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우리들만의 비밀벙커 생겼으면…” 초등생이 직접 구상해 만든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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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우산어린이재단 청주사회복지관 ‘우리 마을 탐험대’

“가구 모서리 부딪히면 아파요”
“좌식 책상 불편” 등 의견 다양

공간 디자이너와 모형 디자인
창의적 아이디어, 설계도 반영

아동 휴게실 리모델링 한몫
“안락한 공간 생겨서 신나요”

“휴게실에 비밀 벙커 같은 곳이 생긴다면 친구들과 보드게임을 하고 이야기도 많이 나눌 수 있을 것 같다고 아이디어를 냈는데, 딱 원하던 공간이 생겨 너무 좋네요. 타자가 느린데, 컴퓨터 연습할 수 있는 곳도 생기고, 복지관이 너무 좋아졌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잠잠해지면 매일 놀러 갈 거예요.”

충북 청주시 상당구에 위치한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청주사회복지관은 지난해 말 새롭게 부분 단장을 했다. 복지관 안에 있던 ‘작은 도서관’이 수요 부족으로 폐관되면서 아동들을 위한 ‘휴게실’이 생겼다. 이 휴게실은 지역 아동들에게 조금 특별하다. 청주시 청남초등학교에 다니는 노윤지(13) 양을 비롯해 8명의 지역 아동들이 휴게실 리모델링 사업에 직접 참여했기 때문이다.

청주사회복지관은 지역 아동들과 자신이 사는 마을에서 불편한 점을 직접 찾고 개선점을 모색하는 ‘우리 마을 탐험대’라는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관련 사업의 일환으로 복지관 공간 조성 사업 조력자로 아이들을 참여시켰다. 복지관을 주로 이용하는 주체가 아동들이고, 아동들이 복지관 환경에 대해 불편한 사항을 공유하고 개선점을 찾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복지관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8명의 아동은 두 차례에 걸친 워크숍을 진행했다. 첫 번째 워크숍에서는 ‘아동 친화적인 환경’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복지관 내에 위험하거나 불편한 공간, 요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동들은 “좌식 책상에서 하루 종일 있으려니 불편해요.” “가구 모서리가 뾰족해서 부딪히면 아파요.” 등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두 번째 워크숍에서는 ‘내가 꿈꾸는 여가 공간’에 대해 아동들이 직접 스케치하고, 친구들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조를 나눠 스케치를 바탕으로 공간을 모형으로 직접 디자인해 보기도 했다. 공간 디자이너가 워크숍에 참여해 아동들의 질문을 받고 궁금증을 해소시켜 줬다. 전문가의 시선으로 아동들의 말, 그림, 모형에서 창의적 요소를 발견해 실제로 공간 인테리어에 반영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 두 번의 워크숍을 통해 나온 아동들의 아이디어는 실제 설계도에 반영됐고 공사가 진행됐다.

김민지 청주사회복지관 대리는 “아동들이 코로나19 때문에 학교를 못 가는데 자유롭게 학습할 수 있는 PC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과 놀 때는 놀고, 공부할 때는 공부하는 분리된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일 많이 냈다”며 “인테리어 디자이너 선생님과 함께 모형 공간을 설계해 보고, 그것이 실제 공간으로 실현됐을 때 아이들이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들이 제안한 비밀공간, 마음껏 쉴 수 있는 아늑한 공간 탄생에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덩달아 즐거웠다”고 덧붙였다.

청주사회복지관은 아동 권리가 존중되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행복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고, 아동 친화적인 환경이 지금보다 더 많이 늘어나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아동이 참여한 복지관 휴게공간 조성뿐 아니라 평소에도 ‘우리 마을 탐험대’ 프로젝트를 통해 아동 친화적 공간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다.

김 대리는 “아동들은 자전거 타기 불편한 도로, 인도가 없는 길과 같이 집과 학교, 학원을 오갈 때 보이는 위험한 환경과 공공예절을 지키지 않는 어른들의 태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아동들이 자신이 살아가는 공간, 환경에 대해 주체적으로 고민하고 개선점을 찾는 경험은 자신과 타인의 권리, 공동체에 대해 생각하는 힘을 길러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는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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