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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21년 02월 25일(木)
‘가덕도 예타 면제’ 망국 정치 악선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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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예산은 정치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고 본질적으로 합리성이나 경제적 분석과는 거리가 있다는 주장이 현실을 잘 설명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더 나은 재정관리나 재무행정 관련 각종 제도의 존재 이유를 찾기 어렵게 된다. 사회간접자본(SOC) 등의 예비 타당성 조사를 담당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에 따르면, 예타 제도로 인해 1999∼2019년 중 144조 원의 예산이 절감됐다고 한다.

1999년 김대중 정부 때 도입됐고 2007년 제정된 국가재정법에도 명시돼 있듯이 예타는 대규모 재정사업 시행 전에 그 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조사 결과를 제시해 합리적인 재정 집행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구체적으로 예타는, 경제성·정책성·지역균형발전·기술성 등을 판단해 재정 운용의 효율성 제고에 기여하는 바람직한 재정관리 제도다. 문제는 면제 조항이다.

공공청사, 교정시설, 초중등 교육시설의 신·증축, 문화재 복원, 국가 안보 관련이나 보안을 요하는 국방산업과 남북교류협력 관련 및 국가 간 협약·조약에 따라 추진하는 사업,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른 재난 복구 지원, 시설 안전성 확보, 보건, 식품안전 등의 문제로 시급한 추진이 필요한 사업, 법령에 따라 추진해야 하는 사업, 예타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예산을 지원받아도 면제받을 수 있다.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면제와 같은 예외 조항의 최소화가 꼭 필요하다. 가덕도 신공항 관련 특별법 제정 시도는 예타 제도를 형해화할 우려가 심각하다.

4·7 부산시장 보궐선거전을 치러야 하는 여야지만 가덕도 신공항 이슈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또,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국토위를 통과하자 대구·경북 지자체장들은 관내 통합 신공항에 대해서도 예타를 면제해 달라고 한다. 그러잖아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가채무가 전대미문의 수준으로 폭증하는데 너도나도 예타 면제를 주장하면 나라 살림은 회복 불능 상태가 될 수 있다.

가덕도는, 프랑스의 세계적인 공항 엔지니어링 회사의 용역에서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 3곳 중 꼴찌를 한 곳이다. 그런데 지난해 말 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검증위원회가 김해공항 확장안의 재검토를 언급하자 꼴찌 가덕도로 후보지를 바꾼 것은 법적·행정적으로도 합당하지 않다. 선거를 앞두고 대규모 국책사업에 특별법으로 예타를 면제하는 것은 선거용 특혜 시비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가덕도는 수심(水深)이 깊어 공사비가 많이 들고, 태풍이 지나가는 길목이라 항공기 이착륙에 안전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동남권 신공항은 지역 숙원 사업이지만 선거를 앞두고 무리하게 추진하는 건 문제가 있다.

재정의 역할은 재난적 위기 상황에서 그 빛을 발한다. 불요불급한 지출을 억제하고 꼭 필요한 곳에 세금으로 마련된 예산을 건전하게 운영해 왔기에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그리고 코로나19 재난위기에 적극적인 재정 지출을 할 수 있었다. 여야가 정치적 계산에 따라 대형 국책사업의 타당성 검토를 면제하는 특별법안을 만드는 것은 무책임하기 그지없다. 지금은, 화수분이 아닌 재정의 평상시 회복을 보장할 수 있는 재정준칙 관련 입법을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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