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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Who, What, Why 게재 일자 : 2021년 02월 24일(水)
철책 넘어… 목선 타고… 헤엄 쳐서…‘귀순루트’ 동부전선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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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안경계 부대 병사들이 북한에 인접한 해안선을 따라 설치된 철책 지역에서 야간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北 귀순’ CCTV서 8번 놓친 軍

한국군 부대별 경계구역 방대·북한군도 상대적으로 경계 허술한 지역 노려… 대적관 약화따른 기강 해이도 한몫
1983년 연평도 ‘전투기 귀순’- 2008년 DMZ 권총 7발 ‘호출 귀순’… 최근 10년새 ‘노크’서 ‘오리발’까지 5번 뚫려


‘노크 귀순(2012년 10월)→숙박 귀순(2015년 6월)→정박 귀순(2019년 6월)→월책 귀순(2020년 11월)→오리발 귀순(2021년 2월)→?’

최근 10년 새 북한 군인과 주민들이 비무장지대(DMZ)와 해상의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귀순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군의 경계 실패가 잇따라 드러나면서 안보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동부전선 강원 고성군에 위치한 22사단과 철원군에 있는 15사단은 주요한 ‘탈북 루트’로 떠올랐다. 22사단은 ‘노크 귀순’ ‘월책 귀순’에 이어 이번 ‘오리발 귀순’으로 불명예를 안았고, 15사단은 ‘숙박 귀순’으로 조롱받았다. 지난 2019년에는 강원 삼척항 ‘정박 귀순’까지 발생, 귀순 방법도 고속 진화하면서 동부전선 경계시스템의 전면 쇄신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동해안이 서해안보다 귀순이 많은 것은 상대적으로 북한군의 경계가 소홀한 데다 귀순 루트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귀순 의도도 북한의 식량난을 견디지 못한 생계형에서 한국 생활을 동경해 넘어오는 신세대형과 선박 표류 등 돌출형까지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귀순 방법 다양화=이번 ‘오리발 귀순’으로 해상과 육상 경계가 동시에 뚫린 22사단은 3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4일 몸무게 50㎏의 북한 체조선수가 최전방 3m 높이 철책 기둥을 가볍게 짚고 뛰어넘어 군이 자랑하는 최첨단 과학화경계시스템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당시 철책 광망(光網)은 먹통이었고 센서는 울리지 않았다. 이 남성은 DMZ에서 유유히 하룻밤 숙박하며 2중 철책을 넘었다.

해상 탈북도 증가 추세다. 2019년 6월 15일 북한 소형 목선이 NLL을 넘어 강원 삼척항에 입항할 때까지 3일간 우리 영해를 누비고 다녔지만 해군 1함대와 육군 8군단, 23사단은 낌새조차 채지 못한 ‘정박 귀순’이 발생했다. 당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경계 실패에 사과하고 합참의장에겐 경고, 8군단장은 보직해임하는 등 문책했다.

▲  2019년 7월 강원 동해 해군 1함대 동해군항을 방문한 나경원(가운데)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북한 선박 입항 은폐·조작 진상조사단’ 소속 의원들이 북한의 목선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2015년 6월 15일 군사분계선(MDL)을 넘은 북한군 병사가 하루 전 강원 철원지역 감시초소(GP) 코앞에서 하룻밤 잔 뒤 다음 날 발견된 ‘숙박 귀순’ 사건이 발생해 군이 발칵 뒤집어졌다. 군은 DMZ 내 GP에서 열상감시장비(TOD)를 동원해 경계태세를 유지했지만 안개를 틈타 야간에 넘어온 귀순자 발견에 실패했다. 2012년 10월 2일에는 북한군 병사가 22사단으로 넘어온 뒤 우리 군 GP의 창문을 두드리기까지 눈치조차 못 챈 ‘노크 귀순’ 사건으로 온 국민을 경악하게 했다. 군 최전방 소초 경계선이 뚫리면서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공식 사과하고 책임자들을 엄중 문책했다. ‘노크 귀순’ 이후 귀순 유도벨이 새로 생겼다.

◇허점투성이 경계태세=군은 육상과 해상 귀순을 포착하기 위해 첨단 감시장비와 경보벨 등을 설치하는 데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이번 ‘오리발 귀순’에서 드러났듯이 모두 허사였다. 이번에 귀순한 20대 남성은 지난 16일 새벽 동해안으로 올라온 뒤 군부대에 검거될 때까지 3시간 11분 동안 10차례 해안 감시장비와 CCTV에 포착됐지만 군이 이를 확인한 것은 2차례에 불과했다. 북한 개인 잠수어부가 머구리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하고 수온 6∼8도의 얼음장 같은 바다에서 10㎞여 거리를 헤엄쳐 오는 동안 TOD 등 첨단 감시장비는 먹통이었다. 만약 특수부대 무장공비들이 침투했다면 1968년 청와대가 뚫린 1·21사태가 재연되거나 동해 핵발전소 등 국가 주요시설이 위기에 처할 수 있는 아찔한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었다.

◇“작전 실패 군인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 실패 군인은 용서 안 된다”=6·25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킨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작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을 남겼다. 군에서 경계는 기본 중의 기본이고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라 경계 실패 시 일벌백계가 필수적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민간인의 DMZ와 NLL을 통한 귀순 사례가 늘어나면서 군의 경계 실패가 반복되고 있다. 탈북자가 목숨을 걸고 DMZ 3중 철책선과 NLL 사선(死線)을 직접 넘어오는 과정을 제대로 감시,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근무기강 해이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경계방식의 근본적 개선이 요구된다.

특히 2016년부터 155마일 휴전선에 과학화경계시스템이 설치됐음에도 2019년 이후 민간인에 의해 군 경계망이 속속 뚫리고 있다. 이는 과학화경계시스템 맹신에 대한 경종과 함께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른 대적관(對敵觀) 약화에 따른 경계 의식이 이완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웅평 대위 등 역대 탈북 귀순자=대표적인 탈북 귀순으로는 △‘전투기’ 귀순 이웅평 △판문점서 ‘기습’ 귀순한 이중간첩 이수근 △‘무장공비’ 출신 김신조 △‘일가’ 11명 탈출, 김만철 △‘상관 사살’ 후 귀순한 북한군 △“권총 7발 쏴도 몰라”, ‘호출’ 귀순 이철호 등이 꼽힌다.

1983년 2월 25일 전투기 미그19(MIG-19)기를 끌고 귀순한 이웅평 대위는 평남기천비행장에서 출발해 연평도를 지나오기까지 북한군 전투기들이 따라붙자 초고속 저공 비행하며 아슬아슬하게 한국까지 왔다. 이 대위가 끌고 온 미그19기는 당시 군사학적 가치가 높아 많은 보상금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북한군 계급을 인정받아 대한민국 소속 공군 소령으로 재입대했으며 2002년 간기능 부전증으로 사망했다. 1967년 3월 22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사 부사장이던 이수근은 판문점에서 기습 귀순했다. 이날 판문점에서는 제242차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가 열렸고, 이를 취재하던 기자들 속에 이수근도 있었다. 이수근의 귀순 의사는 유엔사 측에 비밀리에 전해졌고, 유엔사 측은 세단 한 대를 대기시켜 이수근이 재빨리 차에 탑승하면 남쪽으로 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결국 이수근은 무사히 귀순할 수 있었지만, 지난 1969년 이중간첩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성락교회 원로목사인 김신조 씨는 북한 특수부대 무장공비 출신이다. 김 목사는 지난 1968년 1월 21일 청와대를 습격하려던 북한 특수부대인 124 군부대 소속 31명 중 유일하게 생포돼 귀순했다. 김만철 일가 11명은 목숨을 건 가족 단위 탈출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1987년 1월 14일 청진항에서 50t급 청진호를 타고 일본, 대만을 거쳐 25일 만에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김만철 씨의 “따뜻한 남쪽을 찾아왔다”는 귀순 소감은 유행어가 됐다.

북한군 병사가 상관을 살해하고 귀순한 사례도 있다. 2012년 10월 6일 북한군 1명이 상관을 살해하고 경의선 남북관리구역 MDL을 넘어 귀순했다. 이 북한군은 귀순 후 우리 군에 “북측 경비 초소에서 경계근무를 하던 중 소대장과 분대장을 사살하고 귀순했다”고 의사를 밝히며 소총을 버리고 비무장으로 우리 군에 뛰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2008년 4월 27일 보위사령부 장교 출신 이철호 씨가 경기 파주 판문점 인근 DMZ GP에서 권총 7발을 쏘며 귀순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이 씨는 “DMZ를 지나 한국군 철책과 경계 초소가 보여 항복을 의미하는 하얀 천을 흔들고 총을 7번 쐈는데도 소식이 없었다”고 말해 우리 군 경계 작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2017년에는 북한군 오청성 씨가 차량을 몰고 판문점을 통해 북한군의 총격을 피해 귀순하기도 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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