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환 기자의 부동산 깊이보기>투기 블랙홀과 부동산 세금 적폐

부동산 정책이 ‘신도시 토지 투기 블랙홀’로 빠지고 있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토지 투자로 촉발한 투기 의혹이 부동산 시장을 거침없이 블랙홀로 몰아넣는 형국입니다. 국토교통부 압수수색과 중구난방식 LH 개혁 목소리는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셈이지요. 여기에 2·4 주택공급대책을 뒷받침할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등 각종 법·제도 개정안은 국회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고요. 당연히 신도시 개발업무 차질은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압색당한 국토부와 해체 대상이 된 LH의 정상 업무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요. 투기 블랙홀이 문재인 정부가 뒤늦게 내놓은 대규모 주택공급정책인 3기 신도시 사업의 ‘추진 동력 상실’로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집값과 전셋값이 치솟고, 공기업 투기 의혹까지 불거진 상황에서 화불단행(禍不單行·재앙이 겹쳐 오는 것)이라고 할까요. 정부가 공시가격을 상향(전국 평균 약 19%)함에 따라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급증이 예고되면서 국민(유주택자) 분노가 커지고 있지요. 일부 유주택자는 ‘세금폭탄’ ‘세금 갈취’라며 ‘조세저항’에 나설 정도입니다. 실제 올해 서울지역 보유세는 1주택자는 30∼40%(전년 대비), 2주택자 이상은 40%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명백한 증세죠. 정부는 지난 4년 부동산 시장에 대해 규제에 규제를 거듭한 끝에 집값을 대폭 올려 부동산 관련 세금을 많이 걷었습니다. 지난해에만 2019년 대비 10조 원 넘게 더 걷었지요. 이 정도면 ‘세금 적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부가 세금 적폐를 만든 것이지요.

지난 4년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집값과 전셋값 급등, 토지 투기로 이어졌고, 결국 국민 호주머니를 털어가는 세금 적폐로 나타났습니다.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 당국자는 ‘투기세력을 잡았는가?’ ‘집값은 안정됐는가?’라는 자문자답에서 답을 찾길 바랍니다. 이를 통해 부동산 정책의 근본 변화가 이뤄져야겠지요. 온갖 규제로 옥죄어 온 부동산 정책의 큰 틀을 ‘양질의 주택 공급’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세금을 더 거두기 위해 ‘투기세력’ ‘부동산 적폐’가 집값을 올린다는 허망한 두더지 잡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죠. 정책 당국은 부동산 시장을 흐리는 투기꾼은 발본색원하되 각종 규제를 혁파해 차질없이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국민 주거복지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