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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우석의 푸드로지 게재 일자 : 2021년 02월 18일(木)
볶음밥, 뭘 넣고 볶아도 근사한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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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우 볶음밥

▲  서원반점 잡채볶음밥

거창한 재료 없어도
밥·기름·계란만으로 OK

차오판·나시고렝·필라프…
이름 달라도 조리방식 비슷

짜장소스와 ‘찰떡궁합’
돼지고기·젓갈 넣어도 일품


차오판, 차항, 나시고렝, 카오팟, 껌랑, 타민 쪼, 플롭, 필라프, 시낭각, 졸로프, 캅사, 비리야니, 잠발라야, 파에야, 아로스 차우파, 플라티요 모로스 이 크리스티아노스…. 이처럼 수많은 이름을 가진 음식이 있다. 우리말로는 ‘볶음밥’이다. 이름이 많은 것은 그만큼 세계인 모두가 즐겨 먹는다는 얘기다. 볶음밥은 가장 유명한 쌀 음식이다. 우리에겐 지은 밥(steamed rice)이 익숙하지만 사실 볶음밥(fried rice)을 가장 많이 먹는다. 조리도 간편하고 먹기에도 좋다. 무엇보다 맛있다. 2017년 미국 CNN이 선정한 ‘세계 맛있는 음식(world’s 50 best foods)’에 인도네시아의 볶음밥 ‘나시고렝’이 2위로 꼽혔다.

기름기가 당긴다. 반찬이 살짝 남았다. 아니, 밥이 남았다. 이런 경우엔 볶음밥을 하면 딱이다. 기름을 두르고 고기와 채소를 익히다 밥을 넣고 들들 볶으면 완성된다. 그저 밥알을 볶았을 뿐인데 근사한 식사도, 요리도 된다니 놀랍다. 볶음밥을 먹는 나라가 더 많은 이유는 편의성 때문이다. 볶음밥엔 채소나 고기가 들어 먹기 편하고 보존성도 높다. 한 번에 조리해 많은 사람에게 나누기도 좋다. 그래서 많은 쌀문화권 국가에서 밥을 볶아 먹었다. 저마다 볶음밥을 부르는 이름이 있으며 다들 전통식이라 주장한다. 쌀을 주식으로 하지 않는 나라에도 볶음밥이 있다. 아랍, 서남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일부 지역도 고유한 볶음밥 문화를 자랑한다. 단순해 보이는 볶음밥에는 이처럼 다양한 문화가 녹아 있다. 볶음밥이라면 내로라하는 집들만 찾아내 모았다.

▲  청키면가 청키볶음밥

▲  돼장 장어탕볶음밥

◇후난식 볶음밥 = 홍복성. 하얀 밥에 노릇한 계란만 입힌 양저우(揚州)볶음밥과는 다른 비주얼. 중국 후난(湖南)식이다. 후난 사람들은(쓰촨(四川)성과는 조금 다른) 매콤함을 즐겨서 그런지 볶음밥에 강렬한 풍미가 있다. 즉석에서 센 불에 빠른 웍 작업으로 볶아내 식탁에 올린다. 볶음밥은 뜨겁게 먹어야 맛있다. 영락없는 현지 맛인데 차이점이라면 짬뽕 국물을 곁들여 준다는 점. 각종 요리와 딤섬류도 잘한다. 서울 종로구 삼봉로 81 두산위브파빌리온. 9000원.

◇광둥식 차오판 = 청키면가. 홍콩에서 출발한 집이라 광둥(廣東)식 중식요리를 선보인다. 고슬고슬한 밥에 고기와 완두콩, 튀긴 계란, 대파 등을 썰어 넣고 큰 웍에 들들 볶아낸다. 밥알이 살아있으며 중간에 노계(老鷄)육수를 넣어 감칠맛이 뛰어나다. 고기도 살짝 건조시킨 허퇴이(火腿) 스타일이라 씹는 맛과 진한 육향이 좋다. 양도 푸짐하다. 완탕미엔과 곁들이면 잘 어울린다. 서울 중구 다동길 33 1층. 1만4000원.

◇계란볶음밥 = 리우(劉). 연남동∼연희동 볶음밥 벨트에서 단연 인정받는 화상(華商)집이다. 미리 수분을 제거한 밥, 숙련된 웍 작업과 강한 화력 등 맛있는 볶음밥의 3박자를 모두 갖췄다. 새우볶음밥도 있지만 계란볶음밥을 많이 주문한다. 밥알을 들여다보면 미세하게 부서진 계란이 골고루 코팅하듯 묻어 있다. 파향 가득한 기름도 좋아 느끼하지 않다. 갑오징어 완자 등 특별한 메뉴도 즐길 수 있다. 서울 마포구 동교로 271. 6000원.

◇카오팟 = 어메이징 타일랜드. 주방부터 홀까지 전원 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현지와 똑같은 맛으로 입소문이 났다. 요리부터 식사까지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카오팟도 돼지고기(무), 새우(꿍), 닭고기(까이) 등 기본 메뉴와 파인애플을 썰어 넣고 볶은 카오팟 쌉빠롯까지 선택할 수 있다. 채소와 계란, 돼지고기를 넣은 카오팟 무는 가장 일반적인 메뉴로 입맛에 잘 맞는다. 피시 소스와의 궁합이 훌륭하다.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1길 42. 1만 원.

◇볶음밥 = 수성반점. 강원 고성 해안가에서 짬뽕 맛집으로 소문난 곳인데 은근히 볶음밥 지지층이 많다. 해물이 듬뿍 든 진한 국물의 짬뽕을 찾는 고정 고객층이 많지만 우연히 맛본 볶음밥에 감동한다. 화상이 운영하는 집은 아니지만, 최북단 중식 명가답게 서울의 여느 ‘기름비빔밥’ 같은 볶음밥이 아니다. 고슬고슬 지은 밥에 대파 등 채소를 다져 넣고 확실히 볶아낸 다음 얇게 부친 계란 프라이를 오므라이스처럼 씌워준다. 강원 고성군 죽왕면 공현진길 37. 7000원.

▲  한국식 김치볶음밥

▲  홍복성 후난식 볶음밥

◇삼겹살볶음밥 = 행진. 생고기를 급속 냉동한 냉삼(냉동삼겹살)집으로 유명한 곳. 냉삼을 먹고 난 기름을 이용해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준다. 튀긴 듯 바삭한 ‘중국집 프라이’를 올려주는데 노른자를 깨뜨려 비비면 한층 고소한 맛이 난다. 김치 양념이 유난히 진해 돼지기름과 겨뤄도 이길 만큼 강하고 깔끔하다. 고슬고슬한 식감을 원한다면 번철에 올려 좀 더 익히면 된다.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 49. 3000원.

◇끝내기 볶음밥 = 돼장. 돼지고기와 장어(붕장어)라는 이색 조합 콘셉트로 인기몰이 중인 레스토랑. 파인다이닝 셰프가 직접 메뉴를 개발, 서프앤드터프(육류와 해산물의 이상적 조합)의 장점을 살린 다양한 아이템을 맛볼 수 있다. 매콤한 장어탕을 먹고 난 후 밥을 볶으면 환상적인 감칠맛을 품은 볶음밥이 된다. 식사 메뉴로 개발했지만 ‘마지막 안주’로도 좋다. 서울 강남구 선릉로155길 14 2층. 2만9000원.

◇젓갈볶음밥 = 부암갈비. 인천뿐 아니라 전국구로 유명한 돼지갈비집이다. 양념육이 아닌 생돼지갈비 맛집으로 언제나 긴 줄을 세운다. 고기를 먹고 나면 젓갈에 볶아주는 ‘뚝배기 볶음밥’이 맛있다. 풍미의 보고인 갈치속젓을 베이스로 참기름과 부추 등을 넣고 들들 볶아낸 젓갈볶음밥을 먹기 위해 찾는다는 이들도 있을 정도. 젓갈 품질도 좋아 전혀 비리지 않고 구수한 맛만 한가득이다. 인천 남동구 용천로 149. 3000원.

◇새우볶음밥 = 연희미식. 대만 가정식 요리로 화교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집. 가게는 아담하지만 요리와 식사류, 만두 등 꽤 많은 메뉴가 있다. 새우볶음밥이 시그니처인데 정통식으로 볶아낸 밥이 훌륭하다. 새우는 토핑이니 그렇다 치고 계란과 당근, 대파, 소금으로 이처럼 풍미가 좋게 밥을 볶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식감도 좋아 몸에 기름기가 충분히 채워졌대도 계속 들어간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맛로 22 삼원빌딩. 8000원.

◇잡채볶음밥 = 서원반점. 이름은 잡채밥이지만 볶음밥 위에 제법 칼칼하게 볶아낸 잡채를 얹어준다. 주문 즉시 밥과 잡채를 따로 볶으니 용암처럼 뜨거운 볶음밥(잡채밥)을 맛볼 수 있다. 다소 진한 양념을 한 당면 잡채를 얹는 대신 볶음밥은 미리 담백하고 간을 건건하게 했다. 따로 뗄 수 없는 이 둘의 궁합은? 물론 너무 잘 어울려 숟가락 위에서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전북 군산시 구시장로 63. 8000원.

▲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옛날 볶음밥 = 순심원. 미식도시 여수에서도 중식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 철판 짜장면으로 입소문이 났지만, 볶음밥을 먹어본 이들은 쉬쉬하며 몰래 챙긴다. 딱히 특별할 것도 없는 ‘옛날 볶음밥’ 형태. 그래서 감칠맛의 비결이 더 궁금하다. 잘게 썬 당근과 대파, 계란, 소금이 호위무사처럼 밥알을 둘러싸서 그 권위를 옹호하는 모양새. 향긋한 대파 기름이 밥 전체의 풍미를 지배한다. 짜장 소스를 곁들여 주는데 그냥 놔둬도 좋다. 김치도 예술이다. 남도니까. 전남 여수시 교동남1길 5-17. 8000원.

◇XO볶음밥 = 진진. 국내 중식계의 대부로 꼽히는 왕육성 셰프의 50년 철학이 담긴 볶음밥. 수제 XO소스로 볶아낸 밥이 중독과 결핍을 일으킬 정도로 맛이 빼어나다. 볶음밥을 편애하는 단골이 많은 이유다. 골고루 섞인 재료의 융합을 그윽한 불향과 소스가 책임진다. 입안에서 한 톨씩 돌아다니는 밥알이 먹는 재미를 준다. 물만두와 곁들이면 더욱 풍성한 식탁이 된다.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 123. 9500원.

놀고먹기연구소장


■ 남은 국물·건더기에 김가루…한국인이 사랑하는‘디저트’

대대로 기름 쓰는 음식이 귀했던 한국인은 볶음밥을 다르게 해석한다. 전골이나 찌개를 먹고 남은 양념에 밥을 볶아 먹는 일종의 ‘철판 비빔밥’ 형태가 친숙하다. 재료의 맛이 녹아난 국물이 아까워 밥을 넣어 바닥 끝까지 비우자는 의미도 있어, 대부분의 전골 요리는 ‘끝내기 볶음밥’으로 마무리된다.

보통 남은 양념 국물에 김치와 김가루, 계란, 대파 등을 넣고 비비듯 볶아내는데 남은 건더기를 가위로 잘라 넣기도 한다. 삼겹살이나 곱창, 불고기 등 육류 요리는 물론, 생선이나 떡볶이까지 볶음밥으로 만들 수 있다. 조리 도중 전체적으로 잘 섞어줘야 하지만 숟가락으로 꾹꾹 눌러 누룽지처럼 만들어야 좋다는 이들도 있다.

가장 대중적인 메뉴는 김치볶음밥. ‘김치볶음밥을 잘 만드는 여자’가 희망사항이란 노래도 있을 정도다. 재료는 한국적이지만 중화풍 조리법으로 볶아낸다. 기름에 녹아든 김칫국물이 밥알에 잘 스미고 고슬고슬한 식감 또한 살아있어 가벼운 점심 메뉴로 많이 찾는다. 한편 집에 있는 잉여 식재료와 찬밥 등을 이용하면 누구나 간편하게 볶음밥을 만들 수 있다. 아무 재료나 썰어 넣고 함께 볶으면 된다. 다만 우리에게 익숙한 자포니카 품종 쌀로 볶음밥을 하려면 밥의 수분을 미리 제거해줘야 한다. 즉석밥이라면 전자레인지에 돌리지 않고 볶는 게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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