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팬이 통치하는 ‘패노크라시’… 기업의 성공 보장하는 핵심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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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 경제학│데이비드 미어먼 스콧·레이코 스콧 지음│정나영 옮김│미래의창

“이 상은 어디에 있든 우리와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생생한 증거입니다.”

‘월드 아이돌’ 방탄소년단(BTS) 멤버 제이홉이 지난해 10월 빌보드 뮤직어워즈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받은 뒤 전한 소감이다. 부녀(父女)지간인 마케팅 전문가와 의학도가 쓴 ‘팬덤 경제학’은 제이홉의 말처럼 사람들을 ‘연결’하는 팬덤 구축이 연예인뿐 아니라 기업의 성공을 보장하는 핵심 전략이라고 말한다. “팬이 통치하는 ‘패노크라시(Fanocracy)’ 문화가 부상하면서 상품보다 사람이 중요한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우선 ‘대가 없이 제공되는 선물’을 만들라고 조언한다. 건전지 회사 듀라셀은 2011년부터 자연재해가 발생한 미국 도시에 일정한 분량의 배터리를 무료로 공급하고 있다. 태풍이나 홍수로 정전이 발생하면 배터리 재고가 바닥나 시민들이 곤란을 겪는 것에서 떠올린 아이디어다. 수백만 달러의 제품을 공짜로 주면 수익률이 나빠질 수밖에 없는데도 10년째 이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평생 팬’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기업이 얻을 수 있는 가장 값진 투자 수익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저자는 다른 가수들과 달리 라이브 공연 녹음을 허용한 록 밴드 그레이트풀 데드 역시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제공’하는 전략으로 팬덤을 구축한 아티스트 사례라고 말한다.

‘고객과의 근접성’도 대중을 상대하는 기업인이나 예술가가 고민해야 할 요소다. 책에 따르면 대상 간 상호작용이 가능한 정도에 따른 물리적 거리는 3단계로 구분된다. 상호작용이 거의 힘든 ‘공공 거리’는 4m 이상, 친밀한 소통이 가능한 ‘개인적 거리’는 0.5m에서 1m며 그 중간이 ‘사회적 거리’(1∼4m)다. 저자는 고객을 1m 미만의 개인적 거리 안으로 끌어들이면 강한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독일 기업 아우디가 자동차 제조부터 배송까지 전 과정에 고객이 참여하도록 하는 것은 이런 물리적 장벽을 허물기 위한 시도다. 이 밖에 책은 제대로 된 인플루언서 활용, 제품이나 콘텐츠 품질 향상을 위해 팬의 창의력을 수용하는 것, 고객 이전에 직원의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 등도 ‘열렬한 고객’을 확대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336쪽, 1만6000원.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