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에 묘목, 지역농협서 자금조달…‘전문 투기꾼’ 같았던 LH 직원들

정부대책 발표전 땅거래 급증
인근 주민들 “보상 노린 행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내부 정보 활용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 광명·시흥 지역의 토지거래 건수가 정부의 부동산대책 발표 전에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경기 광명·시흥 지역의 농지를 구입해 묘목을 심고 토지 매입 자금 대출 과정에서 특정 지역 농협 한 곳을 집중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대구 서)은 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2020년 1월부터 2021년 2월까지 경기 시흥시 과림동의 토지거래 현황(개발제한지역 및 자연녹지 대상)을 확인한 결과 2020년 ‘8·4대책’ 직전 3개월간 167건, 2021년 ‘2·4대책’ 발표 전 3개월간 30건의 토지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이한 점은 해당 기간 외에는 거래 건수가 없거나 한 자릿수 거래에 불과했다. 특히 대다수 거래가 투기에 주로 동원되는 쪼개기(지분) 거래였다. 이런 흐름은 8·4대책 발표 후 2건(8월)으로 급락하면서 잠잠해졌다. 그러다 11월 들어 8건(41억3000만 원)으로 늘어났고, 12월 5건(23억3000만 원)에 이어 2021년 1월에는 17건으로(64억8000만 원) 또다시 거래 건수가 치솟았다. 급기야 2월 14일에는 시흥시가 제3기 신도시로 추가 지정됐다.

김 의원은 “부동산 대책 발표 직전에 투자가 쏠릴 수는 있지만, 해당 지역의 추세는 너무 극단적이다”며 “단순한 기대감만으로 이런 거래 폭증이 가능한지 의문이고, 확실한 공공정보의 유출 또는 공유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LH 직원들의 내부 정보를 활용한 투기 의혹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들이 경기 광명·시흥 지역의 농지를 구입해 묘목을 심거나 지역 농협을 통해 자금 대출을 받는 과정은 마치 잘 짜인 각본대로 수행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시장 전문가들은 내부정보를 활용한 투기 목적이 아니라면 이 같은 매입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매입자금 조달도 지역농협을 적극 활용했다.

박정민·민정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