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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21년 02월 24일(水)
한승주 “文정부 외교, 사람도 절차도 정책도 없고 ‘코드’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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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승주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경희궁1가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남북의 획기적인 관계 개선을 위해 과도하게 북한에 호의를 베풀고 동맹 관계에 지장을 주는 조치를 취해선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 한승주 아산정책硏 이사장

트럼프 3無외교 닮아… 人事, 능력보다 이념·인적관계 우선
교란된 韓·美관계 정상화하려는 美정부… 흐름에 맞춰줘야
바이든과 측근, 北문제 프로들… 남북관계 서두르지 말길
김정은은 정권유지·核용인이 목표… 北주도 통일까지 꿈꿔


신중하고 온화한 성품대로 조심스러우면서도 차분한 목소리였지만 문재인 정부의 외교 정책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이어졌다. 문 정부의 외교 정책을 ‘이념 외교’라고 설명할 때는 단호했고,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적절한 지도자라고 밝힐 때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였다.

최근 ‘한국에 외교가 있는가’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펴낸 한승주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은 점잖은 목소리로 “한국 외교는 사람도, 절차도, 정책도 없고 코드만 있다”고 꾸짖었다. 김영삼 정부에서 외무부 장관을, 노무현 정부에서 주미대사를 지낸 한 이사장은 남북 관계와 한·미 동맹, 한·일 관계, 한·중 관계까지, 기자의 다소 거친 질문에 부드러우면서도 핵심을 꿰뚫는 혜안으로 막힘없이 답했다.

인터뷰는 한·미 정상 간 첫 전화 통화가 이뤄진 지난 4일 오후 2시간여에 걸쳐 이뤄졌고, 이후 전화와 서면을 통해 질문과 답변을 추가했다.

―오늘(4일) 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첫 전화 통화를 했다. 조만간 대면 정상회담도 열릴 텐데.

“내가 책에 미국 정상과 처음 만나 이래라저래라 해선 안 된다고 썼다가 막판에 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을 만나러 미국에 왔을 때 주미대사로 있으면서 상대방의 마음을 언짢게 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기도 전에 싱가포르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고 했다. 아마 본인 임기가 많이 남지 않아 마음이 급할 텐데, 그럴수록 여유 있게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우리 정부가 미국과 북한 간 정상회담을 이끌었는데 그 결과가 좋지는 않아 그걸 만회하려고 무리할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40년간 상원에서 외교위원장도 지내며 북한 문제를 다 섭렵했고, 측근들도 그 문제를 다뤄본 프로들이다. 대통령이 꼭 내 임기 중에 이건 해야겠다고 생각해 과잉 노력을 해서는 안 된다.”

―문 정부는 남은 임기도 그간 남북한과 미국 정상 간 ‘톱다운’(top down) 방식의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처럼 보이는데.

“불행하게도 바이든 대통령의 성향이나 정치색은 그렇지 않다. 톱다운이 아니라 실무자 중심으로 실질적인 대화가 이뤄지는 ‘보텀업’(bottom up) 방식이다. 겉으로 보여주기 위해, 심한 표현으로 ‘쇼’하기 위해 싱가포르나 판문점에서 만나자는 건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원래 성향이 그렇지 않은 데다 이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그렇게 해서 실패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다자회담의 역할을 강조했다.

“다자회담이 요술방망이는 아니다. 하지만 2007년에 끝난 6자 회담이 14년 지났어도 유용성은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미·북 간 정상회담을 하는 것보다 6자 회담 등을 통해 계기를 만드는 게 더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다시 협상에 들어올 명분을 제공하고 필요하면 미·북 양자회담 등의 기회와 자리를 만들어 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시간표가 서로 다른 게 가장 큰 문제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어떤 목표를 잡아야 할까.

“결국 영어로 ‘프레임 어그리먼트’(frame agreement·잠정적인 합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커다란 합의 속에 이행 방안은 단계적이고, 한국이나 미국 입장에서는 전체적인 비핵화 약속을 받아내는 차원이다. 물론 김정은 입장에서는 문서를 만들고 사인을 해도 한·미 정부가 바뀌고 상황 변화가 있으면 꼭 이행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전혀 제동 장치 없이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을 계속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상황은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어떻게 평가하나.

“역사적인 미·북 정상회담을 끌어내고 기대를 많이 줬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고 북한에는 시간을 준 것도 사실이다. 2017년 곧 전쟁이 날 것 같은 상황에서 북한의 무력 도발이 적어진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공이 과보다 크다고 말하긴 어렵다.”

남북 관계에 대한 한 이사장의 설명을 듣다 보니 왜 이미 철 지난 듯한 6자 회담의 의미와 배경, 맥락에 대해 책에서 상당 부분을 할애했는지 알 것도 같았다. 워낙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본의 아니게 여러 차례 이메일과 전화를 통한 추가 인터뷰에서는 보다 직접적인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  한승주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이 지난 4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외교는 인재도, 절차도, 정책도 없고 코드만 있는 3무 1유 외교”라고 문재인 정부의 외교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中, 만만해 보이면 계속 압박… 어느 정도 손해 보더라도 원칙 지켜야”

中의 ‘경제적 압력’에 밀리지 않은 싱가포르, 文정부의 ‘저자세’와 대조
바이든, 韓·美·日 협력 강조하는데 韓·日은 서로 탓하기 바빠
아베보다 융통성 있는 스가… 양국간 관계 개선 기회
반일정서 설득·포용선언 ‘삼일절’이 적기



한 이사장은 “문 정부의 희망과 성의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북한은 미국과 유리한 협상을 해 정권 유지, 핵무장 용인, 제재 해제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였고, 김 위원장은 이제 더 나아가 북한 주도의 한반도 통일까지 꿈꾸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북한에 호의를 보여도 남북 관계가 진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이 할 수 있는 최대 역할은 각국의 공동이익, 예를 들어 북한의 비핵화 같은 게 뭔지 찾아내고 그 실현을 위해 특히 미국 등 각국과 최대한 공조하는 것이고 한국이 핵 문제를 포함한 주요 문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건 비현실적인 바람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보수 성향 외교 전문가들은 한·미 동맹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북한이나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한·미 간 이견이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미국은 지금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4개국 안보협력체)를 구상하고 있고 그걸 넘어 쿼드+(플러스)도 생각하는 것 같은데 한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확실치 않다. 북한의 핵 위협뿐 아니라 중국에 대한 입장 등에서도 우리의 입장을 미국에 제대로 설명하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한 이사장은 “또 하나 중요한 건,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미 관계를 포함해 외교 정책을 너무 교란시켜놨다는 점”이라며 “바이든 정부는 이걸 정상화하는 게 중요한 상황이다. 그런 흐름에 맞춰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 외교 라인이 바뀌었다. 어떻게 평가하나.

“지금까지 정의용 외교부 장관(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나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정책 결정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문 대통령이 계속 있으니 전체적인 틀이나 방향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 정 장관은 프로다. 미국이나 일본과 프로 대 프로로 대화가 가능한 사람이다. 하노이 미·북 회담 실패의 책임을 정 장관이 떠맡을 이유는 하나도 없다.”

―그러면 3년 반 동안 누가 중심에 있었다고 보나.

“감이야 있는데 정확히 모른다. 그리고 사람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

강 전 장관은 몰라도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국가안보실장을 지낸 정 장관이 정책 결정의 중심에 있지 않았다는 말에는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하지만 이론과 현실을 오가며 평생 외교에 매진한 한 이사장의 눈에 문 정부의 외교 정책이 뭔가 삐걱대 보였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 정부도 계속 한·미·일 협력을 강조한다. 문 대통령도 한·일 관계 개선 의지는 분명한 것 같다.

“지금 구체적인 강제징용 등 문제에 대해 한국과 일본이 안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국의 참여가 상당히 중요하다. 지금 미국 외교 라인의 인적 구성만 봐도 우리 생각 이상으로 미·일 관계는 밀접하고 긴밀하다. 일본 사람들 자신이 생각해 내지 못한 것이라도 미국이 일본을 설득시킬 수 있다고 본다.”

―지금 문 정부는 우리는 관계회복 의지가 있는데 일본이 꿈쩍도 안 한다고 토로한다.

“2000년대 이후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으나 집권 후반기에는 일본군위안부, 독도 문제 등으로 관계가 경색되곤 했다. 이건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 다 마찬가지다. 문 정부는 여기서 더 나아가 집권 시작부터 일본에 대해 냉각된 태도로 시작했다. 2015년 어렵게 이뤄진 위안부 합의를 무효화하는가 하면, 강제 노역자 배상 문제에 대해 법원의 사법농단을 거론하며 그 문제에 대한 온건한 대응을 범죄시했다. 전임 정부에 비해 대일 관계의 경색 완화 의지가 약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단 지금이라도 집권 후반기 대일 관계 개선이라는 업적(legacy)을 남기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본다.”

―양국 모두 국내 정치에 한·일 관계를 이용하는 적대적 공생관계로 보인다.

“한·일 간에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질 만하면 또 다른 이슈나 조치가 나와 다시 악순환이 시작된다. 이것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서로 체면을 지킬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집권자의 의지와 능력이 중요하다. 마침 미국 정부가 새로 들어섰고 그나마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보다는 좀 더 융통성 있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가 취임했다. 지금이라도 문 정부가 온기를 불어넣으면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곧 삼일절이다.

“삼일절은 원래 일본의 점령에 맞섰던 운동을 기념하는 날이므로 일본에 대해 친화적인 발언을 하기가 어려운 날이다. 그러나 역으로 그런 날에 한국 대통령이 용기 있고 아량 있게 일본을 포용하는 선언을 한다면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마침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계층이 특히 반일 정서가 강하다. 그 사람들을 설득하기에 좋은 위치에 있다. 노 전 대통령이 반미 성향 지지자들을 설득해 이라크 파병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것처럼. 문 대통령이야말로 반일 정서를 설득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지도자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도 다른 건 다 바꿔도 중국에 대한 공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덩샤오핑(鄧小平)의 도광양회(韜光養晦)라는 지침을 바꿔 주동작위(主動作爲)의 정책으로 들어갔다. 그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커가는 경제력으로 압박해 외교적·안보적 이익을 얻으려는 것이다. 그 명분 중 하나는 상대방에게 교훈을 주고 길들이기를 하는 데 목적이 있다.”

도광양회는 자신의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는 뜻이고, 주동작위는 해야 할 일을 주도적으로 한다는 뜻이다. 한 이사장은 중국에 맞선 사례로 싱가포르를 들었다.

“싱가포르는 미국과 동맹도 아닌데 해군 기지를 미국이 사용하게 하는 등 안보적으로 밀접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중국과도 다대한 경제 관계를 갖고 있다. 싱가포르에 대해 중국이 경제적 몽둥이를 휘두르지 않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중국에 버릇을 제대로 들였기 때문이다. 중국이 경제적 압력을 행사할 때 ‘밀면 밀린다’는 빌미를 주지 않았다. 중국은 만만해 보이는 나라, 약점을 가진 나라를 압박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은 밀면 너무 쉽게 밀린다는 걸 보여줬다. 결국 어느 정도 손해를 각오하더라도 우리가 원칙과 이익을 수호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금으로 따지면 문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안 남은 것도 하나의 무기로 쓸 수 있다. 난 곧 대통령 그만둔다, 그래서 하고 싶은 대로 한다고. 근데 그게 무기가 아닌 약점이 되고 있다. 내가 있는 동안 시 주석을 불러와 쇼를 해야 한다고. 이건 다음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좌파든 우파든 누가 되든 난 과거 대통령들처럼 안 한다는 걸 보여주면 물론 피해가 있겠지만, 그러고 나면 중국도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샌드위치 신세가 안 되려면 확실한 입장을 정해야 한다는 말인가.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양자택일할 필요는 없다. 단 미국이 원하는 정책에 우리가 어디까지 간다는 것은 확실히 이야기할 필요는 있다. 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후신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들어가는 문제를 왜 우리가 우물쭈물하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 미국도 다시 들어가려 하는데. 중국이 시비 걸 수 없다. 시비 건다면 오히려 ‘너희들 때문에 안 들어가지 않는다’는 걸 보여줄 기회가 된다. 쿼드 문제도 우리가 계속 긍정도 부정도 아닌 ‘NCND’로 일관할 게 아니라 처음부터 우리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그 논리가 그럴듯하면 미국도 설득될 것이고, 요리 빼고 조리 빼고 믿을 수 없다는 인식도 불식시킬 수 있다. 이런 자세를 갖지 않으면 미·중 사이에서 우리 입장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트럼프의 외교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는데, 그 정도로 말이 안 되는 4년이었다고 생각하나.

“외교 정책도 아니다. 자기가 생각나는 대로 트위터에 올리고 그게 또 정책이 되고. 인재(people)도, 절차(process)도, 정책(policy)도 없는 3무(無) 외교라고 비판한 바이든 정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지적에 동의한다.”

―문 정부의 외교정책은.

“불행히도 ‘3무 외교’는 우리한테도 고스란히 적용되는데, 그래도 있는 게 있다. 코드가 있다. 그럼 3무 1유(有) 외교인가. 외교 인사에 있어 외교 경력이나 협상, 행정 능력보다 인적 관계나 이념적 성향이 더 우선적인 기준이 된 것 같은 부분은 아쉽다. 문 정부의 외교는 이념 외교다. 그게 마르크시즘(Marxism)이나 자본주의 등의 이념이 아니라 감정이나 정서에 가까운.”

―문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현실적인 외교적 목표는.

“문 대통령은 가능하면 또 한 번의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서라도 획기적인 관계 개선이 있었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위해 과도하게 북한에 호의를 베풀고 동맹과 관계에 지장을 주는 조치는 취하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이 핵무장을 하고 있고, 또 그것을 강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인터뷰 = 민병기 정치부 차장 mingming@munhwa.com
e-mail 민병기 기자 / 정치부 / 차장 민병기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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