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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21년 03월 22일(月)
“정치에, 감염병에… 세계와 단절된 인간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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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원(왼쪽), 전준호 작가. 문 작가는 “어느 사진작가께서 예술가답게 찍어주겠다고 해 포즈를 취했는데, 좀 심각하게 나온 게 아닌가 싶다”며 웃었고, 전 작가는 “정면으로 얼굴이 보이는 게 부담스러워 옆모습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MMCA 현대차 시리즈 2021’ 작가 문경원·전준호

‘미지에서 온 소식:자유의 마을’
9월3일~내년 2월까지 전시회
비무장지대 대성동 마을 배경
역사적 비극·기후변화 등 담아

“협업하면서 작품 더 단단해져
대중과 예술가들의 소통 탐색”

“그동안 외국에서는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했지만 국내에선 한 적이 없었어요. 이번에 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관에서 전시할 기회를 얻게 돼 참 기쁩니다. 우리나라 관객이 많이 찾는 장소에서 현장감 있게 작품을 소개한다는 게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MMCA 현대차 시리즈 2021’의 작가로 선정된 문경원(52), 전준호(53). 두 작가를 지난 16일과 17일에 따로 인터뷰했지만, 입을 맞춘 것처럼 소감이 같았다.

이 시리즈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하고 현대자동차가 후원한다. 10년간 한국을 대표하는 중진 작가의 개인전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2014년부터 매년 이불, 안규철, 김수자, 임흥순, 최정화, 박찬경, 양혜규 작가를 선정했다. 올해가 여덟 번째로, 오는 9월 3일부터 내년 2월 20일까지 문경원·전준호 작가의 합작품을 전시한다.

두 작가는 지난 2009년부터 함께 활동해왔다. 각기 서울과 부산을 기반으로 개인 작업을 하는 한편 공동 프로젝트 ‘미지에서 온 소식(NEWS FROM NOWHERE)’을 국내외에서 펼쳐왔다. 지난 2012년부터 시작한 ‘미지에서 온 소식’은 자본주의 모순, 역사적 비극, 기후변화 등 인류의 위기를 천착한다. ‘이런 세상에서 과연 예술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에 대한 답을 탐색한다. 독일 국제미술전 카셀 도쿠멘타에서 첫선을 보인 후 미국 시카고, 스위스 취리히, 영국 테이트 리버풀 전시에서 호평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이 프로젝트로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2’에 뽑힌 바 있다.

두 작가는 이번 시리즈에서 ‘미지에서 온 소식 : 자유의 마을’을 선보인다. 한반도 남쪽의 비무장지대(DMZ)에 있는 대성동 자유의 마을을 배경으로 영상, 조각, 회화, 사진, 아카이브 등을 아우르는 작품이다. 두 작가가 함께 작품 방향을 논의한 후 조각은 전 작가가, 회화는 문 작가가 주로 진행하는 방식이다. 설치 작업은 공동으로 드로잉해 외부업체에 맡기고, 영상은 영화 영역의 스태프들과 함께 만든다.

▲  부산영화촬영소에서 진행하고 있는 ‘미지에서 온 소식:자유의 마을’ 영상 촬영 현장.


“2014년에 처음 자유의 마을에 관심을 뒀는데, 너무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느껴지더군요. 전 작가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우리가 할 이야기가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지요. 그래서 작업을 해 영국과 일본에서 전시했습니다. 이번 서울전에서는 인간이 세계와 단절되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담아 보편적인 공감을 주고 싶습니다.”(문경원)

“다른 프로젝트로 DMZ에 간 적이 있는데 한국의 정치 상황을 넘어 기형적 세계의 전 지구적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작품은 현실에 있는 자유의 마을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단절된 모습을 심도 있게 보여주고자 합니다. 감염병 사태로 인한 비대면 세계도 그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전준호)

두 작가는 30대 신진 작가 시절 우연히 만나 대화를 나눈 것을 계기로 협업하게 됐다. 그동안 의견충돌로 많이 싸우기도 했으나 양보하고 타협하며 합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꼈다고 했다.

“작가는 작업실에 파묻혀 살기 때문에 에고가 강하잖아요. 협업을 하면 개성이 깎이기도 하지만, 훨씬 성숙해진다는 걸 느낍니다.”(전준호)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작품이 더 단단해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협업에서 에고가 실천되지 못한 것은 개인 작업의 동력이 되기도 합니다.”(문경원)

합작 프로젝트의 계획은 내후년까지 잡혀 있다. 절로 굴러가는 형태가 돼버렸기 때문에 언제까지 함께하게 될지는 두 작가도 모른다고 했다. 전 작가는 한 대학교 조소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사직하고 전업의 길에 들어섰다. 예술이 예술가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대중과 소통하는 마당에서 어떻게 기능해야 하는지를 작품으로 꾸준히 탐색해왔다.

문 작가는 이화여대 서양화과에 재직하고 있다. 학교 업무로 시간을 뺏기지만 젊은 학생들과 만나며 기성세대가 된 자신의 고정관념을 깰 수 있어 좋다고 했다. 협업 과정에서 전 작가가 배려해주고, 일상에서 가족이 많이 도와주는 덕분에 창작과 교직을 병행할 수 있다고 고마워했다.

두 사람은 50대에 접어든 소감을 차분하고도 겸허한 음성으로 전했다.

“성취한 게 없다는 허탈감도 있으나, 그동안 배척했던 것들을 다양성으로 겸허하게 받아들이게 되더군요. 그런 것들이 작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거라고 생각합니다.”(전준호)

“작품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가치관을 공유한다는 것에 더 의미를 두게 됐어요. 이전보다 체력적으로 힘듭니다. 예술은 과연 가치가 있는 행위인지에 대해 아직도 의문이 있고요. 그래도 작업하며 보람을 느끼니 이렇게 계속하게 되네요.”(문경원)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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