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역 듀오’ 고영표·심재민, 가을야구 향한 ‘독한’ 담금질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고영표

■ 뜨거운‘KT 스프링캠프’

지난해 PS땐 둘다 軍생활
아쉬움 달래며 몸 만들기
자비로 장비 사서 훈련도

고 “후배들에 자극제될 것”
심 “올해도 좋은 소식 자신”

예비역의 힘, 기대하세요.

병역 의무를 마치고 돌아온 왼손투수 심재민(27), 사이드암 투수 고영표(30)는 KT 스프링캠프의 활력소다. 심재민과 고영표는 지난해 11월 사회복무요원 복무를 마치고 전역했다. 고영표는 수원시의 사회복지 분야에서, 심재민은 수원에 있는 한 공단에서 행정업무를 도왔고 지난해 11월 야구선수로 복귀했다.

고영표와 심재민은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면서 의기투합했다. 3살 위인 고영표가 심재민에게 “같이 운동하자”고 제안했고, 둘은 퇴근한 뒤 개인훈련을 통해 꾸준히 몸을 다듬었다. 둘은 간절하다, 아니 절박하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2년간 떠나 있었기에 컴백 후유증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래서 전역을 앞두고 단단히 마음먹었다. 사회복무요원인 둘은 지난해 10월 KT 마무리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휴가를 아꼈고, ‘저축’한 휴가를 몰아 써 마무리캠프에 참가했다.

그리고 지난 1일 부산 기장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시작된 KT 스프링캠프 참가자가 됐다. KT 코칭스태프는 “2년간 쉬었던 선수들의 몸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좋다”면서 둘을 환영했다. 스프링캠프에선 매일 굵디굵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KT의 스프링캠프 훈련 시작 시간은 오전 10시 전후. 하지만 고영표와 심재민은 2시간 앞서 훈련장에 도착한다. 둘은 오전 8시가 되면 프런트 직원의 차를 얻어 타고 야구장으로 향한다. 야구장에 도착하자마자 개인훈련에 돌입한다. 가볍게 몸을 푼 뒤 웨이티드볼로 어깨를 단련한다. 웨이티드볼은 색상을 지녔고, 야구공보다 무거운 훈련장비.

고영표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사용하는 최신 장비를 구매했고, 유튜브 등을 보면서 사용방법을 익혔다. 웨이티드볼 역시 고영표가 이번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자비를 들여 샀다.

고영표와 심재민은 2015년 KT의 창단 멤버. 둘 다 불펜 투수였으며, 고영표는 2017시즌에 선발투수로 보직을 전환했다. 고영표는 2년간 평균 140이닝 이상씩 던졌으며, 2017년 8승 12패 평균자책점 5.08, 2018년에는 6승 9패 5.13을 남겼다.

심재민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간 9승 18패 2세이브 24홀드, 평균자책점 5.57을 올렸다. 지금 KT의 전력이 2년 전보다 월등히 좋기에 둘이 1군에서 버틸 수 있다면, 더 뛰어난 성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KT는 지난해 팀 창단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고영표와 심재민은 그 과정을 TV로 지켜봤다. 둘은 “TV로 포스트시즌을 보면서 야구에 대한 아쉬움이 커졌고, 열정은 더욱 뜨거워졌다”고 입을 모았다.

고영표는 “사회복무를 마치고 정상적으로 팀에 합류해 좋은 자세로 훈련한다면 후배들에게 좋은 자극이 될 것”이라면서 “스프링캠프에서 훈련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행복하다”고 말했다. 고영표는 “스프링캠프에서 선후배들과 함께한다는 게 아직도 믿어지지 않고, 여전히 마음이 설레 잠도 잘 오지 않는다”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심재민은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형이 곁에 있어 든든했다”면서 “퇴근한 뒤 함께 ‘팀에 돌아가면 꼭 보탬이 되자’고 약속했다”고 귀띔했다. 심재민은 “정말 열심히 운동했다”면서 “만족하지 않고 더 강하게 몸을 다듬어 올 시즌 좋은 소식을 팬들께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강철 KT 감독은 잠수함, 왼손투수이기에 고영표, 심재민의 합류로 KT 투수진이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 감독은 “고영표는 확실한 선발 자원이고, 심재민은 빠른 볼을 던지는 왼손투수라는 점이 매력적”이라면서 “물론 훈련성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지금까지는 2년간의 공백 후유증은 찾을 수 없는 합격점”이라고 칭찬했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