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소송 끝낸 LG·SK, 남은건 ‘합의戰’… 금액차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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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美 ITC서 승소 이후

LG, 최대 3조원대 요구 전망
SK, 조단위 합의금은 힘들듯
바이든 거부권 행사 시한인
60일내 양사 합의할 가능성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전’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판결 이후, 협상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양 사 합의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ITC가 SK 측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고 미국 수입금지 10년을 결정한 만큼 대통령 거부권 행사 시한인 60일 내 양 사가 합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양 사 합의가 이뤄지면 ITC 수입금지 조치는 무효화된다. 지난 2년간 물밑 협상 과정에서 양측이 팽팽히 맞섰던 합의금 격차를 얼마나 좁히느냐가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ITC의 최종 판결을 기점으로 양 사의 조기 합의 여부가 시험대에 올랐다. 앞서 ITC는 지난 11일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것으로 인정하고, 미국 내 SK 배터리 팩·셀·부품 등 수입을 10년간 금지한다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배터리 원자재 수입도 막히면서 SK가 3조 원을 들여 미국 조지아주에 짓는 배터리 1·2 공장의 가동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이번 결정은 대통령 심의 기간인 60일 동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곧바로 발효된다. SK의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한 폭스바겐과 포드는 대체 공급처를 확보하는 데 비상이 걸리면서 양 사 합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규모 일자리 손실이 우려되는 조지아주의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도 지난 12일 바이든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업계는 양 사가 조만간 입장을 정리한 후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 사는 ITC가 최종 판결을 내린 설 연휴 기간에는 접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LG는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한웅재 LG에너지솔루션 법무실장은 지난 11일 콘퍼런스콜에서 “SK의 기술 탈취로 인한 피해는 유럽 등 다른 국가에서도 발생했다고 판단한다”며 “(다른 국가에서도 소송을 제기할지는) SK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최대 변수는 합의금 격차다. 지난해 2월 SK의 조기 패소 판결 이후 양 사는 협상에 나섰지만, 합의금 규모에서 이견을 보이면서 중단됐다. LG가 2조5000억~3조 원가량 합의금을 요구한 반면, SK는 수천억 원 규모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ITC 판결로 유리한 고지에 오른 LG가 합의금 규모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2조5688억 원 적자를 기록한 만큼 조 단위 합의금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협상 결렬로 인한 장기화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합의금 격차를 좁히지 못한다면 대통령 검토 기간이 끝난 뒤 SK가 항소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영업비밀 침해소송과 별도로 특허침해 분쟁과 민사소송도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합의금 격차를 줄이는 등 양 사가 전향적인 태도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