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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용식 주필 게재 일자 : 2021년 02월 26일(金)
‘크래시 랜딩’ 문재인 하산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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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식 주필

임기 말 최악의 추락 상황 시작
히드라 같은 586에 文 토사구팽
이명박·박근혜 처벌도 부메랑

역대 대통령 비해 잘한 일 없고
지지기반 급속 붕괴 고립무원
정책·인사 쇄신에 마지막 기회


민주국가 지도자에게 레임덕은 숙명이다. 피하려 안간힘을 쓸수록 권력은 강하게 움켜쥔 모래처럼 더 빨리 빠져나간다. 그래서 현명한 지도자는 소프트 랜딩을 위해 치밀하게 준비한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이 부분에서도 처절하게 실패하고 있다. 레임덕 표출과 동시에 국정 장악력이 붕괴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한때 ‘청와대정부’라고 불릴 정도로 정국 주도권을 잡았지만 이젠 가덕도와 중대범죄수사청 문제에서 보듯 여당 앞잡이 노릇을 한다. 그런다고 퇴임 안전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은 하드 랜딩도 넘어 크래시 랜딩 재앙으로 갈 요건을 두루 갖췄다.

첫째, 권력 자체에 레임덕 요인이 내재돼 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리더십과 지지 기반 위에 서 있는 게 아니라 586그룹에 의해 옹립된 측면이 강하다. 이제 그 그룹은 특권층(노멘클라투라)으로 변질했다. 후계 권력은 현 정부 실정(失政)과는 선을 그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해 충돌이 불가피하다. 신화 속 히드라는 머리가 사라지면 또 다른 머리가 생겨 생존을 이어간다. 586그룹은 그런 집단이 됐다. 그룹 생존을 위해 문 대통령 토사구팽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탈원전, 4대강 보 해체, 검찰 핍박 등 문 대통령에게 정치적·사법적 책임이 돌아갈 일이 수두룩하다. 지금은 코로나 사태, 무기력 야당, 1당 국회라는 3중 차폐막에 가려 안 보일 뿐이다. 그러나 이미 여권 내부에 균열이 생겼고, 검사·판사에 이어 일반 공무원들도 반기를 들었다. 정부가 바뀌면 많은 폭로가 뒤따를 것이다.

셋째, 최악의 국가 분열을 낳고 정치 보복의 진폭을 키웠다. 박근혜·이명박 처벌, 무리한 적폐 청산은 부메랑이 됐다. 전 정권에 적용된 직권남용 혐의는 문 정권에 비수가 된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 유죄 판결이 내려졌고, 원전 경제성 조작 수사는 청와대를 향한다. 뿌린 대로 거두게 된다.

넷째, 문 대통령 본인의 성품과 역량이다. 노무현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했던 인사들은 대부분 문 대통령에 대해 겉으론 부드럽지만 고집이 세고, 뒤끝도 만만치 않다고 증언한다. 그런 성향은 임기 말엔 더 치명적이다. 노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정치하지 말라’고 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다섯째, 무엇보다 레임덕 관리에 실패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말엔 통합 내각, 중립 내각을 구성하려 했다. 문 대통령은 반대다. 친정권 검사들로 방패 삼으려 하지만 입지를 좁히는 역효과를 낳을 뿐이다. 진중권·김경률·서민·권경애 등은 지지에서 반대로 돌아섰다. 고기영 법무차관은 떠났고, 조남관 대검 차장도 등을 돌렸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김영삼·김대중을 제외한 모두가 퇴임 후 고초를 겪었다. 이승만은 하와이에서 쓸쓸히 숨을 거뒀고, 박정희는 재임 중 피살됐다. 전두환·노태우는 쿠데타와 부정 축재로 단죄됐고, 노무현은 부엉이바위에서 유명을 달리했으며, 이명박·박근혜는 100세 가까이 되도록 징역을 살아야 한다. 자택에서 천수를 다한 양김에겐 공통점이 있다. 통합과 화해의 정치를 했다. 김대중은 자신을 죽이려 했던 박정희·전두환도 용서했다. 또 재임 중에 자식들까지 사법처리하는 채찍을 감내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안전판은 국정 성공과 국민 지지다. 문 대통령은 전임들보다 국가 발전에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을까. 지금으로선 업적이라고 할 만한 것을 찾기조차 힘들다. 오히려 대한민국의 과거를 부정하고, 현재를 망치며, 미래를 암담하게 하는 정책들을 펼쳤다. 그렇다고 정권 재창출이 안전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김영삼·노무현 정권이 전임 정권을 처벌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문 대통령 비판자에게 득달같이 문자 폭탄을 퍼붓던 문빠 기세도 꺾였다.

문 대통령은 고립무원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하산 길은 어느 대통령보다 험난할 수밖에 없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마지막 기회는 아직 남아 있다. 사즉생 각오로 정파를 떠나 국민을 위한 국정을 펼치는 것이다. 비현실적 코드 정책을 버리고 탕평 인사로 정부를 쇄신해야 한다. 제기된 비위들에 대해선 검찰 수사를 자청해야 한다. 레임덕 관리 실패 측면에선 박근혜 대통령 말기와 유사한 측면이 많다. 문 대통령 종착지가 어디일지는 이런 일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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