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韓美연합 기동훈련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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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윤 한국군사과학포럼 대표

지난 8일부터 야외기동훈련(FTX) 없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위주의 한·미 연합지휘소훈련(CCPT)이 실시되고 있다. 연합지휘소훈련도 그렇고 반격훈련 역시 병력과 장비 투입 없는 모의훈련이다. 미국 본토 증원군의 이동 및 전개, 한국군과의 훈련은 물론 인도·태평양사 전력과의 연계훈련도 없다. 전구(戰區)급 FTX가 생략된 터라 전통적인 연합훈련과는 다른 모습이다. 3년째 이러고 있으니 향후 한반도 유사시 증원군은 전혀 익숙지 않은 환경에서 생소한 전쟁을 치르도록 강요받게 될 것이다.

이러한 훈련 방식에 대한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의 강한 불만 토로도 있었다 한다. 북한 김정은의 심기를 고려한 문재인 대통령이 연례적 방어훈련만 강조한 결과라는 생각이다. 연합훈련 중단은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구체적으로 대북 확장 억제의 중심 자산인 B-52 장거리폭격기, B-1B 랜서 전략폭격기, 핵추진잠수함, 대규모 본토 증원군의 전개훈련이 생략된다. 미흡한 수준의 연합훈련은 당장 대북 억제력 및 실전 대응력 약화로 이어진다.

이와 관련, 한·미 안보 전문가들은 실기동훈련 실종이 장기화하면서 심각한 전력 공백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경고한다. 동맹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함께 훈련하지 않으면 함께 싸울 수 없다”는 과거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의 말은 그 위험성을 제대로 짚은 지적이다. 실제 과학화 전투훈련장(KCTC)에서 한·미 연합군 공방훈련을 해보면 한국 지형에 익숙지 않은 미 원정군은 첨단무기로 무장돼 있으나 전투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가상훈련의 폐해다.

지난 3년 동안 연합훈련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북한의 비핵화 동참을 기대했는데 북한 핵·미사일과 재래식 군사 위협은 오히려 늘어났다. 문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키리졸브 연습 및 독수리 훈련을 줄줄이 중단 또는 축소했으나 이는 북한의 핵 고도화를 위한 시간만 벌게 해줬다. 비핵화는 멀어지고 한·미 연합군의 억제력과 대응력만 약해졌다. 그런데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은 전술핵에 의한 선제적 핵공격 옵션을 시사했다. 한국을 주공격 목표로 삼는 신종 병기 개량형 KN-23 단거리탄도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도 공공연히 과시했다.

따라서 실전과 같은 훈련으로 강력한 한·미 연합 방위태세 재구축에 양국이 함께 나서야 한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연습을 실병력 기동훈련과 병행해 훈련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한·미 연합 방위태세를 전쟁 억제의 최적 상태로 유지할 수 있도록 양국의 공조가 절실한 때다.

그러니 대통령이 나서 한·미 연합훈련을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거나 통일부 장관이나 특정 정파 국회의원들의 북한이 반대하니 훈련을 중단하자는 식의 발언은 ‘이적행위’나 진배없다. 미·중 간 균형을 유지하려는 모호한 안보 스탠스도 그렇고 비핵화 의지가 전혀 없는 김정은의 통 큰 결단이나 바라는 ‘희망적 사고’는 잘못된 시그널을 보내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진정한 동맹의 가치는 조약문 문구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흘린 뜨거운 땀을 통해 생겨나는 신뢰의 산물임을 유념해야 할 때다. 때맞춰 이뤄진 한·미 방위비 협상 타결이 동맹 복원의 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