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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게재 일자 : 2021년 02월 23일(火)
모든 범죄 ‘금고이상’시 의사면허 박탈, 형평성 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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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연합뉴스 자료사진]
국회 복지위서 의료법 개정안 의결되자 의협 “형평성에 반하는 과잉 규제”
변호사, 1949년부터 모든 범죄 금고이상시 자격 박탈…회계사·법무사도 동일
개정안 시행되면 치과의사ㆍ한의사ㆍ간호사ㆍ조산사 등에도 적용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은 의사의 면허를 박탈하는 의료법 조항을 모든 범죄로 확대 적용하는 법안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는 소식에 의사들이 형평성 문제를 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19일 전체회의를 열고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의사 등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현행 의료법은 허위 진단서 작성죄나 허위 진료비 청구죄, ‘보건범죄단속 특별조치법’ 위반죄 등 의료 관계 법령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만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하는데, 개정안은 모든 범죄로 결격사유를 확대한 것이다.

개정안은 또 ‘금고 이상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유예기간이 지난 뒤 2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이나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고 유예기간 중에 있는 사람’도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했다.

의사가 될 수 없는 ‘결격사유’를 규정한 내용이지만, 이미 의료인이 된 사람도 결격사유가 발생하면 의료법 65조에 의해 면허가 박탈된다.

결격사유가 해소돼야 일정 절차를 거쳐 다시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결격사유’ 조항은 곧 ‘면허박탈’ 조항으로도 불린다.

개정안 처리 절차와 관련한 소식이 알려지자 의사들은 다른 전문 직종에 비해 의사들을 차별하는 법안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와 16개 시도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특정 직업군을 타 직종과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등 형평성에 반하는 과잉규제”라며 “소수의 비윤리적 행태와 불법 행위를 마치 전체 의료인의 문제인 것처럼 부각해 전체 의료계의 위상과 명예를 손상시키는 무책임한 행태”라고 주장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의사의 업무와 상관없는 범죄까지 면허를 박탈하는 것은 합리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라거나 “의사의 면허만 박탈할 것이 아니라 한의사나 간호사 등도 같은 조건 하에 면허를 박탈해야 한다”는 등의 반응이 나온다.

◇ 변호사, 1949년부터 모든 범죄 ‘금고 이상’ 형 확정시 자격 박탈

의료법 개정안이 다른 직업군에 비해 유독 의사에게만 엄격한 법적 잣대를 들이대는 차별적 법안이라는 주장은 사실일까?

의사와 함께 대표적인 전문 직종으로 여겨지는 변호사의 경우 1949년 11월 변호사법이 제정된 때부터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자’는 변호사로 등록할 수 없도록 했다. 이미 변호사로 등록된 경우에는 의사와 마찬가지로 면허가 박탈된다.

현재는 법이 개정돼 변호사법 5조에 따라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는 집행이 끝난 뒤 5년 동안, 금고 이상 형의 집행유예를 받은 경우엔 유예기간이 지난 뒤 2년 동안, 금고 이상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엔 그 기간에 변호사 등록을 할 수 없다. 당연히 등록 결격사유가 사라져야 변호사 자격을 다시 취득할 수 있다.

즉 이번 의료법 개정안은 위법 행위에 대한 자격 정지 규제 면에서 변호사와 거의 동일한 잣대를 만드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조순열 전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은 22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개정안 내용은 변호사법에는 이미 규정된 규제”라며 “변호사법 제정 때부터 존재했던 이런 규제가 의료법에는 여태 없었다는 것이 더 비상식적”이라고 말했다.

◇ 다른 전문직업군도 모든 범죄 대상…의료법 개정안, 의사의 업무상 과실치사·상에 대해선 예외적으로 면허 유지 허용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변호사는 직무의 공공성이 다른 전문 직종에 비해 높기 때문에 특별히 엄격한 결격사유가 적용되는 것이라는 반론이 나온다. 의사에게 변호사와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죄명에 관계없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에 면허를 박탈하는 자격증 기반 전문 직종은 변호사 외에도 다양하게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공인회계사와 법무사를 들 수 있다. 공인회계사는 공인회계사법 4조에 따라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은 경우 집행 종료 5년 뒤부터 면허를 재취득할 수 있다. 법무사도 법무사법 6조에 따라 동일한 처우를 받는다.

이외에 노무사(공인노무사법 4조)와 감정평가사(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 12조), 세무사(세무사법 4조), 관세사(관세사법 5조), 변리사(변리사법 4조) 등은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집행이 끝난 뒤 3년이 지나야 면허를 다시 취득할 수 있다.

금고 이상 형의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엔 각 직종 마다 자격정지 연수(年數)에 차이가 있지만, 일정기간 자격이 박탈된다는 점은 거의 공통적이다.

결국 변호사 외에도 자격증을 보유하는 여러 전문직에서 유사한 규제를 두고 있는 것이다. 변호사만 특별한 것도 아닌 셈이다.

오히려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사고에 따른 처벌 가능성이 상존하는 의사 직업의 특수성을 감안, 과실 치사·상죄에 대해 면허 박탈을 면해주는 측면도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료행위 중 과실로 인해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금고 이상이 형이 선고돼도 면허를 박탈하지 않는다. 이 같은 예외는 변호사나 공인회계사, 법무사, 변리사, 감정평가사, 세무사, 노무사, 관세사 등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조순열 전 변협 부협회장은 “사안에 따라서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변호사보다 더 높은 공공성을 지녔다고 볼 수도 있다”며 “직무 공공성을 이유로 개정안을 반대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 의사뿐만 아니라 한의사, 간호사 등도 의료법 개정안 적용대상

개정안이 한의사나 간호사 등 다른 의료인에 비해 의사만 차별한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이번 의료법 개정안이 워낙 ‘의사 자격 박탈’에만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일각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지난해 의료파업을 주도한 의사 업계에만 불이익을 주려 한 것이라는 식의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법률상 의료인 개념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한데 따른 오해다.

개정안은 모든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법안이고, 의료법 2조는 ‘의료인’의 범위를 치과의사를 제외한 ‘양의’(洋醫)를 통칭하는 ‘의사’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다. ‘의료인’에는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간호사까지 포함되는 것이다.

김대하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의료법 개정안에 담긴 범죄 관련 자격정지 규제가 다른 여러 전문직에도 존재하는데 대한 연합뉴스의 질의에 답하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현행 의료법이) 살인이나 성폭행과 같은 중범죄를 저지르고 면허를 제한받지 않도록 하는 빈틈이 있다고 해도 대부분의 의사는 그런 강력범죄를 저지를 의도가 없기 때문에 이를 특혜라고 할 수는 없다”며 “약사나 보건ㆍ의료 계통 면허도 결격사유가 직무 관련한 법령 위반으로 제한돼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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