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레터>과학자들 비대면 학회… 잡담 없어지니 즉흥 아이디어도 사라졌네

기사 정보
문화일보
입력 2021-03-12 10:12
기자 정보
오남석
오남석
기사 도구
프린트
댓글 0
폰트
공유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강요된 비대면 소통 환경은 ‘사이’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을 보죠. ①한곳에서 다른 곳까지 또는 한 물체에서 다른 물체까지의 거리나 공간 ②한때로부터 다른 때까지의 동안 ③(주로 ‘없다’와 함께 쓰여) 어떤 일에 들이는 시간적인 여유나 겨를 ④서로 맺은 관계 또는 사귀는 정분. 주된 의미는 ‘한 점에서 다른 점까지의 시공간’이라는 건데요. 이게 사이라는 말의 묘한 특징입니다. 어찌 보면 비어 있다는 것 같은데, 달리 보면 꽉 채워지진 않았어도 뭔가가 있다는 의미인 것 같기도 합니다.

이는 코로나19 시대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 남기는 뒷맛과 닮았습니다. 재택근무가 일상이 된 직장인, 학교 대신 온라인 교실에서 만나는 교사(교수)와 학생, ‘줌(zoom) 파티’로 안부를 확인하는 사람들 모두 이런 느낌을 이해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화나 이메일, 모바일메신저 등을 통해 대화했지만 뭔가 부족한 듯하고, 직접 얼굴을 본 적이 없어 아는 사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는 사이라고 해야 할지 헷갈리는 느낌. 이런 상태가 1년 넘게 이어지다 보니, ‘뭔가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듭니다.

과학잡지 ‘에피(Epi·이음)’ 15호는 과학자들도 이런 느낌을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5명의 여성 과학자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대, 과학자의 일과 삶’을 주제로 온라인 좌담회를 열었는데요. 강순이 강원대 수학과 교수의 말이 귀를 잡아끕니다. “동료, 친구들과 나누는 잡담이 너무 줄었다는 점이 연구와 일상생활 모두에 영향을 줬다. 사람들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보면 생각이 새로운 방향으로 튀어 흥미로운 연구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팬데믹 상황에서는 이런 새로운 자극을 받기가 어렵다.”

장수진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 대표는 온라인 학회의 한계를 얘기합니다. “학회에서 발표하고 듣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매우 잘 알게 됐다. 예상치 못한 사람을 만나고 자유롭게 대화하고 질문하는 즉흥적인 상황 속에서 얻는 것이 많았는데 그런 기회를 잃었다.”

호주 멜버른대 전기전자공학부에서 빛과 입자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김세정 교수는 혼자 독립적 공간에서 공부하고 연구하는 게 많은 과학자의 로망임에도 “지난 한 해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에 감사하게 됐다”고 말합니다.

이들 모두 온통 ‘공식적인 것’의 연속일 뿐인 코로나19 시대의 소통에 대한 우려입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런 점에서, 온라인 잡담회랄 수 있는 ‘클럽하우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온라인 소액 선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뉴스는 작게나마 희망을 갖게 합니다. 어렵고 귀찮아도 ‘사이’를 채우고 ‘비공식적인 뭔가’를 주고받기 위한 새로운 길 찾기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주요뉴스
기사 댓글

AD
AD
count
AD
AD

ADVERTISEMENT

서비스 준비중 입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