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갑질방지법’ 또 불발 조짐… IT업계 “콘텐츠 위축”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정치권 갈등에 법안심사 제외
IT업계 “7월 인앱결제 의무화
그전까지 처리않으면 큰 타격”
일각 “국회가 구글갑질 눈감아”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를 막기 위한 법안이 이번에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내 기업 및 소비자에게 돌아올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정치권의 갈등으로 인해 오는 7월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이 시행되기 전 관련 법안이 마련되지 않을 가능성에 발을 구르고 있는 처지다.

22일 관련 업계 및 국회에 따르면, 오는 23일 열리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 안건에서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제외됐다. 국회 과방위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야당에서 미국과의 통상 갈등 관련 내용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안건을 상정하는 데 합의해주지 않았다”며 “다음 달 열릴 소위에 안건을 추가하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야당인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에 대해 “중요 사안부터 순서대로 처리하는 것일 뿐 야당의 요구로 안건이 빠지거나 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입장도 들어 볼 필요가 있어 관련 논의가 진행된 후에 여당과 다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IT 업계에서는 이번 소위에서 구글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 다뤄지지 않게 되면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이 시행되는 7월 전까지 대응할 시간이 부족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가 미국과의 통상 갈등을 우려해 모바일 생태계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구글의 ‘갑질’ 행위를 눈감아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이 확대 시행될 경우 국내 영화, 음악, 웹툰 등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 위축되는 것은 물론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국민도 피해를 입는다”며 “국회가 관련 법안을 정쟁의 도구로 쓰지 말고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앞서 구글은 국내에서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움직임이 일자 매출 100만 달러(약 11억 원)까지는 수수료를 30%에서 15%로 인하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 10개 단체는 이에 대해 지난 17일 성명서를 내고 “구글은 이번 수수료 인하안을 통해 406억 원(실태조사 대상 246개 업체×매출 100만 달러까지의 15% 할인금 1억6500만 원)을 깎아주면서 5107억 원(게임 외 디지털 콘텐츠 앱에서 발생하는 인앱결제 수수료 증가분)을 얻게 된다”고 지적했다. 성명에 참가한 단체 관계자는 “구글에는 막대한 이익인 반면 그 피해는 모두 국내 앱 개발사와 소비자가 부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구글 인앱결제 강제를 겨냥한 법안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와 미네소타주에서는 ‘앱마켓 독점 금지법’이 하원을 통과했다. 조지아·매사추세츠·하와이·위스콘신 등 다른 주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승주 기자 sj@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