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 class='emp_01'>[단독]</em>‘빵빵한 매출’… 대전 빵집 성심당, 파리바게뜨·뚜레쥬르도 눌렀다](http://image.munhwa.com/gen_thumb/202404/2024041801072407205001_300.jpg?v=20240419033211)
이적 ‘하늘을 달리다’
한밤중에 끝난 ‘싱어게인’(JTBC) 파이널라운드(2월 8일 방송)는 실시간 투표비중이 50%였다. 귀에 익은 노래를 자신의 스타일로 부르는 게 유리할 것이란 조언도 있었을 텐데 우승자 이승윤은 세상에 나온 지 100일도 안 된 갓난아기(신곡)를 골랐다. ‘한눈 팔지 말고 나만 봐줘요/ 아직 나는 잔뜩 목이 말라요’(이적 ‘물’ 중). 물의 자취를 더듬다 보면 ‘달팽이’(패닉·1995) 한 마리를 만나게 된다. ‘집에 오는 길은 때론 너무 길어/ 나는 더욱 더 지치곤 해’. 달팽이의 마지막 다짐은 비장하다. ‘내게 남아 있는 작은 힘을 다해/ 마지막 꿈속에서/ 모두 잊게 모두 잊게 해줄 바다를 건널 거야’. 창작자의 기운이 닿은 걸까. 이승윤도 ‘물’을 꿈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세상의 많은 달팽이가 물에 이르지 못하고 ‘우리 꿈꿨던 그곳에 닿을 때까지/ 물 물 물 물 물 물 좀 줘요 목 목 목 목 목 말라요’(이적 ‘물’ 중)라고 울부짖을 거라고 상상하니 오디션이야말로 목마른 청춘들의 오아시스 같다는 생각도 든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주철환 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
만파식적이 근심을 몰아내는 피리라면 이적은 음악동네의 친구들(패닉, 카니발, 긱스)을 불러 모으는 피리다. ‘참 어렸었지/ 뭘 몰랐었지/ 설레는 젊음 하나로 그땐 그랬지’(카니발 ‘그땐 그랬지’ 중). 그러나 청년은 곧 세상의 실체를 깨닫게 된다. ‘참 세상이란 만만치 않더군/ 사는 건 하루하루가 전쟁이더군’. 그리고 스스로 답을 찾는다. ‘시간이 지나가면 다 잊혀지더군/ 참 세상이란 정답이 없더군’. 그러나 매번 정답만 발견, 발굴하다 보면 어느 순간 궤도에서 멈추게 된다. 비상하려면 자신만의 명답을 발명해야 한다. 그래야 달팽이가 날개를 달 수 있다. ‘난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내 가슴 깊숙이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카니발 ‘거위의 꿈’ 중). 견뎌내려면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살다 보면 ‘검은 절벽 끝/ 더 이상 발 디딜 곳 하나 없었지’ 하다가도 ‘간절히 네 이름을 되뇌었을 때/ 귓가에 울리는 그대의 뜨거운 목소리/ 그게 나의 구원이었어’(이적 ‘하늘을 달리다’ 중)라고 외치는 순간이 온다.
밑줄 그어야 할 단어는 ‘그대’다. 그대는 시대만큼 중요하다. 그대가 있어야 시대와도 맞설 수 있다. ‘내가 미웠지/ 난 결국 이것밖에 안 돼 보였고/ 오랜 꿈들이 공허한 어린 날의 착각 같았지’. 하지만 그대가 있기에 나는 힘을 얻는다. ‘두 다리 모두 녹아내린다고 해도/ 내 맘 그대 마음속으로/ 영원토록 달려갈 거야’(이적 ‘하늘을 달리다’ 중).
노랫말 속 ‘그대’ 하면 나는 김수환 추기경(1922∼2009)의 얼굴이 떠오른다. 이분이 ‘열린 음악회’(1995년 9월 24일 방송) 야외무대에서 가요를 부른 적이 있다. ‘그대 가슴에 얼굴을 묻고/ 오늘은 울고 싶어라’(김수희 ‘애모’ 중). 하지만 추기경답게 마지막 가사는 살짝 바꿔 불렀다. 원곡은 ‘사랑 때문에 침묵해야 할 나는 당신의 여자/ 그리고 추억이 있는 한 당신은 나의 남자여’인데 여기서 여자와 남자를 친구로 바꿨다. 추억 속의 그는 수많은 그대들의 친구였다.
주위를 둘러보면 노래 잘 부르는 사람은 많아도 노래 잘 고르는 사람은 흔치 않다. 그때 그 자리에서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노래는 따로 있다. “나는 바보인가 봅니다.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 데 70년이 걸렸으니까요.” 그가 웃으며 떠날 때 ‘그대’들은 많이 울었다. 그가 선종한 날이 바로 내일(2월 16일)이다.
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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