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상담소>Q. 자기 표현 잘 하지 않는 남편이 답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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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고민

결혼 3년 차입니다. 남편은 참 성실하지만 애정표현이나 자기표현을 잘 하지 않습니다. 뭘 해줄까 물어봐도 ‘됐어’라고 이야기하고, 불만이 있는 것 같아도 ‘괜찮아’라고 합니다. 의견을 물어봐도 ‘당신 좋을 대로 해’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를 내도 싸움이 되질 않아 그냥 제풀에 지칩니다. 연애할 때에는 차분하고 상대를 배려한다고 느꼈지만 지금은 너무 답답합니다. 우리가 이렇게 안 맞는 사이인지는 정말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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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마음 감추며 자랐을수도… 재촉보다 부드럽게 권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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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표현이 센 만큼 자기표현이 없는 것도 관계에서는 참 힘들지요. 그런데 남편이 자기표현을 안 하는 것일까요, 못하는 것일까요? ‘안 한다’와 ‘못한다’에는 꽤 차이가 있습니다. 안 하는 것은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것이고, 못하는 것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이죠. 즉, 안 하는 것은 의지의 문제고, 못하는 것은 능력의 문제입니다.

남편은 아마 자기표현을 못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아니, 어떻게 성인이 자기표현을 못해?’라고 의아해할 수 있지만,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강압적인 부모 아래에서는 이야기했을 때 말대답한다고 더 혼나기도 하고, 부모가 오랫동안 아프거나 불화가 심했다면 나라도 조용히 있는 게 그나마 돕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라난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은 오랜 시간 동안 마음을 드러내는 것보다 감추는 것이 안전하고 상대를 위하는 것이라고 느끼며 자라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기표현 능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계속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마음은 ‘가소성’(可塑性)이 있어서 유년기의 경험이 성인기에 얼마든지 바뀔 수 있고, 익숙한 방식 대신에 새로운 대안을 익힐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내가 솔직하게 이야기해도 안전하구나’ ‘내가 표현하지 않는 게 상대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이구나’ ‘표현을 하니까 오히려 상황이 나아지는구나’라는 새로운 경험이 필요합니다. 그 경험이 가장 잘 일어나는 게 바로 ‘사랑’입니다. 사랑은 각자의 부족함이나 취약성을 드러내고 서로 돕는 상호보완적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왜 어떤 커플은 시간이 갈수록 사이가 나빠지지만, 어떤 커플은 사이가 좋아질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상호보완(mutual complement)’ 능력의 차이입니다. 즉, 사이가 좋은 커플은 완벽해서가 아니라 상대의 부족함을 이해하고 도와주려는 자세가 있습니다. 답답하겠지만 남편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재촉하지 마시고 ‘난 당신의 마음이 궁금해’ ‘당신의 의견을 듣고 싶어’ ‘당신이 원하는 것을 해주고 싶어’ 등 부드럽게 권유해보세요. 안전함과 따뜻함을 느낄수록 남편의 자기표현은 늘어나게 돼 있습니다. 그리고 남편 역시 당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것입니다.

문요한 정신과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