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영화로… 드라마로… 시간을 넘어 만나는 제인 오스틴 ‘안내서’

  • 문화일보
  • 입력 2021-02-0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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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무비 클럽│최은 지음│북인더갭

평생 비혼으로 살았던 제인 오스틴은 끊임없이 ‘결혼 이야기’를 썼다. 얼핏 한순간에 신데렐라가 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처럼 비쳐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연애와 결혼에 대한 환상이나 동경에 기댄 작품을 쓴 적이 없다. 오히려, 당대 결혼 제도의 현실을 날카롭게 파헤쳤다. 그가 결혼의 어떤 부분을, 어떻게 들여다봤는지를 아는 것. 그것이 이 시대에도 오스틴 추종자와 ‘덕후’가 계속 늘어나는 현상을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출간된 모든 작품이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등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 꾸준히 재해석되는 생명력의 비밀을 푸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문학과 영화의 상호작용에 관심을 가져온 저자의 책은 이 길의 친절한 안내자이자 유혹자이다. ‘오만과 편견’부터 ‘레이디 수잔’까지 오스틴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26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톺아보는 책은 “읽고 또 읽고, 보고 또 봐도 오스틴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기 때문에 결국 오스틴에 중독되고 만다”고 한 바로 그 ‘세계’로 우리를 끌어들인다.

그 세계의 비밀 중 하나는 날카로움이다. 비혼 여성인 오스틴에게 글쓰기는 취미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였다. 따라서 오스틴은 자신이 가지 않은 다른 길, 즉 ‘결혼시장’에서 내몰린 여성들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지켜내는가에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오스틴이 작품 곳곳에 여성들의 다양한 생존 전략을 심어 뒀다면서 ‘오만과 편견’의 샬럿을 예로 든다. 샬럿은 친구 엘리자베스로부터 퇴짜를 맞은 다소 매력 없는 남자 콜린스와의 결혼을 선택한다. 엘리자베스는 내내 이를 이해하지 못했는데, 결혼 후 남편과는 별개로 ‘자기만의 공간’을 꾸리는 샬럿을 보며 그 ‘최선의 선택’을 인정한다. 저자에 따르면 오스틴의 가장 큰 미덕은 모든 여성을 품는 것이다. 자존감을 지키며 남자들의 청혼을 거부하는 엘리자베스의 용기나, 터전을 잃거나 몰락한 낮은 신분의 여성들이 제도적 한계 속에서도 치열하게 생존을 고민하고, 지혜로운 결정을 내리는 것을 존중한다. 여기엔, 오스틴의 선량한 동료의식이 짙게 깔려있다.

오스틴 ‘덕후’임에 틀림없을 저자는 다른 ‘동지’들을 위해 현대적으로 각색된 오스틴의 작품들도 새로운 해석과 시각을 담아 소개한다. ‘제인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식의 질문을 던져 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미스터 다아시와 브리짓의 낭만적인 연애가 현대 싱글 여성들이 중심이 된 서사로 변신한 ‘브리짓 존스의 일기’부터 B급 좀비 영화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이것이야말로 오스틴 팬덤의 끝판왕이라고 하는 ‘오스틴랜드’에 이르기까지, 역동적이고 개방적인 다양한 작품들을 편견 없이 소개한다. 오스틴이 다양한 여성들의 삶을 품었듯, 오스틴을 각자의 모양과 각자의 색깔로 사랑하는 모든 독자의 취향과 꿈을 존중하는 건 이 책의 미덕이다. 360쪽, 1만80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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