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동일본 대지진 10년… 끝나지 않은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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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부흥 지지부진’ ‘도쿄올림픽 위태위태’ ‘방사능 처리 제자리’

주민에게 갈 돈 엉뚱한곳 흘러
부흥예산 1조엔 이상 유용돼
팬데믹 덮쳐 11년만에 역성장
‘도쿄 올림픽’마저 기대 꺾여

10주기 추도식 강행하면서
‘극복’ 다지지만 회복은 먼 길
핵연료봉 아직도 처리 못해
‘원전 오염수’ 주변국과 갈등

강진과 쓰나미로 2만 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동일본 대지진이 오는 11일로 발생 10주기를 맞는다.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의 방사성 물질 유출까지 겹치면서 심각한 피해를 봤던 일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도 추도식을 강행하기로 하면서 ‘극복’ 의지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피해 복구를 둘러싼 경제적 지원 및 부흥책을 둘러싼 잡음이 여전한 데다, 후쿠시마 방사능 사고 처리는 아직도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다. 지난달 13일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규모 7.3의 지진이 발생하는 등 여진(餘震)도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대지진 극복과 통합의 상징으로 내세우려던 도쿄(東京)올림픽 개최도 팬데믹으로 인해 불확실한 상황이다. 10년이 지났지만 일본 사회는 여전히 그날의 악몽을 떨쳐내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추도식 개최, 악몽 잊기 위한 안간힘 = 일본 정부는 지난 2일 각의(국무회의)에서 오는 11일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의 국립극장에서 동일본 대지진 10주기 추도식을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엔 코로나19 확산으로 행사를 취소했지만 올해는 팬데믹 상황임에도 추도식을 강행하기로 했다. 10주기라는 상징성도 고려됐다. 특히 올해 추도식에는 2017년부터 참석했던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 후미히토(文仁) 왕세제 부부 대신 나루히토(德仁) 일왕 부부가 참석한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 등 고위 각료들도 총출동한다. 다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기존 추도식 때 실시했던 일반인 헌화는 생략하고, 참석 인원도 과거 1000여 명에서 200명 정도로 축소해 진행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에도 추도식을 강행하는 것은 당시의 끔찍했던 악몽에 대한 생생한 기억과 이에 대한 트라우마를 떨쳐내겠다는 의지를 표방하기 위해서다. 2020년 9월 기준 일본 경찰 집계에 따르면 2011년 당시 지진과 쓰나미로 최소 1만5901명이 사망하고, 2533명이 실종됐다. 부상자도 6157명에 달한다. 10주기가 다가오는 현재까지도 실종자 수색 작업이 계속되고 있으며, 아직도 약 4만6000명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대피 생활을 하고 있다. 당시 발생한 재정적 피해도 16조∼25조 엔(약 167조∼262조 원)으로, 이는 현재까지 집계된 자연재해 피해 규모 중 최대다. 일본 사회를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여전히 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 기상청은 지난 2월 11일까지 총 1만4590회의 동일본 대지진에 대한 여진이 발생했다고 집계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일 일본 도쿄의 한 주식 전광판에 횡단보도를 건너는 행인들의 모습이 반사돼 보인다. EPA 연합뉴스

◇사람 아닌 기업 중심의 부흥책에 잡음과 불만도 여전 = 그러나 일본 정부의 기대나 계획이 무색하게 복구 및 부흥 과정에서도 꾸준히 잡음이 나오고 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정부가 나눠준 부흥 예산 중 1조 엔 이상이 재해와 관계없는 용도로 유용됐고, 반환을 요구한 이후에도 현재까지 70% 이상인 8172억 엔이 반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다수 예산이 피해 주민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재정적 손실을 본 기업들에 집중된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샀다.

부흥 예산 전문가인 시오자키 야스아키(鹽崎賢明) 고베(神戶)대 명예교수는 “일본 정부는 2011년 7월 ‘경제 회생 없이 피해 지역 부흥은 없다’는 부흥 방침을 공표하며 기업들을 집중 지원했다. 원칙에 이재민은 없었다. 일본 경제 재생을 내건 결과, 자금 유용이 합법화돼 이재민에게 가는 자금도 줄어든 것이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그렇게까지 노력해왔던 경제 부흥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위태위태한 상태다. 지난 2월 발표된 일본의 2020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8%로, 2009년(-5.7%)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2분기에는 사상 최악인 -28.1%를 기록했다. 여기에 일본 정부가 동일본 대지진 극복의 상징으로 소개하려던 도쿄올림픽도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 특히 해외 관중의 수용 여부가 관심사인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예상보다 늦어지자 일본 정부는 7월로 예정된 도쿄올림픽을 해외 관중 없이 치르는 방향으로 조정하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3일 보도했다. 대지진 피해를 가장 많이 본 이와테(岩手)·미야기(宮城)·후쿠시마현에서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응답자의 61%는 ‘부흥 올림픽’을 내건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가 “부흥에 기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보도했다. 이는 “부흥에 기여할 것”이라는 응답(21%)의 세 배에 달한다.

◇이제 ‘걸음마’인 후쿠시마 문제는 주변국과 갈등까지 = 전 세계적 우려를 낳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 처리는 10년을 맞은 이제야 걸음마 단계다. 일본 당국은 동일본 대지진 때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의 한 블록에 위치한 원자로 1∼4호기 중 정기점검으로 가동 중단 상태였던 4호기를 제외한 1∼3호기에서 노심용융(멜트다운)이 발생해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대기 중에 노출됐지만, 아직 방사성 물질을 발산하는 핵연료봉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지난 2월 28일 3호기의 수조에 보관된 핵연료봉 566개를 모두 꺼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수소 폭발 영향으로 건물 일부가 붕괴한 1호기, 폭발은 면했지만 건물 내의 방사선량이 많은 2호기에선 아직 반출 작업을 시작하지도 못한 상태다. 1호기에는 392개, 2호기에는 615개의 사용 후 핵연료봉이 남아 있다.

원전 오염수 배출을 놓고도 여전히 한국 등 주변국과 갈등을 풀지 못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나오는 오염수를 정화 처리한 후 태평양으로 배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한국, 중국, 러시아는 물론 일본 내부에서도 안전 및 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