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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21년 02월 22일(月)
‘골목’은 퇴로 아닌 통로…그에게 국악은 ‘길목’일까 ‘발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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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태 ‘골목길’

사랑이 교과서라면 짝사랑은 소설이다. 음악동네 아카이브엔 ‘사랑’보다 ‘짝사랑’이 많이 뜬다. 짝사랑은 마음에도 있고 골목에도 있다. 돌아보니 여럿이 다니던 거리가 혼자 헤매던 골목보다 작아 보인다. ‘어두워져 가는 골목에 서면/ 어린 시절 술래잡기 생각이 날 거야/ 모두가 숨어버려 서성거리다/ 무서운 생각에 나는 그만 울어 버렸지’. (조용필 ‘못 찾겠다 꾀꼬리’ 중)

술래의 기억을 더듬다 골목길 순례에 나선다. 산울림 1집(1977)에 나오는 ‘골목길’엔 청년의 마음이 수채화처럼 담겼다. ‘좁다란 골목길을 따라서 한없이 걷는 마음이여’로 시작해 ‘내 마음 달래는 바람만 부네 부네’로 끝난다. 지금 들어도 아련하고 다시 보아도 아득한 풍경이다.

DJ 출신 가수 이재민의 데뷔곡(1985)이자 대표곡은 ‘골목길’이다. ‘별도 달도 모두 숨어 버렸어/ 네가 오는 길목에 나 혼자 서 있네.’ 이래서 골목길은 짝사랑 영화의 촬영장소로 적당한가 보다. ‘기다림에 지쳐 눈물이 핑도네/ 이제 올 시간이 된 것도 같은데/ 이제 네 모습이 보일 것도 같은데/ 혼자 있는 이 길은 아직도 쓸쓸해’. 가사는 울적해도 춤추기는 좋았던 이 반전(反轉)가요는 양동근이 다시 불러(2002) 영화 ‘해적, 디스코 왕 되다’의 OST로 쓰였다.

‘여수 밤바다’와 ‘벚꽃 엔딩’이 실린 버스커 버스커 1집(2012)에는 ‘골목길’과 ‘골목길 어귀에서’가 연이어 나온다. 노래를 만들고 부른 장범준에게 골목은 방황이 아니라 재회의 길목이다. ‘사소했던 오해들도/ 기다렸던 시간들도/ 우리 다시 만난 거야/ 이 골목길 어귀에서’.

▲  주철환 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
네 번째 ‘골목길’은 1989년 김현식이 신촌블루스 시절에 부른 곡이다(원곡은 1982년 윤미선이 취입했다). ‘골목길 접어들 때에/ 내 가슴은 뛰고 있었지/ 커튼이 드리워진 너의 창문을/ 한없이 바라보았지’. 가사만 보면 영락없는 세레나데가 2021년 벽두에 전혀 다른 색깔의 오디션 두 곳에서 재탄생했다. 지난 2월 6일 방송된 ‘트롯 전국체전’(KBS 2TV) 준결승 1차 무대에서 신승태가 이 노래를 불렀다. ‘수줍은 너의 얼굴이/ 창문을 열고 볼 것만 같아/ 마음을 조이면서 너의 창문을/ 한없이 바라보았지’. 전문가들은 기꺼이 소리꾼을 향해 창을 열어주었고 그는 1위를 했다. 2월 8일 방송된 ‘싱어게인’(JTBC) 결승무대에서는 이무진이 ‘앞으로 가수로서 활동하면서 들려주고 싶은 내 이야기가 무엇인지 그 막을 여는 무대를 보여 주겠다’면서 ‘골목길’을 선곡했다.

누군가에게 골목은 퇴로가 아니라 통로다. 골목길은 한계와 경계를 아우른다. 골목에서 하염없이 누군가를 기다릴 것인가. 고만고만한 골목대장이 될 것인가. 지킬 건 지키고 비킬 건 비켜야 진짜 꾼이 된다. 두 사람을 보니 음악이란 길은 같은데 서성이는 골목은 영 딴판이다. 신승태는 국악 전공자, 이무진은 실용음악과 학생이다. 국악도 실용음악이 될 수 있는가. 그럴 필요가 있는가. 신승태는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금을 금괴로만 보관할 것인가. 금반지, 금목걸이, 금팔찌로도 만들어야지.

‘막다른 골목에서 돌아선 개는 범보다 무섭다’는 속담이 있다. ‘만나면 아무 말 못 하면서/ 헤어지면 아쉬워 가슴 태우네/ 바보처럼 한마디 못하고서/ 뒤돌아가면서 후회를 하네’. 신승태에게 국악은 길목일까, 아니면 발목을 잡는 것일까. 주식시장이라면 몰라도 음악동네에서 굳이 동학개미, 서학개미 나눌 필요가 있을까.

장범준이 희망의 아이콘이 된 건 예선탈락 조였다가 오디션 2위를 차지한 경력 때문이 아니다. 자신의 색깔로 당신의 노래를 부를 때 자신감도 생긴다. 단단해지려면 몸집보다 맷집을 키워야 한다.

엎친 데 덮친 게 아니라 엎치락뒤치락. 그것이 인생이다.

작가·프로듀서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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