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부속의 뒷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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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부속고기’나 ‘뒷고기’는 그 어감 때문에 좀 꺼릴 수도 있다. 부속은 어딘가에 딸려 있는 것을 가리키는데 부속고기라면 왠지 기계의 부속이 떠오르기도 한다. 뒷고기는 도축업자들이 뒤로 몰래 빼돌린 고기라고도 하고 상품성이 없어 뒤에 남은 고기라고도 하는데 꺼림칙하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아니다. 그것을 무엇이라 부르든 알뜰살뜰함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부속’이나 ‘뒤’ 모두 부정적인 어감이 들어 있는데 고기의 유통 양상을 보면 맞는 말이기도 하다. 고기는 결국 ‘남의 살’인데 이왕이면 생김이나 맛이 균일한 것이, 덩이도 큰 것이 좋다. 그러나 간, 염통, 창자 등 내장이나 머리, 꼬리, 혀, 껍질 등은 모양이나 맛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데다 판매할 만큼의 양도 되지 않는다. 그러니 살코기에 딸린 부속이고, 다 팔고도 뒤에 남는 뒷고기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가축에게 이들 부위는 부속이 아닌 핵심이다. 소화계통을 따라 이어진 각종 부속은 사람들이 찾는 살덩이를 키운 원천이다. 머리는 가축의 중앙제어장치를 담고 있었고 피부는 동물을 동물답게 꾸미고 보호하고 있었다. 살아 있는 생명체로서의 동물에게는 핵심인데 먹거리로서의 고기로 본다면 그저 보잘것없이 남겨진 부위이니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이다.

그래도 부속고기나 뒷고기라 이름 붙이고 열심히 파는 이들, 그리고 그것을 즐기는 이들에게 감사할 일이다. 이왕 고기를 얻기 위해 키운 생명이라면 버려지는 부위 없이 알뜰하게 모든 부위를 먹는 것이 도리다. 얼마 되지 않는 부위를 알뜰하게 모아 맛있게 조리하는 이들 또한 생명과 자원의 순환에 기여하는 이들이다. 누군가에겐 기이한 식습관으로 비칠 수도 있으나 남들이 선호하지 않는 고기를 즐기며 살뜰하게 먹는 이들 또한 그렇다. 그래서 살코기의 첫맛보다 부속고기의 뒷맛이 좋기도 하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