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文 정부 들어 망가진 한·미·일 삼각안보체제 복원에 美가 올인하는 이유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정의용(오른쪽 두번째) 외교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 장관 회담에서 로이드 오스틴(왼쪽 첫번째) 미국 국방장관, 토니 블링컨(완쪽 두 번째) 미국 국무장관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오른쪽은 서욱 국방부 장관.사진공동취재단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가진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 장면.양국 장관들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한·미·일 3국 협력을 강화하기로 해 문재인 정부들어 형해화된 한·미·일 3각 군사안보체제 복원의 전기를 마련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미국 국방 외교 투톱 첫 해외순방지로 한·일 선택한 건 한·미·일 군사안보 체제 긴박 판단
2+2 공동성명 “한·미·일 3국 협력 중요성 확인”…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공조 강화
박근혜정부 때 3각 동맹수준 격상되다 문 정부 들어 대중 저자세 결정판 ‘3NO’ 정책으로 형해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등 미국의 외교·안보 투톱이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첫 해외순방지로 한국과 일본을 선택하고, 11년 만에 한국에서 2+2 외교·국방 회담을 가진 가장 큰 이유는 한·미·일 3각 군사안보체제 복원이다.

한국과 미국의 외교·안보 수장이 1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가진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 공동성명’에서 “양국 장관들은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역내 평화, 안보, 번영을 증진하기 위해 상호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며 “한·미는 한국의 신남방정책과의 연계 협력을 통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을 만들기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간다는 결의를 재강조했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은 특히 “70년 전 전장에서 피로 맺어진 한·미동맹이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 안보, 그리고 번영의 핵심축임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한·미·일 3각 군사안보체제 복원과 더불어 ‘쿼드(Quad) 플러스’의 한국 참여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대중(對中) 저자세 외교의 결정판으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추가 배치 금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 참여 금지, 한·미·일 동맹 불가 등을 골자로 한 ‘3NO’ 정책 수용으로 망가진 한·미·일 3각 군사안보체제 복원을 통해 미국의 대중 견제 및 북한 비핵화 정책을 견인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홍성민 안보정책네트워크 대표는 최근 펴낸 ‘신(新)애치슨라인(박근혜-오바마-아베 라인)을 어떻게 고수할 것인가’ 정책보고서에서 박근혜 정부의 ‘북핵폐기 전략’과 문재인 정부의 ‘평화구상’ 비교분석을 통한 ‘신(新) 안보구상’을 통해 한·미·일 3각 안보체제 복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정부 한·미·일 안보 공조 틀 붕괴

문재인 정부는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 30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규범에 기초한 질서’를 지지하면서 ‘한·미·일 안보·국방협력’을 명기했다. 단순한 안보협력이 아닌 국방협력까지 명기한 것은 박근혜 정부 때의 한·미·일 군사안보체제보다 한 단계 진전되는 듯했다. 실제 북한이 2017년 8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호, 9월 6차 핵실험, 12월 화성-15호를 발사하자 북핵 해법은 ‘완전한 북핵폐기’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은 임기 내 전환에서 조속한 전환으로 바뀌었고, 병복무개월수 축소도 보류됐다.

하지만 2018년 북한의 평화대공세에 따른 남북정상회담과 미·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일 안보 공조 체제는 망가졌다. 2017년 12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홀대 논란, 혼밥 논란, 한국 기자 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홍성민 대표는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3NO’를 천명함으로써 중국에 굴복했고, 한·미·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했다”며 “이로써 박근혜 정부가 구축해놓은 한·미·일 안보 공조 틀은 붕괴됐다”고 진단했다.

◇박근혜 정부 오바마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선제적 수용

한·미·일 안보 공조는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에 대한 지지, 사드 배치와 함께 오바마 정부가 박근혜 정부에 요구한 동맹조정의 전제조건이었다. 홍 대표는 “박근혜 정부는 이 3가지 조건을 전폭 수용하는 대신 김정은의 대남 무력통일정책인 ‘통일대전’을 경제·군사적으로 봉쇄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한반도 개입을 차단하는 성과를 얻어냈다”며 “이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정책을 선제적으로 수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는 오바마 정부의 동맹조정의 핵심 요구 사안인 한·미·일 안보 공조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한·미·일 정상회담(2014년 3월 25일)→한반도 유사시 미·일 합동작전 합의(2014년 10월 8일)→남중국해 ‘항행의 자유’와 관련한 미국 지지(2015년 11월 5일)→한·일 위안부 합의(2015년 12월 28일)→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2016년 11월 23일)→사드 배치(2016년 7월 8일)를 한·미 공조 아래 일사천리로 추진했다.

홍 대표는 보고서에서 “박근혜 정부가 한·일 관계를 동맹 수준으로 격상시킨 것은 김정은의 ‘통일대전’과 미·중의 패권경쟁에 대한 대비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017년 6월 ‘한미일 국방·안보 협력강화’를 명문화했다.

문 정부는 서울에서 2017년 11월 9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는 한·미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번영을 위한 핵심축’임을 강조했다. 그런데 문 정부는 공동성명이 발표된 지 하루 만에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은 새로운 개념이기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발표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였다. 홍 대표는 “박근혜 정부 시절 한·미·일 군사 공조를 강력하게 추진한 결과 한·미·일 관계는 삼각동맹 수준으로 진화했다”며 “이는 1990년대부터 미국이 중국의 군사적 부상과 북한의 핵전쟁 전략에 대비해 발전시켜온 ‘미국의 확장억제력(Extended Deterence)’이 한·미·일 안보 공조 체제로 구축된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노무현 정부는 미국이 전작권 전환을 수용하는 대신에 확장억제력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으나 이는 잘못된 개념이란 게 홍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2000년대부터 미국이 본격 추진한 확장억제력은 전작권 전환 문제와 무관하며 박근혜-오바마-아베가 구축한 한·미·일 안보 공조는 확장억제력이 한미연합방위체계에 새롭게 구축된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한·미·일 3각 협력 오락가락하는 문 정부

역대 정부 국방부 장관들은 전작권 전환을 북한 비핵화 문제 해결, 더 나아가 통일 때까지 유보하고 한·미·일 3각 안보 공조를 추진해왔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핵을 가진 중국과 북한을 상대해야 하는 확장억제력을 한국군 단독으로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문재인 정부 때 출범한 ‘위안부 태스크포스(TF)’는 2017년 12월 27일 폐청산 차원에서 박근혜 정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를 부정하는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TF는 “한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와 안보·경제 부문 등을 분리해 대응하지 못하고… 미국이 두 나라 사이의 역사 문제에 관여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역사 문제가 한·일 관계뿐 아니라 대외관계 전반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균형 있는 외교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의 이러한 한·일 관계에 대한 정책 기조는, 한국 법원이 2018년 10월 강제징용 피해자 판결에 이어 2021년 1월 8일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배상하라고 판결한 것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바이든 미 행정부가 들어선 2021년 들어 갑자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강행을 추진했던 반일(反日)기조를 뒤집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올해 1월 11일 신년사에서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1월 19일 기자회견에서는 “2015년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인정하고, 법원의 배상 판결은 곤혹스럽고, 강제집행 방식의 일본기업 자산 현금화에 반대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홍 대표는 “바이든 행정부 요청 등에 의해 문 정부가 박근혜 정부가 한·미·일 안보 공조를 추진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추진한 한·일 위안부 합의 등 한·일 관계에 관한 일련의 조치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려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한·미 합의 ‘북핵폐기전략’ 무시는 문 정부 최대 실책

홍 대표는 “사드와 같은 방어무기조차 주도적으로 배치하지 못하고 ‘3NO’를 선언한 문 정부 탓에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동맹, MD 참여 즉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한국의 전향적 참여 문제는 차기 정부 몫이 됐다”며 “박근혜 정부의 북핵폐기 전략을 무시하고 평화구상을 추진한 문 정부의 최대 실책”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북한이 핵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비핵화를 방치할 경우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 일본의 핵무장은 중국 러시아 북한의 핵전략 위협을 1차적으로 동북아에서 차단할 수 있고, 특히 북한 ICBM의 미국 본토 공격의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한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사활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고 남중국해와 인도양 해상 수송로는 한국 경제의 명줄”이라며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와 미 쿼드 확대회의에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