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에세이>파안대소 얼굴로 치켜든 ‘은하수 페트병’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주호, 은하수는 내 손 위에, 62×49×17㎝, 질구이 재벌, 전등 은하수, 페트병, 2021

로댕, 헨리 무어, 콘스탄틴 브랑쿠시…. 미술사에서 빠질 수 없는 교과서 속의 거장들. 그들에게 마냥 주눅 들어 있었던 때가 있었다. 찾아가서 뭐든 배워야 했고, 또 그럴 만했다. 우리 정서와 어법의 조형이 외면당하는 걸 당연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세상이 변해 우리 문화가 주목받고 있다.

그 다름을 김주호의 작업에서 발견한다. 건강한 이를 드러내며 함박웃음을 짓는 캐릭터 같은 형상들, 변형 및 과장된 표현 양상들이 장승이나 토우, 돌하르방 등을 떠올리게 한다. 해맑고 꾸밈이 없으며, 솔직한 해학적 표현이 그런 뿌리에서 왔다. 조형의 출발선이 다름을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부릅뜬 눈에서 날 선 냉소가 돌기도 하지만 인물상들에서 동시대의 정서와 흥이 느껴진다. 미의식과 정서, 눈높이까지도 민중의 것 그대로다. 파안대소의 표정과 점토의 손맛이 시원시원하며, 풍요롭고 따뜻하며 밝은 내면을 노래하고 있어 친근하다. 은하수를 페트병 오브제로 표현한 점, 작가다운 발상이다.

이재언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