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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게재 일자 : 2021년 02월 26일(金)
식당과 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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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순 잔치 초대 카드를 인쇄하는 인쇄소에 조그마한 소란이 일고 있다.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이 카드에 인쇄된 ‘부페 식당’을 손가락질하며 역정을 내신다. ‘뷔페’가 아닌 ‘부페’로 쓴 것도 불만이고 뒤에 ‘식당’을 붙인 것도 불만이다. 외래어표기법에 맞지 않아서인가 했더니 ‘부페’는 ‘뷔페’에 비해 격이 낮아 보여서 문제란다. 거기에 ‘식당’을 붙이니 격이 더 낮아져서 더 큰 문제란다. 다시 인쇄해야 할 판이다.

식당 혹은 음식점은 이용자들의 목적은 같지만 이름에 따라 그 격이 다르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음식점’은 종류를 가리키는 말이어서 이름에 들어가는 일은 많지 않다. ‘식당’도 음식점과 같은 뜻이지만 이름에는 꽤 들어간다. 그러나 고급스러운 느낌과는 거리가 있으니 인쇄소에서 맞닥뜨린 어르신의 역정이 이해가 된다.

오래된 거리만큼이나 오래된 노포(老鋪)는 외려 ‘집’을 접미사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통상 두 음절짜리 지명이나 단어에 ‘집’이 붙으면 오래된 냄새가 나기도 하지만 전통과 고집이 느껴지기도 한다. 한자 ‘옥(屋)’이 접미사처럼 사용된 집에선 일제강점기의 느낌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전통의 맛이 느껴지기는 한다. 한때 도심 외곽 곳곳에 커다란 간판을 내걸어 시골길 풍경을 해치는 ‘가든’보다 낫기는 하다.

외국어나 외래어가 대접을 받는 만큼 음식점 이름도 그래야 대접을 받는다. 식당이란 뜻의 ‘레스토랑’은 식당과는 다른 대접을 받는다. ‘뷔페’는 프랑스어로 간이식당이란 뜻도 있지만, 식당을 뒤에 붙였다가는 인쇄소 주인처럼 봉변을 할 수도 있다. 요즘에는 본래 부엌을 뜻하는 ‘퀴진’이 대접을 받는다. 눈에 잘 띄지도 않을 정도의 작은 흘림체로 써 놓는다. 어차피 뜻을 모르거나 있는 곳을 모르는 사람은 안 받아도 된다는 무례한 자부심으로 보여 씁쓸하다. 곳간의 곡식이나 부엌의 음식은 나눠야 맛인데 말이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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