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애플과 ‘자율주행차 제작’ 협의 진행 않고있다” 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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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결정된 바 없다”서 ‘공동개발 협상’ 공식 부인
애플 위탁업체 전락·제네시스 전기차 판매영향 등 고민
업계 “자율주행차 명시… 전기차 부문선 협력 가능성도”

현대자동차그룹이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 일명 ‘애플카’ 제작 협의설과 관련, 8일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공시했다. 현대차그룹은 이외 일절 부연 설명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애플과의 협상 중단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모비스는 이날 오전 일제히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 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 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면서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공시했다.

앞서 현대차, 기아는 지난달 공시 때는 애플과 관련한 언급 없이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 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고만 했다. 당시엔 애플과의 협의를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은 협의 중이 아니라고 공개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공시 내용은 ‘애플과 논의가 진행 중이었지만 현재는 중단됐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업계 핵심 관계자도 “처음부터 협상 자체가 없었다면 지난달에 이미 부인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애플과의 협력이 완전히 틀어진 것인지, 재개 가능성이 남아있는지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과 같은 빅테크 회사와 협력할 수 있는 회사는 제한적”이라며 “이런 기업들의 경우 ‘협력하고 있다’고 중간에 알려지면 협상이 틀어질 수도 있는데, 이번 건은 아직 어떻게 될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애플 관련 문장에 ‘자율주행차’라고 명시한 것으로 보아, 자율주행차가 아닌 전기차 부문에서만 협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공시에서 여러 업체에서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 요청을 받았다고 밝히면서도, 애플에 대해서만은 ‘자율주행차’ 개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표현했다.

애플이란 파트너를 놓치기는 아깝지만, 애플의 위탁생산 업체로 전락할 위험성도 있기에 현대차그룹의 고민이 길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해석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 위탁생산 업체로 이미지가 굳어지면 고객사 확장이 쉽겠느냐”며 “특히 애플이 기아와 협업해 프리미엄 전기 승용차를 만든다면, 똑같은 E-GMP 플랫폼을 쓴 제네시스 전기차가 팔리겠느냐”고 반문했다.

앞서 여러 매체는 현대차그룹이 애플과 전기차 공동 개발 협상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이 설계를, 현대차그룹의 기아가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서 생산을 각각 맡을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지난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가 ‘애플이 최근 현대차그룹과 관련 협상을 중단했다’고 보도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블룸버그는 수년간 개발 프로젝트와 공급 업체 정보를 비밀에 부쳐왔던 애플이 전기차 관련 논의 소식이 알려지자 화가 났을 것이라며 양사 논의가 언제 재개될지 불분명하다고 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는 “애플이 일본 자동차 업계에도 협력을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이정민·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