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문화 시점>책, 50권 읽기 목표 올해는 이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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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읽는 한 해로 만드는 팁

함께 읽고 공유하는 독서플랫폼
리뷰·인증샷 등 완독 동기 부여

취향 맞춰 골라주는 블라인드북
초보자는 오디오북 구독 시도를

책에서 출발해 영화·음악 확장
또 다른 읽기 제안‘리딩 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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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새해다. 올해는 책 좀 읽어볼까? 일주일에 한 권, 한 달에 한 권, 혹은 연 ○○권 읽기…. 해마다 실패한 그 ‘목표’를 또 세우고 있는지. 목표 달성 플랫폼 챌린저스에 따르면 2021년 결심으로 1위를 차지한 것은 ‘일찍 일어나기’였고, ‘독서 습관 기르기’가 뒤를 이었다. 책 시장은 줄어들고 있다는데, 여전히 우리는 책 읽기를 갈망한다. 책 안 읽는 사람도 무의식적으로 취미란에 적곤 하는, 흔하고도 어려운 그 취미 ‘독서’. 어떻게 일상으로 초대할 수 있을까.

다독가로 유명한 서평가 로쟈는 “책 좀 읽어야지 하는 고민을 하면 계속 희망이 없다. ‘어떤 책을 읽을까’로 바로 시작하라”고 쓴소리를 했다. 최근 ‘밀리의 서재’가 진행한 ‘독서 입학식’에서 이동진 평론가는 “욕조에서 몇 시간씩 책을 읽는다”면서 각자에게 맞는 방식을 통해 독서를 매력적인 행위로 만들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결심만 하지 말고 이제 실전으로. 웹과 모바일을 중심으로 나날이 발달하는 기술을 빌리자. 읽기 이상의 ‘다른 재미’를 안겨 주기 위한 아이디어가 차고 넘친다.

◇‘함께’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 = 독서를 습관으로, 그리고 일상의 놀이로 들여놓기 위해서는 약간의 강제성이 필요하다. 이럴 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읽는 게 효과적이다. 사적인 독서모임도 좋지만, 이왕이면 내 돈 내서 책 사고, 내 돈 내고 참여할 때 물러설 수 없는 의지가 생긴다. 독서클럽 플랫폼 ‘아그레아블’은 모토 자체가 ‘함께 읽고 성장한다’이다. 책을 기반으로 다양한 취미 활동 클래스도 열리고 있는데, ‘교회 청년부 조모임’처럼 선한 사교모임의 기운이 감돈다.

전자책 구독 서비스 플랫폼 ‘밀리의 서재’는 온라인상에서 현재 나와 같은 책을 읽고 있는 다른 회원이 누가 있으며, 몇 명이나 되는지를 알려준다. 유대감을 통해 완독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고, 소소한 경쟁심도 자극한다.

앱 기반 독서기록 플랫폼 ‘리더스’는 책 읽은 날짜와 내용 등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독서 달력’과 스크랩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 SNS에서 인기인 ‘독서 인증샷’을 플랫폼 내에서 구현해 회원 간 ‘팔로(follow)’도 할 수 있다. 서로 북리뷰를 공유하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돈 안 들이고 함께 읽는 방법도 있다. 소설가 김금희, 김영하 등이 최근 인스타그램 라방(라이브 방송)을 통해 독서회, 북클럽 등을 진행하고 있다. 책을 미리 선정하고, 한 달에 한 번 날짜를 정해 온라인에서 이야기를 나누니 부담도 없다. ‘니은 서점’ 운영자이자 사회학자인 노명우 교수도 매주 일요일 저녁 인스타 라방을 통해 어려운 사회학서를 쉽게 소개한다. 놓쳐선 안 될 ‘공짜 강의’다.

◇‘완독 지수’를 알려준다? 나도 나를 잘 모를 때 = 읽고 싶은 책이 없을 때엔 읽으면 좋은 책을, 읽고 싶은 책이 있을 땐 그것이 읽을 만한 책인지를 일러주는 기능도, 독서 습관을 들이는 데 유용하다. 신간 위주인 오프라인 서점의 베스트셀러와 전자책 혹은 구독 서비스 시장의 베스트셀러는 전혀 다를 때가 많다. 사람들이 진짜 읽고 싶은 책과 실제로 읽는 책이 다를 수 있다는 것. 밀리의 서재에서는 회원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완독 예상 시간과 완독 확률을 다룬 ‘완독 지수’를 개발했다. 나만 어려운 책이 아니라, 다들 어렵게 읽었다는 것, 다 읽는 데까지 몇 시간이 걸릴지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으니, 일상에서 독서 시간을 적절히 분배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오디오 북, 블라인드 북…‘다른 재미’를 찾자 = 읽는 게 영 싫다면, 일단 한번 들어보자.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 ‘윌라’에서 김혜수가 낭창낭창한 목소리로 읊어주는 박완서 작가의 소설, 영화배우 박정민이 직접 쓰고 낭독한 ‘쓸 만한 인간’은 어떤가.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듯 선명한 이미지를 제공하는 두 권의 오디오 북은 독서 입문자들에게 환영받을 만하다. 출퇴근 길, 스마트폰으로부터 눈을 좀 쉬게 하고, 귀를 즐겁게 해주는 방법으로 ‘책’과 가까워질 수 있다.

책 고르기가 힘들고 딱히 읽고 싶은 책이 없다면, 선물처럼 ‘모르는 책’을 받아보는 건 어떨까. 독서 큐레이션 전문 서비스 ‘리딩리딩’에서는 책 제목을 알 수 없게 포장한 ‘블라인드 북’과 함께, 받는 이의 취향을 고려한 책갈피, 필사 노트 등의 굿즈를 함께 보내주는 상품이 인기다.

통영의 지역 출판사로 새로운 책 문화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남해의 봄날’에서는 블라인드 북과 함께 지역 특산물을 하나의 상품으로 엮은 ‘책바다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책과 함께 먹을거리가 들어 있는 것도 매력적이지만, 블라인드 북으로 제공되는 책도 특별하다. 고성, 순천 등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동네 출판사’에서 출간한 개성 강한 ‘로컬 북’을 엄선해서 보내준다.

◇사유의 기쁨, 독서 고수를 위한 지적 탐험 = 알아서 책 잘 읽는 이에게 무슨 조언이 필요할까. 다만, 좀 더 독서를 확장하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북 저널리즘’이 있다. 진중한 독서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북 저널리즘은 뉴스성 강한 시사 관련 콘텐츠를, 좀 더 깊이 있게 사유할 수 있도록 돕는다. ‘Z세대는 그런 게 아니고’ ‘우주에 투자합니다’ 등 제목만 봐도 시의성 강한 주제와 예리한 질문으로 무장한 콘텐츠들이 가득하다.

‘리딩리딩’에서 회원들에게 제공하는 또 다른 ‘읽을거리’인 ‘리딩 맵’도 독서 고수에게 추천한다. 맵(지도)이다. 그러니까, 책 한 권에서 출발해 영화, 음악, 인물 등 보다 다양한 지적 세계로의 여행을 독려하는 것. 예컨대, 권여선 작가의 산문집 ‘오늘 뭐 먹지?’를 읽은 독자에겐 함께 체험할 거리로, 넷플릭스의 ‘소금, 산, 지방, 불’이라는 다큐멘터리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위스키 성지여행’, 권 작가의 주(酒)류 문학의 이해를 도울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 등을 추천하고 또 소개하는 방식이다. 출판사 창비에서 최근 론칭한 독서체험 종합 플랫폼 ‘스위치’도 지적 탐구를 즐기는 독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황석영, 황정은, 장류진 등 인기 작가들의 연재가 매일 이어지고, ‘창작과 비평’을 읽고 함께 사유하는 무료 독서클럽과 북메이트(작가)와 함께 지정된 책을 읽고 토론하는 유료 독서모임 ‘북클럽 필라멘트’가 준비돼 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