이 기독교와 결합하면서 유럽을 지배하게 됐다는 결론이 나왔다. 종교는 삶의 목적이 세상을 배우는 것이라고 본다. 외부의 아이디어를 머릿속에 끌어모은 다음, 뇌가 그 속에서 진실을 찾아낸다. 여러분은 그 과정에서 좋다, 나쁘다를 선택해 판단한 후 좋은 것만 골라 보존한다. 그리고 인간만이 이렇게 옳은 결정을 할 수 있다고 기독교인은 여겼다. 그 바탕에 신이 있다. 의사결정자, 중재자, 자유의지, 뭐라 불러도 좋다. 센서인 감각기관에서 수집한 정보는 뇌(마음) 속의 어떤 결정주체가 판단한 후 반응(행동)으로 나타난다. 매우 수동적이고 절차적이다. 그런데 심리학도 이런 용어를 계승했다. 기억, 의식, 동기부여, 감정…. 이들은 유럽인에 의해 발명된 용어, 개념에 불과하다. 추상적 관념이다. 그런데도 과학자들은 이걸 사실이라 믿고 있다.”

―당신의 접근법은 무엇이 다른가.

“과거 프레임은 개별 케이스를 모아 전체를 이해하려는 환원적 방법이다. 뇌 블랙박스를 향해 외부에서 자극을 가해 밖으로 나오는 정보 조각을 다 모으면 하나의 그림이 완성된다는 개념이다. 지금까지의 실험을 살펴보자. 동물 또는 사람이 있다. 시각·청각 자극을 가한다. 그리고 관찰자(연구자)가 상황별로 뇌에서 나오는 뇌파 등 산출물을 측정한다. 이렇게 해서는 그 동물(사람)의 뇌 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종합적으로 알 수 없다. 내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뇌 속에는 외부 정보에 대응하는 거의 모든 종류의 학습 패턴이 원래 내장돼 있고, 감각 자극 입력과 반응 행동의 출력에 맞춰 가장 잘 맞는 해석을 추출해 세계를 인식한다. 우리는 머릿속에 사전, 즉 하나의 시스템을 내장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헝가리 사전이 있다. 사전 자체는 한국어도, 헝가리어도 이해 못하지만 번역할 수는 있다. 내 뇌 모델은 모든 패턴이 사전에 존재하는 무의미(non-sense) 사전이라 할 수 있다. 행동으로 획득된 경험을 통해 이 패턴은 의미를 갖게 된다. 뇌는 자기조직적 연결망(self-organized network)을 갖고 있다. 스스로 미리 만들어놓은 뇌 연결의 패턴이다. 그 레퍼토리는 매우 다양하다. 캄캄한 두개골 속 좁은 방 안에 갇힌 뇌는 외부를 탐색하기 위해 눈동자를 굴린다거나 팔다리를 흔드는 등 ‘행동’을 한다. 그 결과로 들어온 입력정보와 내장된 패턴을 맞춰보고 가장 그럴듯한 ‘해석’을 내린다. 그리고 이런 예측을 되풀이한다. 인사이드 아웃 뷰라고 한다. 외부 환경과 뇌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보는 관점이 과거 아웃사이드 인 뷰와는 매우 다르다. 뇌는 자기조직화를 통해 발달한다는 내재론 모델은 많은 장점이 있다.”

부자키 교수의 ‘인사이드 아웃’ 관점은 뇌를 행동-결과의 반복적 시퀀스를 바탕으로 외부 세계를 해석한 다음, 하나의 시나리오로 만들어내는 작가로 본다. 뇌는 자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부단히 행동(운동)을 통해 외부를 탐색하는 모험심 강한 탐험가이기도 하다. 가만히 앉아 단순히 외부 정보를 받아먹는 수동적 해석기가 아닌 것이다. 뇌를 예측기계라고 부를 때 이 ‘예측’은 뇌가 파악한 외부 세계의 모습이다.

내가 본 모습과 네가 본 모습은 다를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뇌는 정보를 처리(해석)하는 게 아니라 창조하는 셈이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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