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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Deep Read 게재 일자 : 2021년 03월 02일(火)
文 “가덕도, 가슴 뛴다”… 정책의 공정·합리·체계성 망각한 관권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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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둘러싼 관권선거 논란이 뜨겁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25일 가덕도를 방문해 이병진 부산시장 권한대행으로부터 관련보고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 文 가덕도 발언과 관권선거 논란

가덕도 신공항,‘성추행 사건+與 정치적 의지+지역 요구’ 결합으로 졸속 추진… 정상적 정책수행으로 볼 수 없어
부산 外 국민, 의사결정 소외된 채 공항 건설비용만 부담… 文 말 한마디에 정책 급선회는 전형적 비합리성 모델


4·7 보궐선거가 다가오면서 여·야 및 정치권의 선거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가덕도를 방문해 “가슴이 뛴다”며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적극 추진할 것을 독려하면서 공무원의 중립성 위반 등 위헌·불법 논란이 벌어지는 형국이다. 문제는 문 대통령의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둘러싼 발언과 행적이 헌법적·법률적 논란을 떠나 정책 수행의 관점에서도 공정성을 훼손하고 합리성을 상실시키며, 체계적 운영을 가로막는다는 점이다. 이는 문 대통령과 정부의 가덕도 신공항 추진이 올바른 정책 수행이 아닌 관권선거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정책 수행의 ‘공정성’ 훼손

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대통령의 가덕도 방문은 헌법 제7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규정과 공직선거법 9조 ‘선거에 대한 공무원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 금지’ 규정 위반이라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크다.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은 공직선거법 9조 위반으로 탄핵소추를 받았다. 물론 문 대통령의 가덕도 방문이나 여권 주도의 신공항 특별법 통과가 정상적인 정책과정의 일환이며 부당한 선거 개입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법률적 검토뿐만 아니라 정책 수행의 관점에서 이번 가덕도 특별법을 추진하는 과정이 합리적이고 타당한 것인지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정책의 ‘공정성’.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국가의 정책 방향과 중요 사안을 논의하고 의사결정하는 공론장이다.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정당들과 정치인들이 각자의 주장을 제시하고 국민은 자신의 지지 의사를 표시해 국가적 의사결정을 한다. 따라서 김해공항 확장이냐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냐를 놓고 국가적 논쟁과 선택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민주주의 정책 결정 과정이다.

문제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대한 의사결정은 전 국민이 참여해야 하는 국가적 정책 사안이라는 점이다. 이번 보궐선거에 참여하는 부산시민은 자신의 의사를 표할 수 있겠지만, 지역 유권자가 아닌 다른 지역의 시민들은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못한 채 28조 원 규모로 예상되는 공항 건설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면, 이는 매우 불공정한 일이다. 당장 동남권 신공항 건설의 당사자인 대구·경북 지역의 주민들은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하는 무력감과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형적인 비합리성 모델

둘째, 정책 대안의 ‘합리성’. 미국의 정책학자 J W 킹던은 민주주의에서 정책과정은 합리성과 비합리성이 혼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심각한 사회문제가 존재해도 정부가 정책대안을 마련하지 않아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대안은 있지만 정치인의 의지가 없어서 시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사회문제, 정치적 의지, 그리고 정책 대안이 연결되지 못하고 별도의 흐름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어떤 ‘우연한’ 계기로 인해 사회문제-정치적 의지-정책 대안으로 연결돼 정책화된다는 것이 킹던의 비합리성 모델의 핵심이다.

이번 부산 보궐선거를 계기로, 기존 김해공항 확장으로 가닥을 잡았던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갑자기 가덕도 신공항 건설 특별법 제정으로까지 이어지게 되는 과정도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에서 비롯된 일련의 우연적·비합리적 과정이다. 여권은 보궐선거 승리를 통해 대선으로 나아가는 길을 닦아야 한다는 정치적 의지가 강했고, 부·울·경 지역민의 입장에서도 24시간 운영되는 신공항 건설이 필요하다는 정책 수요가 어느 정도 잠재해 있었다.

그러나 킹던은 정책과정에 합리성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는 점도 지적한다.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대안만큼은 합리적인 검토와 준비 과정을 거쳐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구체적 정책 대안을 만드는 일은 선거에 나서는 정치인이 아니라 공무원들과 전문가들이 해야 할 일이다. 복잡하고 다양한 사항에 대한 고려를 바탕으로 세세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토부는 가덕도 신공항 추진과 관련한 구체적인 문제점을 국회에 제출했었다. 인근 진해비행장과 공역이 중첩돼 항공기 추락 등 안전사고 위험성이 크고, 바다를 매립해 공항을 건설하는 것은 환경오염의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뿐 아니라 가덕도가 외해(外海)에 위치해 난공사가 예상되며 28조 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완공 후 활주로 부등침하로 인한 공항 기능 장애도 위협 요인이다. 이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가덕도 신공항이 효과적으로 기능하기 어렵게 돼 낙후된 김해공항을 그대로 사용해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국토부는 하지만 “가슴이 뛴다”는 문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가덕도 신공항 급추진으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정책 수행의 전형적 비합리성 모델을 보여준 것이다.

◇정책 체계 무시한 밀어붙이기

끝으로 정책과정의 ‘체계적 운영’이라는 측면이다. 킹던이 지적한 것처럼 정책 결정은 합리성과 비합리성이 혼재한 복잡한 과정을 거쳐 이뤄진다. 그러나 책임 있는 정부는 정책과정을 체계적으로 운영해 적실성이 높은 정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국책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정책 타당성 검증, 환경영향평가, 예비타당성 평가 등을 통해 검토하는 이유도 정책의 체계적 운영을 제고시키기 위한 노력이다. 국회 상임위원회 심의 또한 핵심적 구성요소다.

그런데 이번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지금까지 구축해온 정책과정 체계를 무시한 채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됐다. 이는 앞으로도 국가 정책의 이해당사자들이 합리적 정책을 만드는 정책체계를 무시하고 무조건 자신들이 원하는 정책을 요구하는 상황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가덕도를 방문해 ‘가슴이 뛰는’ 특별함을 강조한 문 대통령과 정부라 하더라도 가덕도 신공항 건설 정책에 이 같은 문제점이 내포돼 있음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성과 합리성, 체계적 운영을 가로막고 막무가내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결국 보궐선거를 앞두고 지역 민심을 잡아보겠다는 선거공학의 일환이자 관권선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합리적으로 추진되지 않는다면, 부·울·경 주민이 원하는 신공항 건설은 더 지체돼 요원한 희망으로 남고 대다수 국민은 아까운 세금만 낭비하는 상황과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여당이 지금이라도 정책을 재검토해야 할 이유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세줄 요약

정책 수행의 ‘공정성’ 훼손 : 가덕도 신공항 추진은 전 국민이 결정에 참여해야 하는 국가적 정책 사안이지만 부산 외 국민은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못한 채 28조 원의 공항 건설 비용 부담해야. 이는 정책 수행의 공정성을 훼손한 것.

전형적 비합리성 모델 : 구체적인 정책 대안은 합리적인 검토와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함. 국토교통부가 “가슴이 뛴다”는 대통령의 말에 가덕도 신공항 추진으로 방향을 급선회한 것은 정책 수행의 전형적 비합리성 모델을 보여준 것.

정책 체계 무시한 밀어붙이기 : 막무가내로 정책을 추진하는 건 보궐선거를 앞두고 지역 민심을 잡아보겠다는 선거공학의 일환이자 관권선거. 이는 신공항 건설을 지체시키고 대다수 국민의 세금 낭비만 초래할 가능성이 큼.


■ 용어 설명

‘킹던’은 정책변동을 설명하기 위해 1984년 다중흐름모형을 제시한 행정학자. 정책문제의 흐름과 정책대안의 흐름, 그리고 정치흐름이 ‘정책변동의 창’을 통해 정책산출로 나아간다고 밝힘.

‘동남권 신공항’은 지난 2006년부터 국내 남부 지역에 건설키로 계획했던 공항 건설사업. 2016년에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한 ‘김해 신공항’으로 결론이 났지만, 최근 ‘가덕도 신공항’ 추진으로 선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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