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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통일
[정치] 문화지식포럼 게재 일자 : 2021년 03월 03일(水)
北비핵화 없는 先평화는 허상… 對北 강온병행전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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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의 대한민국 외교 ‘진단과 처방’ - ④ 길잃은 ‘南·北관계’ 해법찾기

- 조윤영 중앙대 국제정치학 교수
소극적인 평화론에서 탈피해 비핵·평화 원칙 세워야
바이든, 트럼프와는 달리 신중…韓·美동맹 강화 필수
진영논리에 빠진 집단사고서 벗어나 전문가 활용해야


[처방]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2차례의 미·북정상회담 개최는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는 대전환의 시대를 활짝 열 것 같았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북한은 남한에 대해 속문뿐 아니라 겉문까지 꼭꼭 닫았다. 남북 불통의 시대다. 북한은 지난해 6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대남 막말 파문에 이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해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기대를 무너뜨렸다.

북한은 지난 1월 노동당 8차 당대회에서 한 발 더 나갔다. 최악의 경제난에다 경제 회생 가능성도 없는 북한은 핵무장을 완성할 때까지 자력갱생으로 버티기로 했다. 그러면서 남한에 대해선 핵과 미사일을 기반으로 무력 통일을 하기로 결정했다. 북한이 당대회를 통해 발표한 차기 목표는 남한을 언제든지 핵으로 공격할 수 있는 전술핵무기, 북한 도발에 대한 미국의 응징에 핵무기로 2차 대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그리고 SLBM을 탑재할 수 있는 핵추진 잠수함 건조다. 북한이 이런 무기를 모두 개발하려면 앞으로도 최소한 5년은 더 걸리겠지만, 핵무장 완성의 마지막 단계까지 왔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이를 완성할 때까지 버티면서 국면이 유리하도록 여건 조성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이제 남북관계는 개선은 고사하고 무력충돌이 걱정될 정도다. 북한은 한·미 연합방위체제를 해체하기 위해 한·미 군사훈련 중지, 남한에 전략무기 반입 및 개발 금지, 주한미군 철수 등을 요구하며 우리에게 굴종적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를 ‘평화의 일상화’라고 주장한다. 문재인 정부가 주창한 한반도 운전자론의 동력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북한이 당대회에서 대남 강경 메시지를 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남북보건협력, 인도적 지원, 금강산 관광개발 협력 등을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은 문 대통령의 생각이 남북관계 개선의 비본질적 문제라며 폄하했다. 결과적으로 남북의 교차점이 없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했던 한반도 운전자론은 유명무실해졌다. 남은 건 대북 ‘짝사랑’뿐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한국이 다시 주도권을 잡아 남북관계 물꼬를 틀 수 있을까. 소극적 평화론에 치우친 사고로부터 탈피한 비핵·평화 원칙이 중요하다. 북한과의 대화에만 매달리지 말고 합의 위반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 표명과 상호주의에 따른 대북 압박도 필요하다.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북정책으로 당근과 채찍의 강온 병행전략을 전개해야 할 시점이다. 북한의 무력도발도 우려되기 때문에 적극적이되 균형적이어야 한다.

둘째,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와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기만적 행태를 여러 차례 경험해 북한에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총비서가 핵무기를 진정 포기할 때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북한에 핵과 미사일 포기를 당당하게 요구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문 대통령이 정의용 외교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줄 때 얘기한 것처럼 한·미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북한 미사일 방어에 필요한 한·미 정보자산의 통합과 미국 전술핵무기의 한반도에서의 공동 운영 또는 미 전술핵의 한반도·일본·동해 등에 상시 배치 등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 한·미가 전략자산으로 북핵을 강력하게 억지할 때 북한은 경각심을 갖고 함부로 도발하지 않는다. 그런 과정을 통해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와 문재인 정부 사이에 신뢰가 커질 수 있다. 북한은 핵 개발이 사실상 완료되자 한·미 연합훈련 등을 핑계로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이란 명분으로 미국을 겨냥한 ICBM 등 전략무기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과 미국이 공유하는 동맹의 가치를 국민에게 설명하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 한·미 동맹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존망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핵심적 안보 문제다. 따라서 한·미 동맹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안보정책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는 집단사고에 대한 주의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진영논리에 빠진 회전문 인사들이 잡고 있다. 듣고 싶은 얘기만 듣고 비판적인 의견을 배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폐쇄적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와 다소 생각이 다르더라도 객관적 사고를 가진 정책 전문가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평화가 먼저’라는 생각보다 평화를 이루는 길을 생각해야 한다. 핵 무력을 완성한 북한과 조건 없는 평화를 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느끼는 일이지만, 선(先)평화는 잘못됐다. 북한 비핵화를 먼저 해야 평화를 추구할 수 있다. 그게 평화의 기반이다. ‘선평화’와 ‘비핵평화’의 용어 차이로 국민이 분열하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 더구나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마지막으로 대북정책이나 외교정책을 국내 정치와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 정치적 목적으로 남북한 관계를 이용할 경우 근본적으로 국익을 해친다. 장기적으로 정치적 이익도 손해를 보게 된다. 남북한 관계는 국민과 국가의 이익을 위해 국민적 지지를 얻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 ‘南·北 관계’ 3가지 키워드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 = 북한은 2000년대 초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미국의 핵전력에 대응하는 논평을 내면서 주로 ‘물리적 억제력’이란 표현을 사용하다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전후로 ‘자위적 핵 억제력’과 ‘핵 억제력’과 같은 용어를 전면에 내세웠다. 미국의 위협에 핵 개발을 통해 자위권을 확보한다는 논리와 동시에 핵 전력을 부각시키려는 의도였다.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등장한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이란 표현은 기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함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염두에 둔 포석이다.

△선평화와 비핵평화 = 문재인 정부 내에서 퍼지는 ‘선평화’ 담론은 과거 김대중 정부의 대북포용정책인 ‘선평화 후통일’과 맥을 같이 한다. 남북이 우선 평화 체제를 구축해 한반도 안정을 담보한 후 정치체제 등을 논의하자는 논리다. 하지만 20년 전과 달리 북한은 실질적인 핵 보유국으로 국제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선평화’ 논리는 자칫 북한의 핵 문제를 보류하고 눈앞의 안정만을 택하는 것으로 흐를 수 있다. 이와 달리 북한의 비핵화를 담보로 하는 것이 비핵평화로, 한반도 안정의 가장 큰 걸림돌인 북핵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자는 점에서 더 적극적인 평화체제 구축 방법으로 평가받는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란 용어가 처음 소개된 것은 지난 2012년 11월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캠프의 ‘정책공약 발표문’이다. 주요 내용은 한·미, 한·중 정상들과의 조율 후 남북정상회담과 분단극복 및 남북경제연합으로 요약된다. 문 대통령은 취임 두 달 후인 2017년 7월 독일 베를린을 방문해 ‘한반도 평화독트린’ 구상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 이행 △북한 체제를 보장하는 비핵화 추구 △남북 간 합의들의 법제화 △한반도 ‘신경제지도’ 본격화를 제시하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구체화했다.


美·中·日 등 주변국은 물론 北에서도 거절당한
文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위험한 평화


[진단]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정상회담 이후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2년 넘게 표류하고 있다.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1년간 미국과 중국의 조율을 이끌어내며 순항했지만, 미·북 간의 비핵화 협상이 어그러지며 북한은 문재인 정부와 단절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노딜’ 두 달 만인 2019년 4월 13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라고 직격탄을 날렸고, 이후 주요 협력사업을 철회하기 시작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모욕적 언급에도 굴하지 않고 대북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일각에선 ‘86세대’ 소수의 집단 사고에 형성된 이념적 대북 정책이 현실성 없이 펼쳐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의 2019년 대남 관계가 ‘거리 두기’였다면, 2020년은 ‘도발’의 해였다. 북한은 지난해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데 이어 9월에는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살 사건을 일으켰다. 하지만 정부는 ‘대화·협력’을 우선순위에 뒀다. 특히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요구한 대북전단살포 금지법은 국제사회의 우려가 큰 상황에서 ‘김여정 하명법’이란 비판 속에 밀어붙이기식으로 처리됐다. 대북전단 살포는 북한 내 정보유입이란 순기능이 적지 않지만, 정부는 북한과의 접촉을 위해 ‘인권 후진국’이란 오명까지 감수하는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 창구만 마련되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대북전단살포 금지법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 시행 등 갖가지 당근책을 북한에 건네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정부의 이 같은 시도를 ‘비본질적 문제’로 치부하며, 국제사회 제재를 뛰어넘는 요구를 하고 있다. 정부 의지가 반영되는 국내법과 달리 국제사회 제재 해제는 미국 등 동맹국과 주변국의 강한 반발에 부딪칠 수 있어 쉽지 않다. 다만 우리 정부는 개별관광과 같이 제재를 우회하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여파로 북한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북 접촉이 단절된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핵심인 주변국 조율도 쉽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빌 클린턴 행정부 막바지 때 대북 포용 기조로 만들어진 ‘페리 프로세스’를 통해 미국과 북한이 화해 분위기를 연출한 것처럼 조 바이든 행정부가 ‘클린턴 3기’가 되길 바라는 분위기다. 하지만 워싱턴 정가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전략 우선순위에서 북한 문제가 밀린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오히려 바이든 행정부는 국제사회 인권 문제에 더 관심을 두고 있어 대북 인권 문제에 소극적인 한국 정부와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는 대북 외교에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며 접근해왔다. 특히 통일부 주도로 추진하는 ‘개별 외교’는 중국 당국과 동북 3성 지방정부의 협력이 필요하지만 코로나19 회복 국면이 요원한 상황에서 중국을 통한 관계 복원 전망도 밝지 않은 형국이다.

일본도 오는 7월 도쿄(東京) 올림픽을 남북 화합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에 적극적이지 않다. 일본 일각에서는 코로나19 국면에서 올림픽 개최 여부도 불분명한 상황인데 한국이 남·북·미·일 회담을 강조하며 주객전도의 행보를 보이는 것에 부정적인 반응까지 나온다. 일본은 위안부 피해자 및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에서도 공세적 입장을 취하고 있어 ‘피해자 중심주의’를 외쳤던 문재인 정부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는 형국이다.

정철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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