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세대를 위하여” …미얀마 쿠데타 저항 여성들이 앞장섰다

“군사정권 아래서 살 순 없다”
양곤 집결 시민중 여성이 다수
숨진 19세소녀 저항 상징으로

美, 미얀마 군부에 본격 제재
국방·내무부 등 4곳 수출규제

38명이 숨진 최악의 유혈사태가 발생한 다음 날인 4일에도 미얀마 군부에 대항하는 시위대는 또 거리로 나섰다. 특히 지난 3일 숨진 19세 소녀 치알 신을 비롯해 여성들이 “다음 세대를 지켜야 한다”며 쿠데타 반대 시위에 앞장서고 있다. 국제사회의 비판도 거세지는 가운데 미국은 이날 곧바로 미얀마 국방부와 내무부 등 4곳에 수출규제를 가하는 등 강력한 압박에 나섰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얀마 양곤의 산차웅구와 파떼인구, 흘라잉구 등에서는 이날 오전부터 1000명 안팎의 시위대가 다시 몰려들었다. 시위대는 나무와 쓰레기봉지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설치했고 최루탄이 터졌을 때 얼굴을 씻을 수 있도록 물이 담긴 비닐봉지들도 다수 준비했다. 또 시위대 주변으로 줄을 친 뒤 그 위에 천이나 전통치마 등을 걸어서 저격수나 군경이 ‘조준 사격’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날도 군경은 최루탄을 발사하고 허공으로 실탄을 쏘아 경고사격을 하며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고 충돌이 빚어졌다. 시위에 참여한 마웅 사웅카는 “우리는 언제든지 총에 맞아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군사정권 아래에서 살아간다는 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다 잘될 거야’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있다가 군부 총격에 사망하면서 ‘저항의 아이콘’이 된 치알 신이 대표적. 실제로 매일 수만 명의 여성이 거리로 나와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군부가 여성 지도자인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을 몰아내고 지난 반세기 동안 미얀마 사회를 억눌렀던 가부장적 질서를 부활시키자 여성들이 이에 저항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이날 미얀마 국방부와 내무부, 미얀마경제기업, 미얀마경제지주회사 등 4곳을 수출규제 명단에 추가했다. 미얀마경제기업과 미얀마경제지주회사는 미얀마 국방부가 소유하고 창출되는 수익을 가져가는 업체들이다. 이번 조치에 따라 미국 기업들은 이들 단체와 거래하려면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미 상무부는 아울러 미국 기업들이 군사 목적으로 쓰일 수 있는 물품을 미얀마에 수출할 때에도 미국 정부의 엄격한 허가를 받도록 했다. 영국 역시 미국·캐나다 등과 협력해 미얀마 군부 인사 9명을 상대로 한 제재 조치를 단행했다. 일본도 국제사회와 공조하는 차원에서 미얀마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중단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세계은행은 이미 미얀마에 대한 자금 지원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