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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평 게재 일자 : 2021년 03월 04일(木)
北에 ‘쓸모 있는 멍청이’ 文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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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 前 駐유엔 대사

외교·안보를 국내정치로 접근
대선 앞둔 남북 정상회담 집착
한미동맹까지 심각하게 왜곡

北 반대한다며 훈련 연기 요구
대북 제재 완화하고 中에 굴복
스탈린처럼 김정은도 웃을 것


미국은 지난달 25일 시리아 내 친이란 민병대 시설을 공습했다. 같은 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왕과 통화하고 인권과 법치를 강조했다. 민주주의 가치와 동맹 중시를 기치로 내건 바이든 행정부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 김정은은 속으로 뜨끔했을 것이다. 정부도 미국과 포괄적 대북 전략을 협의 중이라는데, 요즘 돌아가는 사정을 지켜보자니 정부는 궁극적으로 내년 대선에서의 승리에 집중해 남북 정상회담 성사만을 목표로 국내정치의 틀 속에서 외교·안보를 끌고 가는 듯하다.

미국에서도 대외정책은 국내에서 시작한다든지 대외정책과 국내정책 간 명확한 구분은 없다는 말이 있지만, 방점은 국내와 대외 정책 간의 조화로운 추진 강조에 있다. 반면, 우리의 경우는 국내정치가 대외·대북 정책 및 동맹관계를 심각하게 오도, 왜곡시키고 있다. 취임 초기의 바이든 대통령에게 도널드 트럼프의 성과를 계승하고 싱가포르 합의에서 출발하라는 조언은 동맹 약화, 비핵화 목표 실종, 북한 인권 경시 등 심각한 결과를 야기하는 훈수다.

북한 우선주의자들의 관점은 오랫동안 ‘그럼에도 불구하고(in spite of)’였다. 북한의 대남 비방과 적대행위, 도발, 핵·미사일 개발 등에도 불구하고 동족이니까 무한대의 포용과 유화의 자세를 갖자는 것이다. 반면, 미국에 대해서는 ‘그렇기 때문에(because of)’의 태도를 견지하고 끝없는 비판과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분단의 원흉, 6·25 책임, 미 제국주의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자유 민주 제도하의 통일을 목표로 한다면 이러한 ‘불구하고’와 ‘때문에’의 대상은 정반대로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비핵화 거부와 대량파괴무기(WMD) 증강 및 대남적화를 추구하는 북한과, 근본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에 대한 전도된 시각이 현 집권층의 생각을 지배하고 있다. 북한은 20세기에 이미 실패했으나 아직도 연명하고 있다. 주민을 제대로 먹이거나 사람다운 삶을 제공하는 데 실패하고 국제사회에서 낙오됐으면서도 선군사상 아래 군사력 증강에만 몰두한다. 국가로서 실패했다고 곧 망하는 건 아닌 셈이다. 그 주된 이유는, 지배층의 압제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고, 75년간 체제에 순치된 주민의 체념이 있으며(자국 군부의 쿠데타에 대한 반대를 유엔총회에서 외친 주유엔 미얀마 대사의 저항 의식은 북한에선 시기상조다), 밖으로는 중국의 뒷배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요한 네 번째 요소가, 어려울 때마다 정권 유지에 도움을 줘 온 한국 정부의 존재다. 그런데 이젠 도움을 넘어 안보와 군사 면에서 북한에 끌려다니며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핵·미사일 개발은 방치해 놓고 9·19 남북 군사합의서는 혼자 지킨다면서 안보의 발목을 스스로 잡고 있다. 중국에 대해서도 사드(THAAD) 관련 3불 요구에 굴복하고 부당한 경제 보복은 감수하면서 대북 제재 이탈 행위는 못 본 척한다.

반면, 미국에 대해서는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염려해 전략적 모호성이란 이름 아래 쿼드 플러스와 인도·태평양 구상에 미온적이다. 한·미 동맹을 냉전동맹으로 보며 기회 있을 때마다 제재 효과를 폄하하고 완화를 주장하는 인사가 대한민국 정부 고위직에 앉아 있다. 세계가 의심하고 있는데도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고 선전해 주고 있다.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 또는 취소하고, 무리하게 정권의 임기에 맞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추진하려는 것은, 침대 길이에 맞추려고 사람의 다리를 자르려는 프로크루스테스의 행위를 보는 것 같다.

김정은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한·미 연합훈련 연기를 요구한 여당 국회의원 35명의 모습에는 경악할 지경이다. 폭정의 소비에트 체제를 무작정 동경·찬양했던 소수 서방측 지식인들을 ‘쓸모있는 멍청이들(useful idiots)’이라고 좋아했다던 이오시프 스탈린처럼 김정은도 이런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개탄스러운 현상이다. 이래서는 진정한 평화 프로세스도 어렵고 동맹 도움 속에 우리 주도로 통일을 이룰 수도 없다. 휘어진 인간의 속성으로부터는 제대로 생긴 것이 나올 수 없었다는 이마누엘 칸트의 말처럼 이 정권으로부터 올바른 안보 전략을 보기란 그토록 어려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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