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빅테크 디지털세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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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철 국제부 차장

‘MAGA(마가: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아마존)’로 대표되는 ‘빅테크’가 올해는 각국 정부로부터 독과점 규제와 ‘디지털세(Digital Tax)’ 부과라는 2가지 리스크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온라인 경제가 부상하면서 빅테크는 매출이 급증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으며 주식시장에서도 역대 최고치 주가를 기록한 것과는 상반되는 국면이다.

올해 들어 빅테크 기업에 첫 포문을 연 것은 유럽연합(EU) 행정 수반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다. 그는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WEF)인 다보스포럼에서 “빅테크가 지배하는 디지털 세계의 어두운 면에 맞서기 위해 힘을 합치자”며 미국의 동참을 촉구했다. 빅테크 기업은 각국의 온라인 플랫폼을 독차지하면서 공정 경쟁을 해치고 있으며 자유민주주의와 안보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에 EU 집행위는 거대 이용자를 담보로 각국의 선거, 정책 등에 의도적으로 특정 정보를 퍼뜨려 영향을 주는 것을 방지하고, 불공정한 시장 독점을 막기 위한 ‘디지털 시장법과 서비스법’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는 EU 국가 가운데 가장 일찍 디지털세를 제정했으며 이미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는 자국에서 2500만 유로(약 338억 원)의 매출을 거둔 빅테크의 수익에 3%의 세금을 징수할 방침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빅테크가 프랑스에 내야 할 디지털세는 약 4억 유로(약 5419억 원)에 이른다.

빅테크 기업에 그동안 안식처를 제공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떠나면서 미국의 입장도 돌변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최근 디지털세 도입에 최대 걸림돌이었던 트럼프 전 행정부의 ‘세이프 하버(safe harbor·회피)’를 철회했다. ‘구글세(稅)’라고도 불리는 디지털세는 세율이 가장 낮은 아일랜드 등에 법인을 두는 방식으로 그동안 조세를 회피해온 ‘빅테크’ 기업에 물리는 세금인데, 미국은 이 같은 ‘세이프 하버’ 조항을 이유로 기업들이 어떤 국가에서 세금을 낼지 자발적 선택권을 주자고 주장해 왔었다. 바이든 행정부가 ‘세이프 하버’를 철회하고 디지털세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에는 연내 기후변화협약 복귀와 함께 빈국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려는 바이든의 글로벌 공조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제 침체로 인한 각국 정부의 재정 손실도 고려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한국판 구글세 도입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자찬에도 불구하고 빅테크의 조세 대부분이 우리나라 소비자가 부담하는 간접세로 드러나 체면을 구겼다. EU 국가의 디지털세 기준은 부가가치세가 아닌 매출 기준의 법인세다. 우리나라도 국제 규범에 맞는 조세 정책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당국은 디지털세의 대상 범위가 글로벌 제조업체로 확대됨에 따라 국내 기업의 이중과세 문제 등의 논란에도 동시에 대응해야 한다. 문 정부의 포퓰리즘에 기댄 재정확대 정책으로 나라 곳간이 축나고 있는 상황에서도 조세 당국은 세수의 기반인 기업의 이중과세는 피하고 빅테크의 조세 포탈에는 한눈을 팔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