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문화 시점>삶이란… 고독한 고양이 명랑한 강아지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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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에서 인간의 길을 찾다… 철학자의 신간 2권

- 고양이 집사의 ‘묘한 철학’
그루밍, 몸·마음 닦는 자기수양
꾹꾹이, 타자와 합일 소망 담겨

- 떠돌이 개 입양 ‘우리가 알고…’
개의 삶은 새로운 찰나의 연속
‘그럴때도 있지’ 쉽게 받아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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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묘인으로 알려진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그는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에 “인생이 답답하다”는 사연이 오면, 늘 한결같은 처방전을 준다. “고양이를 기르세요. 인생의 절반 정도는 고양이와 함께.” ‘맥락’ 없어 보이는 이 말에 정말로 고양이를 기르게 된 경우가 꽤 많다는데. 그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해 줄 두 철학자의 조금 ‘엉뚱한’ 책들을 소개한다. 길고양이 네 마리와 생활하며 깨달은 ‘인간다운 삶’을 현대철학으로 설명하는 ‘묘한 철학’(흐름출판), 그리고 자연의 일부처럼 살아가는 개의 일상을 불교적 세계관과 함께 풀어낸 ‘우리가 알고 싶은 삶의 모든 답은 한 마리 개 안에 있다’(불광출판사) 이다. 사는 게 힘든가. 인생이 고통스러운가. 고양이와 개에게 물어보자. 철학자는 그저 거들 뿐….

◇고양이 집사의 ‘猫한 철학’=“네 마리의 별난 고양이들로부터 배운 생명과 사랑의 철학입니다.” ‘묘한 철학’은 지난 8년간 차례로 네 마리 ‘길양이’를 입양한 생태철학 연구자 신승철이 현대철학의 개념들을 고양이의 습성과 연결해 설명한 책이다. 나와 타인의 관계, 자연과의 공존 등 인간다운 길에 대한 질문과 답을 담았다. 서울 문래동에 인문학 공간인 ‘철학공방 별난’을 운영 중인 저자는 “현실에서 동물과 함께 산다는 것은 이론으로만 알던 동물의 권리와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며 “그것은 먹고, 싸우고, 사랑하고, 질투하는 일상을 살아가는 입체적 접촉이었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먼저 고양이가 앞발에 침을 발라 얼굴을 문지르고 혀로 온몸을 핥고 정돈하는 ‘그루밍’에서 미셸 푸코의 ‘자기통치’ 개념을 떠올린다. 자기통치는 동양철학에서 말하는 ‘수양론’과 통한다. 공자가 자기연마를 하는 선비의 예법을 강조했듯 고양이들은 남들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홀로 자신과 대면하며 몸과 마음을 정갈히 닦는다. 저자는 “성공이나 승리에 집착하는 자기계발 담론은 고양이가 행하는 자기연마와 거리가 멀다”며 “‘자기 돌봄’이 ‘서로 돌봄’의 기초가 되리라는 점에서 자기연마는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숙제”라고 말한다.

도도한 고양이가 사람의 배를 앞발로 꾹꾹 누르는 ‘꾹꾹이’는 고양이 집사들의 마음을 홀리는 마법 같은 애교다. 이 행동은 어미 젖이 잘 나오도록 새끼 고양이가 젖을 누르는 습성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저자는 이 꾹꾹이를 대니얼 스턴의 ‘우주되기’ 개념으로 설명한다. 스턴은 아이가 태어나서 2개월 정도까지 엄마와 아이 사이엔 ‘우주되기’와 같은 합일의 순간이 존재한다고 말한 심리학자. 저자는 “2개월의 짧은 시간이 지나면 타자와 내가 합일된 순간을 경험하기란 쉽지 않고, 어쩌면 다시는 오지 않을 수도 있다”며 “꾹꾹이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합일을 염원하는 ‘우주되기’에 대한 소망을 담고 있다”고 해석한다.

이와 함께 고양이가 몸을 ‘발라당’ 뒤집어 배를 보여주는 행위에서 자크 데리다의 ‘환대’를, 늘 책상 언저리나 싱크대 모퉁이를 서성대는 모습에서 피터 싱어의 ‘가장자리 효과’를 끄집어낸 책은 생명 일반에 대한 존중으로부터 인류의 밝은 미래를 모색하는 통찰로 나아간다. “지구가 비상상태라는 경고음인 기후위기와 바이러스 창궐 속에서 생명과 더불어 사는 고양이 집사가 먼저 행동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저자는 “고양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은 인간도 행복한 세상일 것”이라고 단언한다. 작고 연약한 고양이의 활력을 존중하는 사회는 곧 소수자와 여성, 이주민의 권리에도 눈뜬 사회일 것이기에.

◇‘우리가 알고 싶은 삶의 모든 답은 한 마리 개 안에 있다’=“개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니체가 망치의 철학자라면 개는 전기톱을 가진 스승이다!” 다소 급진적이긴 해도, 반려견이 있다면, 이 말들이 아주 ‘허튼소리’로 들리지는 않을 듯하다. 같은 생명을 지닌 같은 존재이지만, 인간보다 행복해 보이는 저들을 보며 ‘인생은 왜 괴로운가’란 철학적 질문에 누구나 한번은 봉착해 봤을 것이기에. 저자인 디르크 그로서도 그랬다. 철학을 전공하고 여러 종교를 섭렵한 후에도 의문투성이 세상에 힘겨워하던 그는, 떠돌이 개 보바를 만나 14년을 함께 산다. 그리고 비로소 삶의 비밀을 깨쳤다고 말한다. 명상과 불교에 대한 글을 주로 써온 저자가, 보바와 함께 여러 영성가들의 말을 풀어낸 책은 읽을수록 “개가 스승이다”라는 말의 설득지수를 높인다.

저자에 따르면 도통한 철학자이자 선사(禪師)인 개는 그저 ‘살아가는 것’만으로 우리에게 깨달음을 준다. “개울가에서 잠든 보바가 그 깊은 고요와 만족감을 나에게도 전달했던 그 순간, 나는 자연의 그 무엇도 계획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개울은 흘러갈 뿐이고 그렇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간다. 나무는 바람의 멜로디를 알아차리고 춤을 출 뿐이다.” “개는 전혀 괴로워하지 않는다. 유리 조각을 밟으면 개도 통증을 느끼지만 그렇게 다친 후 내내, ‘왜지? 신이시여, 왜 나한테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까?’(…) 같은 생각으로 괴로워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우리 인간들은 보바 같지 않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곧 진리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개는 자기 삶이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니 욕심으로 괴로워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곧 진리라고 생각하지 않기에 아집을 부리지 않는다.

또, 저자는 진흙을 잔뜩 묻히고 들어온 보바의 눈빛에서 이런 말들을 읽기도 한다. “냄새날 때가 있는가 하면 목욕할 때도 있는 거지. 삶은 늘 새로운 찰나의 연속이야. 누가 공을 던져주는 때가 있는가 하면 그러지 않는 때도 있어. 어느 날은 해가 나고 어느 날은 비가 와서 다 젖게 되는 게 삶이야.” 그러니까 인간의 괴로움은 ‘그럴 때도 있지’를 인정 못해서다.

서양철학자이면서 불교를 오래 연구한 저자는 심지어 불교의 정수를 보바에게 배웠다고 고백한다. 종교와 철학도 어려운 게 아니다, 인생이 고(苦)인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니까 그저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건 다른 종(種)과의 교감일 뿐이라고 귀띔하며. 그렇게 책은 인간도 지구 상에서 가장 행복한 생물이 될 수 있으니, 함께 도전해 보자고 속삭이는 것이다.

박동미·나윤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