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일 기자의 인생풍경>각국 정부는 여행업계 살릴 정책 쏟아내는데…

코로나19로 ‘국경을 넘는 여행’이 중단된 지금, 신혼 여행 목적지는 십중팔구 ‘제주도’입니다. 최근 한 여행사가 천편일률적인 제주 신혼 여행말고 내륙으로 떠나는 신혼 여행 상품을 선보였는데, 이게 제법 인기가 있답니다.

대만 정부는 최근 코로나19로 해외 신혼 여행을 가지 못하는 신혼부부들을 위해 노사 양측의 동의를 전제로 ‘결혼 후 3개월 이내’로 규정된 결혼 휴가 사용기한을 ‘감염병 통제센터 해산일로부터 1년 이내’까지 연장해주기로 했습니다.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 신혼부부들을 배려한 조치이지만, 신혼 여행이 주요 상품인 여행사의 미래 수익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기도 합니다.

러시아 정부는 최소 2박 이상인 여행 상품 가격의 20%를 2만 루블(약 30만8000원)까지 돌려주고 있고, 홍콩 정부는 국내 단체여행 금지조치가 해제되면 100개 여행사와 공동으로 거주민 2만 명을 대상으로 한 무료 투어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키드 포 프리(Kid for free)’ 사업을 추진하면서 미성년자의 국내 항공권 비용을 보상해주기 위해 관광진흥법 개정까지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내 여행비용을 대주는 ‘고 투 트래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쳤다가 코로나 확산을 조장했다는 비난 속에 사업을 잠정 중단한 일본은, 이번에는 일감이 없는 여행사에 전혀 다른 사무를 위탁하는 식으로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백신 접종 과정에서 인터넷 예약과 상담 등의 사무를 잉여인력이 많은 여행사에 위탁하거나 버스회사에는 이동 가능한 집단 접종 장소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기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 최대 여행사 JTB는 도쿄(東京) 세타가야(世田谷)구의 백신 접종 사무를 맡았고, 긴키닛폰투어리스트는 같은 지역에 집단 접종 장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바(千葉)현의 한 버스회사는 버스 내부를 개조해 이동식 백신 접종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고, 니혼료코(日本旅行)는 돗토리(鳥取)시에서 백신 접종 웹 예약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악의 위기에 몰린 여행사들을 지원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습니다. 여행 재개가 가장 좋은 지원이겠지만, 그게 여의치 않더라도 방법이 영 없는 건 아닌 듯합니다. 여행업종 규제에 따른 합리적인 재난지원금 지급도 중요한 문제지만, 지원을 위한 정부의 아이디어와 배려가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