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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선규의 사람풍경 게재 일자 : 2021년 02월 26일(金)
상처 딛고 곧게 자란 자작나무들처럼… 삶은 위대하고 아름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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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선충으로 고사된 소나무 숲에 조성된 강원 인제군 원대리의 자작나무 숲. 하얀 수피에 검은 상처들은 하늘을 향해 곧게 자라기 위해 스스로 가지를 떨어뜨린 흔적들이다.
▲  마포 임시선별검사소에서 만난 한진희 간호사.
▲  백 년의 미소로 행복의 비밀을 전해준 김순택 할머니.
▲  산동네서 연탄배달 봉사하는 인채원 씨와 안경원 씨.
▲  미사가 중단된 명동성당에서 간절히 기도하는 루치아 자매님.
▲  연천 당포성으로 휴가나온 민준이네 가족.
▲  꽃처럼 활짝 웃고 싶다는 취준생 함혜민 씨와 김은영 씨.
▲  ‘Mr. 남대문 콩글리시’ 남대문시장 노점상 주재만 씨.
‘희망의 빛’을 찾아 나선 1年

자작나무 숲을 걷습니다. 하얀 나무들이 아침 햇살에 눈 부십니다. 기지개를 켜고 긴 숨을 들이마시자 청량한 기운이 몸속 가득 스며듭니다. 새로운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새삼 느낍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맞서 싸우며 하루하루 보낸 힘겨운 지난 1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작년 이맘때 우리는 인류가 평생 경험해보지 못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을 맞았습니다. 급속도로 확산한 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봄을 빼앗겼습니다. 유채 꽃밭이 갈아엎어졌고, 벚꽃 축제 등 대부분의 축제가 취소됐습니다. 설렘으로 가득할 학교는 굳게 닫혔고, 극장, 경기장도 텅텅 비었습니다. 고용, 산업현장의 붕괴와 함께 사람들의 희망도 무너져 내렸습니다.

한국 천주교 역사상 236년 만에 미사가 중단된 날, 서울 명동성당에서 간절히 기도하고 있는 한 아주머니를 만났습니다. 어둡고 무거운 정적이 흐르는 성당 안으로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한 줄기 빛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저는 그때 확신했습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고. 우리 삶 속에는 반드시 희망도 있다고. 이때부터 코로나19로 먹구름이 드리운 우리 사회 곳곳에서 희망의 빛을 찾아 ‘사람풍경’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말해진 고통은 더 이상 고통이 아닌 것처럼 우리 이웃들을 찾아가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됐습니다. 방역의 최전선인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간호사를 만났고 면접 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취준생들의 불안과 희망을 공감했습니다. 하루 종일 파리만 날리는 가운데에도 유머를 잃지 않는 남대문 노점상의 미소를 보면서 희망을 봤고, 100세 할머니의 미소를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지난 1년간의 ‘사람풍경’ 취재는 사람에 대해, 삶에 대해 가슴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이유로 멈추고 나서야 우리는 깨달았습니다. 지루했던 평온한 일상이 바로 행복이었음을, 아무것도 아닌 줄 알았던 소소한 행복들이 일상의 구석구석에서 반짝이고 있었음을…. 다양한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힘겨운 일상 속에서도 ‘삶은 위대하고 아름답다’는 사실을 새삼 독자들과 함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우리 이웃들의 다양하고 진솔한 모습을 통해 이 위기도 서로 간의 이해와 격려로 함께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지금 제가 걷고 있는 이곳은 강원 인제군 원대리 자작나무 숲입니다. 재선충으로 고사된 소나무들 대신 묘목을 심고 수십 년을 기다려 조성된 숲입니다. 나무에 다가가 안아봅니다. 부드러운 수피에 수많은 상처가 만져집니다. 하늘을 향해 곧게 자라기 위해 스스로 가지를 떨어뜨린 흔적입니다. 그 상처가 ‘세상을 보는 눈’이 됐고, 그 상처로 인해 더욱 성장할 수 있었겠지요. 자작나무 숲에 봄 햇살이 축복처럼 쏟아집니다.

지금까지 <김선규의 사람풍경>에 격려와 성원을 보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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