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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지식카페 게재 일자 : 2021년 02월 22일(月)
코로나 시대의 교육은 어떠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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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티이미지뱅크

■ 김헌·김월회의 고전 매트릭스 - ① 코로나 시대의 교육

우리가 직면한 문제의 답을 찾고자 표를 하나 그려봅니다. 가로줄에 ‘동서고금의 고전’을 놓고, 세로줄에 ‘지금 여기의 문제’를 놓습니다. 행렬이 교차돼 생긴 두 빈칸에 두 명의 필자가 글을 채웁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고전 매트릭스가 우리 삶에 요긴한 지표가 되면 좋겠습니다.


- 논어를 통해 보니… “깨달음 몸에 익혀야 비로소 아는 것”

공자, 어짊의 사례·행실을 제시
꾸준히 따라하며 스스로 알도록
본받고 깨닫는 것 학습의 기본
지식 습득서 체득·심득 확장을


수인시교(隨人施敎)”라는 말이 있다. ‘눈높이교육’이라 칭해도 될 만한 이 말은 “사람에 맞춰 가르침을 행하다”는 뜻으로, 근대 이전 한자권 교육의 중요한 전통이었다.

공자는 이러한 전통의 시초였다. 하루는 제자 자로가 공자에게 여쭸다. “배운 바를 바로 행해야 합니까?” 공자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대답했다. 잠시 후 염구라는 제자가 똑같이 여쭸다. 그러자 이번에는 “배운즉 바로 행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광경을 곁에서 지켜보던 공서화는 어리둥절해졌다. 스승이 똑같은 질문에 상반된 답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하여 그 까닭을 여쭸고 공자의 답은 이러했다. “염구는 소극적이어서 진취적이게 한 것이고, 자로는 호승심이 강해서 물러서게 한 것이다.” 언뜻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눈높이교육은 이처럼 배우는 이에게 안성맞춤형 교육이었다.

게다가 눈높이교육은 ‘본받음의 공부’와도 잘 어울렸다. ‘논어’를 보면 학습의 ‘학(學)’은 처음에는 ‘본받다(效)’는 의미로 쓰이다가 차츰 ‘깨우치다(覺)’는 의미로도 확대됐다. 학습한다고 할 때 취했던 활동이 본받기 또는 깨닫기였음이다. 곧 공부는 학습 대상을 따라 하거나 이해하는 활동이었다. 이 중 공자는 본받기를 한층 권장했다. 제자가 “어짊이란 무엇입니까?”라고 여쭈면 공자는 어짊을 이론적으로 설명해주는 대신에 “어짊이란 남을 용서함이다” “어진 이는 어려울 때면 앞장서고 이득 볼 때엔 뒤에 선다”는 식으로 다양한 사례나 행실을 제시했다. 어짊에 대한 이론적 이해가 없어도 그중에서 따라 할 수 있는 행위를 꾸준히 따라 하면 너끈히 어진 이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문제는 속도다. 달리 말해 ‘가성비’가 문제다. 오늘날의 세상에서는 기본으로 배워야 할 것이 적지 않고 새로이 익혀야 할 바들이 속속 생겨난다. 본받음의 공부로 이러한 시대를 살아내기는 녹록지 않다. 하여 깨달음의 공부가 필요하다. 이치를 깨달음으로써 사람은 스스로 알아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되고, 본받기를 통해 몸으로 행하지 않아도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앎을 획득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유념할 바는 깨달음의 공부라고 해 머리로만 하는 공부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물론 깨달음의 공부에서 머리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머리와 몸 사이의 거리는 결코 가깝지 않다. 주희가 학습의 ‘습(習)’을 새끼 새가 무시로 날갯짓해 이를 몸에 익히는 것이라고 푼 까닭이다. 머리뿐 아니라 몸으로도 할 줄 알아야 비로소 안다고 할 수 있음이니, 본받음의 공부나 깨달음의 공부는 이처럼 모두 몸에 익히는, 곧 “몸이 하는” 공부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촉발된 비대면수업의 효과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그 저변에서는 코로나19 이전처럼 “평일 아침에 교육을 위해 특별하게 마련된 공간인 학교에 모여서” 하는 교육으로 하루빨리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대면수업이 재개되면 교육은 정말 ‘정상화’되는 것일까? 그렇게만 되면 교육의 기본인 몸이 하는 공부가 당연하게 실현되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대답은 긍정적이지 못하다. ‘비대면수업 대 대면수업’이라는 구도가, 또 “그 둘을 어떻게 혼합할 것인가” 등의 접근이 코로나19로 야기된 ‘비정상적’ 교육이나 코로나19 이후의 ‘뉴노멀’ 교육을 사유함에 별 도움이 못 되는 이유다.

물론 대면수업이 몸이 하는 공부에 유리한 것은 분명하다. 가르치는 이와 배우는 이 사이에는 지식이나 기술만 오가지는 않는다. 양자 간의 관심과 배려, 현장의 생생함과 치열함, 뿌듯함 등도 오간다. 이들은 학습 효과를 한층 강화해줘 지식 습득에서 더 나아가 체득이나 심득도 가능케 해준다. 그럼으로써 몸이 하는 공부 역량이 한층 강화되기도 한다.

문제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우리의 교육은 결코 이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하여 다시 교육의 기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저 옛날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교육의 기본인 “몸이 하는 공부를 어떻게 온전히 실현할 것인가?”라는 화두로 말이다.

김월회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고대와 근대 중국 학술사상과 중국 문학사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인문정신이란 무엇인가’‘깊음에서 비롯되는 것들’ 등을 출간했고, 번역서로는 ‘아시아라는 사유공간’ 등이 있다.



-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통해 보니… “물리적 조건보다 진정한 교감 중요”

‘철학적 엘리트’ 알렉산드로스
아리스토텔레스와 평생 우정
디오게네스와 단 한 번 만남서
‘무소유’ 결정적 깨달음 얻기도


위대한 정복자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각별한 교육을 받았다. 그의 아버지 필립포스 2세는 탁월한 안목으로 당대 최고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를 영입했다. 그때 알렉산드로스는 13세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왕궁에서 멀리 떨어진 한적한 곳에 학교를 세웠다. 알렉산드로스를 비롯해 마케도니아의 귀족 자제 중 뛰어난 인재들이 모였다. 그들은 함께 먹고 자고 배우면서 왕국을 이끌 지도자들로 단단하게 벼려졌다. 나중에 알렉산드로스는 동문과 함께 마케도니아를 더욱 강한 나라로 만들었고 그리스의 통합을 다진 후, 페르시아를 정복하고 거대한 ‘제국’을 만들었다. 그 엄청난 업적은 교육에서 다져진 우정 때문에 가능했다. 어렸을 때부터 합을 맞춰왔던 까닭에 머나먼 원정에서도 호흡이 척척 맞았던 것이다.

플루타르코스에 따르면, 알렉산드로스는 아리스토텔레스를 존경했고 친부 못지않게 사랑했다. “아버지는 내게 생명을 주었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내게 아름답게 사는 법을 가르쳐줬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에게 나라를 다스리는 정치학과 대중을 설득하는 수사학, 군주로서 갖춰야 할 덕의 윤리학도 가르쳤지만, 자연학과 천문학, 생물학은 물론 존재의 심오한 비밀을 담은 형이상학도 가르쳤으며, 의학과 같이 실용적인 학문도 교육에 포함했다. 한마디로 알렉산드로스 그룹은 세상의 모든 것에 관한 지혜의 열정을 갖춘, 철학적 엘리트로 키워졌던 것이다. 실제로 알렉산드로스는 무력이 아니라 지성으로 세계를 정복하고 싶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알렉산드로스가 교육적으로 성장한 과정을 보면, 현재 우리의 교육적 상황에 안타까움과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년 동안 학교는 오랫동안 비어 있었고, 앞으로도 개선될 전망이 잘 보이질 않는다. 선생님과 학생이 서로 만나고, 학생들끼리 서로 우정을 주고받는 살가운 기회가 차단됐고, 대신 디지털 공간에서 평면의 이미지로 만나는 전면적인 비대면 수업이 새로운 교육의 풍경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이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을까? 새로운 세대를 책임질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알렉산드로스를 알렉산드로스로 만든 교육의 핵심이 교사와 학생들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 배우고 토론하고 뛰놀던 것에 있었다면, 우리의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나?

그 해답의 실마리를 알렉산드로스의 다른 일화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왕위에 올라 그리스를 통합한 후 코린토스에 들렀다. 그는 가는 곳마다 현지의 현자를 만나 대화를 즐겼는데, 그 습성은 코린토스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마침 그때 디오게네스가 코린토스에 있었다. 알렉산드로스는 그가 찾아오길 기다렸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자 직접 찾아 나섰다. 알렉산드로스는 그에게 소원을 말하라고 했다. 충격적인 대답이 흘러나왔다. “햇볕이 가려지지 않게 조금만 비켜주시겠소?” 알렉산드로스는 그 소박한 당당함에 감탄했다. “내가 만일 알렉산드로스가 아니라면, 나는 디오게네스이고 싶다.” 거의 벌거벗은 몰골로 허름하게 누워 햇볕을 쬐면서도 세상을 다 가진 듯 만족하는 디오게네스에게서 알렉산드로스는 무엇을 부러워하고 배웠던 것일까?

플루타르코스의 기록에서 알렉산드로스는 절제력을 갖춘 금욕적인 인물로 묘사되곤 하는데, 아마도 그런 삶의 태도는 디오게네스와의 단 한 번의 짧은 만남에서 얻은 깊은 깨달음에서 빚어진 것일 수 있다. 둘 사이의 교감이 알렉산드로스의 평생의 삶의 방식을 형성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사이의 진정성 있는 교감이 아닐까? 아리스토텔레스의 교육도 결국 그 물리적 조건보다도 교육적 교감 때문에 위대한 성취를 일궈냈던 것이 아닐까? 결국 그 어떤 상황과 조건에서도 우리가 교육적 교감을 놓치지 않는다면, 교육의 본질은 성취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인다.

우연일까? 알렉산드로스가 33세의 나이에 요절하던 그해, 디오게네스도 세상을 떠났다. 그 이듬해, 아리스토텔레스도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렇게 한 시대가 저물어갔다.

김헌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

고대 그리스의 문학과 신화, 고전기 아테네의 수사학과 철학이 주요 관심 분야다. 저서로는 ‘질문의 시간’ ‘천년의 수업’ ‘인문학의 뿌리를 읽다’ ‘그리스 문학의 신화적 상상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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