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안철수 윤석열 반기문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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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與, 국정 독주·헌법 정신 훼손
중도 보수 인사 협력 필요하고
보선과 대선 선거 연대해야

尹, 反헌법 세력에 맞서 싸우고
외교안보는 潘이 최고 전문가
국민의힘, 양보가 가장 큰 역할

야권을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제1야당 국민의힘은 인물·정책·조직·전략… 뭐 하나 제대로 된 것,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 무능·무기력한 데다가 국정 현안에 무관심한 모습까지 보면 죽비라도 내려치고 싶다. 제2야당 국민의당은 워낙 미약하다. 그럼에도 현재의 야권을 버려서는 안 되는 이유가 있다. 첫째, 국정에 최소한의 균형이 무너졌다. 문재인 정권은 행정·입법부와 함께 사법부를 장악했고, 광역 및 기초 지방자치단체까지 석권했다. 시민단체도 언론도 친여 성향이 압도적으로 많다. 일당독재나 마찬가지다. 둘째, 막대한 권력을 잡은 여권은 유능하지도, 도덕적이지도 않은 것은 물론이고 때론 사악하다. 위헌적 입법을 남발하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헌법 체제까지 위협하고 있다. 국정도 견제하고 대한민국 정체성과 지속성도 지켜야 한다.

야권이 다시 일어서려면 세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 첫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그가 중요한 것은 중도 세력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선거는 보수와 진보가 중도를 놓고 다투는 게임이다.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부터 이겨야 하는데, 야권은 국민의힘 예비후보와 안 대표·금태섭 전 의원 등이 단일화해야만 서울시장 선거에서 여당 후보와 맞설 수 있다. 안 대표가 단일화 경선과 본선에서 승리한다면 보수 중심인 야권의 중심추가 그에게 쏠릴 것이다. 안 대표가 금 전 의원, 국민의힘 경선에 나섰던 오신환·김근식 예비후보 가운데 한 사람을 영입하고 진중권·서민·김경률·권경애 등 합리적 진보 인사들과 협력한다면 중도 쪽에 무시 못 할 정치 세력화가 이뤄진다. 중도 세력과 국민의힘이 대선, 그 너머까지 정책·선거 연합을 할 수 있다. 안 대표의 역할은 패배 때도 중요하다. 안 대표는 경선에서 지더라도 깨끗이 승복하고, 국민의힘 후보를 돕겠다는 의지가 있다고 한 측근이 말했다.

두 번째 인물은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윤 총장은 ‘야권’ 대선 후보 지지율 1위일 뿐만 아니라, 청년 세대 핵심 가치인 ‘정의’를 브랜드화할 수 있는 인물이다. 살아 있는 권력 수사에 집중했던 윤 총장은 최근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사퇴 논란 과정에서 더 깊은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도대체 누가 이 나라를 움직이고 있는 것인가? 1980년대 운동권은 노출된 총학생회가 아니라 ‘언더’에서 지휘하는 세력이 움직였다. 운동권이 주류인 문 정권에도 반(反)헌법적인 국정 독주를 조종하는 언더 세력이 존재한다는 의구심을 윤 총장은 갖게 된 것 같다. 윤 총장이 퇴임 후에도 이들에 맞서 헌법 질서를 지키는 것이 소명이라고 야권이 설득해야 한다. 윤 총장이 정치를 하게 되면, 어느 세력에 합류할지 결정해야 한다. 야권은 영입 경쟁 대신 윤 총장이 헤매지 않고 정치권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세 번째 인물은 반기문 제8대 유엔 사무총장이다. 현재 외교·안보 쪽에 거대한 공백이 생겼다. 위태로운 한·미 동맹, 점증하는 북한 핵 위협, 노골적인 중국의 압박에 대응할 지도자가 필요하다. 반 전 총장이 직접 정치에 뛰어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야권의 도움 요청을 거절하지는 않을 것이다. 반 전 총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뿐만 아니라 시진핑 중국 주석과도 친분이 깊다. 여권은 철학과 정책이 다른데도 어떻게든 반 총장을 이용하려 하는데, 야권에서는 아예 방치하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안 대표와 윤 총장, 반 총장과 안 대표는 통하는 사이다. 절친은 아니지만, 서로 존중한다. 반 총장과 윤 총장은 만난 적이 없다. 그런데 반 총장 측근과 윤 총장 측근이 잘 아는 사이다. 두 사람이 최근에 만나 국제 정세를 놓고 대화를 나눴다. 반·윤 총장과는 직접 관계가 없는 만남이었지만, 주목되는 것은 사실이다. 야권 재건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힘의 양보와 지원이다. 세 사람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 아니다. 국민의힘 서울·부산시장, 대선 후보도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기호 2번만 고집할 때가 아니다. 4월 보궐 선거, 내년 대선에서 야권이 패하면, 중도·보수 세력 자체가 와해될 것이다. 당리당략이나 이념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연대와 협력을 넓혀가는 것이 현재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주어진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