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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북리뷰 게재 일자 : 2021년 02월 26일(金)
아마존을 넘어 우주로… ‘창조자’ 베조스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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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존이라는 ‘거대 제국’을 일궈낸 제프 베조스는 “하나의 큰 성공은 수천 가지의 실패한 실험을 만회한다”며 실패를 견뎌내고 끊임없이 실험하고 발명하라고 말한다. AP 연합뉴스

■ 제프 베조스, 발명과 방황│제프 베조스 지음│이영래 옮김│위즈덤하우스

청소년 미혼모 아들로 태어나
아마존·블루 오리진 CEO로…
베조스가 직접 쓴 글 등 모아

달착륙서 느낀 흥분 평생 유지
무한 가능성의 우주로 눈돌려


제프 베조스.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닷컴의 창립자로, 현재 세계 최고의 부자다. ‘우주 개척’의 꿈을 위해 연일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민간 우주회사 블루 오리진을 만든 사람이고, 미국의 대표적 언론인 ‘워싱턴포스트’의 소유주이기도 하다. ‘제프 베조스, 발명과 방황’(위즈덤하우스)은 베조스가 직접 쓴 글과 인터뷰를 모은 것으로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1부는 베조스의 글과 인터뷰를 부분부분 발췌해서 베조스의 인생 역정에 따라 배열한 것이고, 제2부는 해마다 발표되는 아마존 주주 서한을 모은 것이다.

나머지 한 부분은 월터 아이작슨의 긴 서문이다. 아이작슨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에이다 러브레이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스티브 잡스 등에 대한 일련의 저서를 통해 창조와 혁신의 비밀을 탐구해 왔다. 베조스의 사업은 규모가 대단해도 유통에 속한다. 현재 아마존 수익 대부분을 차지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도 본질은 비슷하다. 전통 관점에서 볼 때 유통은 이미 창출된 가치를 이전할 뿐 새로운 가치를 만들지 않는다. 그런데도 베조스는 과연 창조의 반열에 오를 만한가. 시대 흐름에 대한 기민한 판단력에 모든 희생을 치르면서 목표를 달성하는 불굴의 경영자 이상의 존재일까.

인간의 삶이란 크고 작은 선택의 누적을 통해 점차 형태를 갖추어 가는 진흙과 같다. 베조스의 말처럼, 삶의 의미는 순간순간 내렸던 일련의 선택들로 집약된다. “재능”은 “주어지는 것”이지만, “선택”은 “어려운 일”이다. 극히 “조심하지 않으면 재능에 현혹”돼, 즉 타성에 빠져서 “선택을 망칠 수 있다.”

베조스는 1964년 미국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서 청소년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났다. 양아버지는 쿠바 이민자 출신이다. 시도 때도 없이 크게 웃는 걸 좋아했던 천재 학생으로 이론물리학자가 되려고 프린스턴대에 진학했다. 3학년 때 수학 천재인 동급생을 만난 후 인생 경로를 바꾼다. 베조스는 말한다. “대부분 직업에서 사회에 기여하는 인재가 되려면 상위 10%에 들어야 합니다. 이론물리학의 경우엔 세계 50위권 내에 들지 않으면 큰 차이를 만들지 못하죠. 저는 컴퓨터공학으로 전공을 바꿨습니다.” 인간은 좋아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쪽이 낫다. 좋아하는 것을 잘할 확률보다 잘하는 것을 좋아할 가망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1994년 뉴욕 헤지펀드 회사에 다니던 베조스는 다른 선택을 한다. “웹 사용량이 매년 2300%씩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책 수백만 종을 갖춘 온라인 서점”을 떠올렸고, 막 서른 살이 된 결혼 1년 차 새신랑은 직장을 그만두고 “열정을 좇아” “미친 짓”에 뛰어든다. 시대 흐름이 바뀔 때는 똑똑한 사람일수록 “모험이 따르는 길”을 택해야 한다. 남 이야기의 배경 인물이 되는 것보다 “자립심과 기지”를 품고 “독창적 방법을 발명”해 자기 이야기를 써나가는 쪽이 큰 성취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닷컴의 시가총액은 현재 약 1760조 원이다. 1997년 상장했을 때는 4800억 원이었다. 그사이 3667배가량 성장했다. 저절로 이루어진 것은 없다. 새로운 경로를 찾으려면, 스스로 많은 것을 ‘발명’해야 한다. 베조스는 발명이 실패를 견디는 힘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아이디어를 내고, 함께 발전시키고, 위험을 무릅쓰고, 틀리는 일을 감수해야 한다. 하나의 “큰 성공”이 “수천 가지 실패한 실험을 만회”하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바늘은 한 방향만 가리킨다. “고객에 대한 집착”이다. 베조스는 말한다. “다음 10년 동안도 변하지 않을 일을 알아낼 수 있다면 거기에 에너지를 쏟아야 합니다.” 아마존은 “낮은 가격, 너른 선택, 빠른 무료배송”에 집중한다. 아마존은 “지상 최고의 고객 중심 회사”를 만드는 과정에서 창출되는 “장기 가치”에 목표를 두고 “활기 있는 끈기”를 통해 혁신을 누적함으로써 이를 실현해 왔다. 사명감 있는 사람만 이 일을 해낼 수 있으므로, 아마존 직원은 회사의 주가를 올리는 데 신경 쓰는 “용병”보다 “사명감”을 품고 “고객을 아끼며 훌륭한 서비스를 구축하려고 노력”하는 “선교사”가 돼야 했다. 대세에 순응하는 제품보다 직감을 믿고 고객 경험을 혁신하는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가 결국 더 많은 이익을 돌려주기 때문이다.

선교사는 다루기 힘들다. 이들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조직, 위험을 감수할 수 없는 조직”에서는 곧장 달아난다. 베조스는 이들과 함께 일하는 법을 창출하는 데 집중한다. 그 덕분에 아마존은 “세상에서 가장 실패하기 좋은 장소”가 될 수밖에 없었다. 되돌릴 수 없는 큰 결정은 최고책임자가 충분히 검토한 후 진행하고 나머지 결정 대부분은 현장에서 시도부터 한다든지, 실험적 실패와 운영상 실패를 구분하면서 끝없이 발명을 추구한다든지, 직원들에게 길고 높은 수준의 업무를 요구하는 대신 보상에 집중한다든지 하는 아마존의 ‘첫날 문화’는 이로부터 나왔다. 사업을 시작하는 첫날의 모험적 마음을 영원히 지속하는 것이다. 혁신을 거듭하는 적들과 싸울 때는 우수한 축에 끼는 것만으로는 이길 수 없고, 발명은 방황을 통해서만 이뤄지기 때문이다.

아이작슨은 베조스의 삶에서 외할아버지에게 배운 자립심, 과학소설(SF)로 다져진 상상력, 미혼모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근성, 이민자 아버지에게서 얻은 용기와 결단력, 파워포인트를 금지하고 서사의 힘을 존중하는 인문적 태도 등을 읽어낸다. 베조스는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 중계에서 느꼈던 “우주에 대한 흥분”을 평생 유지한다. 고등학교 졸업 연설에서 “우주 식민지”를 이용해 “연약한 지구”를 보호할 꿈을 펼치는데, 이는 블루 오리진을 통해 베조스가 이루고 싶은 일이다. 지속 가능성에 부딪힌 지구 대신 무한한 자유를 향한 꿈을 우주에서 이어가는 것이다. 베조스의 진짜 첫날은 이제부터라는 느낌이다. 인간이 우주를 자유롭게 드나드는 것, 이야말로 베조스를 창조자로 만들 것 같다. 396쪽, 2만2000원.

장은수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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